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정경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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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올해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뭐, 사실 습관이라고 해봐야 한 3-4년 정도 된 것이긴 하지만. 올해의 목표는 새로운 직장에서 잘 적응하고, 학위를 따는 것이었다. 모두 무난히 달성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이것 말고 목표가 하나 더 있었으니...... 그건 바로, 영어 공부를 하는 것! 근데 영어는 왠지 좀...... 이런 지가 어언 4-5년은 된 것 같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6개월(영어학원 다닌 기간)...... 사실 대한민국에서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대개 이 정도의 영어 공부는 했으리라. 6년 6개월이면 그리 짧은 기간도 아니건만 영어로 말하려고 하면, 영......  

늘 한국의 영어교육이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와서 생각해보니 꼭 그렇지 만도 않은 것 같다. 비록 말하기 능력은 떨어지지만 읽기 능력은 봐줄만하기 때문이다.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그동안 별 노력을 하지 않았음에도 영어로 된 책이나 영어로 쓰인 잡지(물론 전공분야와 관련된)를 읽는 것에 별 문제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면 너무 쉬운 것만 읽어서 그런가? 

이야기가 좀 옆으로 샛지만, 올해의 목표중 하나는 영어 말하기와 쓰기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바로 이 마지막, 달성하지 못한 목표와 관련되어 있다. 근데 왜 하필 이 책이냐고? 물론 빌브라이슨이 영어 말하기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 이 책을 썼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사와 미국어(영국어가 아닌)에 대한 그의 '거의 모든 것'을 듣고 나면 좀 더 흥미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이 책은 어느 정도 이런 예상을 만족시킨다. 혼란스럽고 뒤죽박죽이었던 미국의 초기 사회, 보수적인 청교도들의 황당함,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미국의 히어로(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에이브라함 링컨, 에디슨)들의 뒷모습(?). 하지만 기존에 빌브라이슨이 보여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너무 길다는 것이다. 미국어를 통해서 미국사와 미국사회를 들여다 보겠다는 저자의 의도는 좋았으나 지나치게 설명적이고 장황한 것이 이 책이 가진 최대 단점이다. 그래서 별로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없다. 미국사도 미국어도.  

그래도 마지막 장의 영어라는 말에 내포된 성차별적인 또는 인종차별적인 부분에 대한 빌브라이슨의 입장은 나도 찬성하는 바이다. 말을 고치는 것이 '차별'을 해결하는 것에 대한 출발점이 될 수는 있지만, 지나친 것은 늘 모자란 것만 못한 법이다. 덧붙여 누군가의 말처럼, 말을 바꾼다고 해서 차별이, 또는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었지만 영어를 공부하겠다는 의지는 영, 아니 0(zero)? 그럼에도 영어공부는 계속 된다, 아니 계속 되어야 한다. 내년에도 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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