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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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소설들의 특징은 읽고나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설의 제목도, 내용도, 인물도, 주제도 등등. 내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 말 속에는 어떠한 은유나 컨텍스트도 없다. 진짜 말그대로 기억이 전혀 나질 않는다. 아마도 이건 전적으로 내게만 해당되는 얘기일 것 같다.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김연수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는 것처럼 보이니까.  

최근까지 원인을 잘 모르고 있다가 이 책, 그러니까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읽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책 역시 전혀 기억나질 않는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고작 알라딘에서 소개해준 부분뿐이다. 책소개만 읽을껄, 왜 책을 샀는지 모르겠다.

내 망각의 이유를 가르쳐 준 것은  바로 이 문장이다. 

 "우리는 이 삶에 감사해야만 한다. 그건 전적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나날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해되기만을 기다리며 어리석은 우리들을 견디고 오랜 세월을 버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첫번째 이상한 점. '감사해야만 한다' 뒤에는 감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문장이 나올 것 같다. 그렇다면, '그건 전적으로 -세월을 버티기 때문이다.'로는 끝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더군다다 '전적으로- 일지도 모른다'는 대체 무슨 뜻일까? '전적으로'라는 말로 시작했으면 뭔가 확실한 이유를 말해줄 것 같은데 이 문장은 '일지도 모른다'는 식의 '모르쇠'로 끝맺음 한다.  이걸 진짜 김연수가 쓴 걸까? 아주 의심스럽다. 두번째 이상한점. 이건 문장의 뜻과 관련된 것인데, '사랑했던 나날들이- 오랜 세월을 버티기' 때문이라는 것은 대체 어떤 뜻일까? 굳이 억지로 끼워 맞추자면 뜻을 만들어 낼 수 도 있지만 이토록 문장을 비비꼬을 필요가 있나 싶다. 그보다는 '나날들이 우리들로 하여금 오랜 세월을 버티게 만든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아닐까? 

그러니까 내생각에는 앞의 문장은 이런 뜻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이 삶에 감사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건 우리가 사랑했던 나날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해되기만을 기다리며, 어리석은 우리들로 하여금 오랜 세월을 견디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 

결국 원인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었다. 문장! 소설가 김연수의 문장들을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위에 인용한 문장이 본문 중에 나온 문장이 아니어서 유감이지만, 본문 속의 문장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한국말인데도, 외국어를 읽듯이 더듬더듬 읽게되고, 그렇다보면 작가가 쓴 의미들을 대부분 놓치게 된다. 그러니 소설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을 수 밖에!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도 샀는데 이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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