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정확한 구절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라픽 샤미의 소설 <1001개의 거짓말> 에 따르면 사막에 사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이야기'뿐이라고 한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천일야화가 나온 지역을 떠올려 보라! 시적인 문체, 독특한 구성, 극적인 반전 따위는 다 집어 치우자. 모래바람과 태양만 있는 곳에서 소설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단 한가지, 바로 '이야기'때문이다. 꼭 들어 맞는 예가 아닐 수는 있지만 이 소설이 갖는 감동의 힘 또한 그런 '이야기'가 갖고 있는 힘이다.  

더군다나 이 소설의 배경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미지의 땅, 911사태이후로 더욱더 신비스러워지고 위험해진 지역이 배경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의 이야기가 갖는 독특함은 더 강력한 힘을 갖는다. 줄거리를 보면, 문득 '성장소설'일 것이라는 생각이 우선 들지만, 소설을 읽고나면 꼭 성장소설이라는 틀에  맞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삶을 통해서 잘못하고 뉘우치는 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실수와 반성을 통해서 성장하지 않는다. 그가 용서를 받을 기회는 그가 다 자라서 주어지니까.  

이 소설은 주인공이 유년기에 저지른 하나의 '실수'로부터 시작하고 이 '실수'는 주인공의 마음 속에 수십년 동안 '죄의식'으로 자리잡는다. 그리고 마침내 오랜 시간이 지나 주인공에게 '속죄'의 기회가 온다. 그런데 왠걸? 속죄의 기회에 고해를 하게 되지만 주인공 아미르가 얻게 되는 것은 용서와 평화가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비밀스런 운명과 혼란이다.  

실수-죄의식-속죄로 이어질 것 같았던 이야기는 운명의 문제로 읽는 이들을 갑자기 혼란속에 빠뜨린다. 이 소설의 강점은 통속적인 설정과 전개 방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동적이라는 것이다. 읽고 있는 독자들 또한 이 소설의 설정이 왜 신선한 것인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내가 생각해낸 최선의 답은 이 소설의 이야기가 작가의 실제 경험일 것이라는 독자들의 확신-작가가 독자들에게 그러한 암시를 한번도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니, 작가가 이런 놀라운 경험을! 하지만 클라이막스에서 주인공이 격투끝에 탈출하는 장면은 작가의 실제경험일 가능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심지어 이 부분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어디서 베낀 장면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장애가 있어도 만나게 되고, 착한 사람은 언제가 잘되고 나쁜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고, 주인공은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자신의 임무를 완성하고 등등등. 이 소설의 후반부는 이러한 비현실적인 당위들이 모두 실현되는 듯이 보인다. 근데 이 모든 것들이 어디서 본 것 같다. 생각해보니 소설 <Q&A>의 후반부를 읽으면서 느꼈던과 비슷한다. 굳이 두 소설의 공통점이면 모험과 활극을 통해서 결말로 치닫는다는 점? 당시에는 이것이  헐리웃 영화의 영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을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그보다는 인도의 발리우드 산-한 때 할리우드보다도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는- 영화들의 영향일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강력한 이야기, 통속적인 전개, 권선징악과 같은 뻔한 주제. 하지만 이 소설은 그 모든 통속성을 극복할 정도로 감동적이다. 그것이 실제든 아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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