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아쉬움 또는 안타까움이었다. 작가가 공들여서 만든 인위적인 공간이 아무리 기발하고, 그 기발한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무리 기상천외 하다 해도 결국 전체적인 조화를, 또는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고서는 감동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멀게는 이문구의 <우리동네>나 양귀자의 <원미동사람들>로부터 가깝게는 김소진의 <장석조네 사람들>로 이어지는 '동네'이야기와 이 소설의 이야기 구조가 비슷하다는 내 생각이 아주 생소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결국 이 소설 역시' 빈스토크'라는 아주 특이한 '동네'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앞서 제시한 소설들에 , 물론 앞서의 세 작품들과 <타워>는 아주 다른 종류의 소설이긴 하지만, 비해서 재미가 덜한 이유가 뭘까? 

몇가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첫번째 에피소드는 술병의 흐름을 통해서 권력의 지형을 파악하겠다는 재미있는 발상에서 출발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술병은 흐지부지 되고 엉뚱하게 살인으로 끝이난다. 빈스토크 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편지 전달체계 때문에 생긴 사랑의 엇갈림에 대한 에피소드 역시 이야기를 촉발시킨 기발한 발상에서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지극히 평범한 사랑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시위 진압용 코끼리에 관한 에피소드 역시 시위와 코끼리가 갖는 기이한 부조화를 잘 이용하지 못하고 평범한 결말을 맺는다. 매번 기발한 발상이 지나치게 평범한 결말로 끝난다.   

작가는 기발한 공간을 창조해내고, 그 기발한 상상의 공간 속에서만 가능한, 현실 속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야기를 생생하고 의미있게 만드는 데는 그닥 성공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동네'가 주인공인 소설에서 인물들과 이야기들이 아무런 연관도 없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것이 영 산만하다는 것도 눈에 거슬린다. 어쩌다가 무심코 스치면서 마주치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 속에 등장했던 주인공들이 슬쩍 카메오처럼 남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기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인연과 우연이 작가가 전하려는 전체적인 메시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같이 든다.     

여러 독자들의 좋은 평에도 불구하고, 난 이 소설집을 너무 힘겹고 지루하게 읽었다, '뭔가가 부족해!'를 계속 맘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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