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AD 셰익스피어 How To Read 시리즈
니콜러스 로일 지음, 이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이 책 제목의 정체는 대체 뭘까?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나온 HOW TO READ 시리즈중 다른 책들은, 예를 들면 비트켄슈타인, 니체, 마르크스, 데리다, 라캉에 대한 읽는법(HOW TO READ)은 그들의 난해하고 심오한 사상을 이해하는 방법이나 기본적인 개념들에 대한 설명이 있을 것같다. 그래서 '하우 투' 또는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철학자가 아니라 당대의 가장 대중적인 작가이자 연출가였다. 이런 그에 대해서 '하우투 리드'를 할만한 거리가 도무지 있을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대중들이 보고 즐기는 연극의 대본 속에, 물론 파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긴 하지만, 심오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덧붙여 쉽게 읽어내기 어려워서 설명을 책 한권으로 써야 할만한 사상이 있을 것 같지는 더더욱 않기 때문이다.   

대본, 또는 희곡이라는 것이 조금 약점이긴 하지만 맘 먹고 읽는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누군가가 읽는 법을, 그러니까 하우투 리드를, 가르쳐 줘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아니 그래서 더욱,  읽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저자의 의도가 수상쩍고 읽는 법을 가르쳐 준답시고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할께 뻔한 허풍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음에도 결국 이 책을 사게 되었다. 왜? 혹시나 하는 그 놈의 호기심  때문에!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손해 볼 것도 없는게, 우선 이 책은 본문이 200쪽 남짓한 얄팍한 책이기 때문이다. 분량이 짧아서 읽다가 포기해도 되고 후회가  덜하고, 다 읽고 후회해도 그리 많은 시간을 까먹지는 않는다는 것.  

하지만 읽고 나면 생각이 정반대가 된다. 책이 얇다는 것이 무지무지하게 아쉽다. 이 책의 가장 놀라운 점을 한 가지만 말하라면, 셰익스피어 작품의 전체가 하나의  핵심적인 단어 속에 들어있다는 저자의 혁명적인 발상이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주요한 희곡들 -<베니스의 상인>, <오셀로>, <맥베스>, <햄릿>, <좋으실 대로>-에 대한 작품론을 하나의 단어에 집중해서 풀어나간다. 단어의 의미, 소리, 각운, 반복에 관한 저자의 꼼꼼한 지적은 비록 영어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 놀랍고 신기하다.   

셰익스피어는 shakes피어이기 때문에(?) <좋으실 대로> 의 핵심을 이루는 단어인 '사랑에 뒤흔들리는(love-shaked)'과 관련되어 있고, 햄릿이 클로디어스를 향해서 말하는 '저주받을 덴마크놈 마셔라!'는 '뎀드(damed) 데인(dane) 드링크(drink)!'로 두운이 맞춰져 있고, <맥베스>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단어인 '안전한(safe)은 '구원하다(save)'와 어원과 발음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맥베스 부인이 말하는 '지나간 일은 지나간일'이라는 대사에 등장하는 '지나간 것(done)'은 던컨의 '던(dun)'과 관련되어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에서 말들은 운(rhyme)으로 반복되면서 울리고, 마법과 주문이 되어 이 인물에서 저 인물의 입으로 옮겨지며, 작품의 중간 중간에서 메아리 쳐지고, 저자의 주장을 은근슬쩍 전달하기도 하고, 두가지 의미를 동시에 전달하여 독자 또는 관객들을 혼란 시키면서 동시에 집중시킨다. 겹의 의미와 분리된 의미를 동시에 전달하는 것이다.  

고리타분하고 형이상학적인 주제론에서 벗어나 '단어'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저자의 기술 방식이 진짜 놀랍다. 이것은 마치 어려운 수학문제를 새롭게 푸는 방식을 가르쳐 주는-수학 선생님과는 다른 방식으로-전교 일등의 설명과도 같다. '아니, 그런 거 였어?' 라는 말이 절로 나오고, 고개가 절로 주억거려진다. 작품 속에서 말들이 공명하고 메아리 친다는 식의 주장 또한 들으면 들을 수록 고개가 주억거려지는 부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끔씩 드는 생각은 앞으로 영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셰익스피어 연극을 영어로 술술 읽을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좀 더 저자의 말을 깊이 이해하고, 나또한 뭔가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이건 좀 지나친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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