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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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앞으로 절대 하지 않을 일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등산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힘들게 올라가봐야 어차피 더힘들게 내려오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죄송)그리고 내가 되도록이면 피하려는 것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추위'다. 군대가서 추운데서 훈련을 받은 후에는 더 심해졌다. 게다가 현재 2주째 감기로 와병중. 근데, 세상일이야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고 나도 어떻게 바뀔지 전혀 예측할 수 없으므로, 세월이 흘러 등산을 취미로 갖게 될 경우가 생길 지도 모른다. 그래, 그럴 확률은 아주 후하게 쳐줘서 1%정도 된다. 그리고 스키, 보드, 스케이트, 심지어 눈썰매까지, 추운날 밖에서 하는 거라면 뭐든지 싫어하는 내가 겨울을 좋아하게 될 확률 역시 아주아주 후하게 쳐줘서 1% 정도 된다.  

그렇다면 추운 날 등산을 하는 것을 하게 될 확률은? 산술적으로는 0.01%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이 책은 무지무지하게 추운 산을 오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왜 선택했을까? 아마도 정확히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유명 소설가나 언론인들이 책을 한권씩 추천했는데 소설가 김영하가 추천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추천이유는,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러니까...... '특별한 곳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 반대 였나?   

비록 추운 곳에서 등산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지만  어쨌거나 그건 내 경우고, 남들이 그 괴로운 것을 취미로, 그것도 돈을 무지하게 들여서, 하는 이유가 쬐금 궁금하기도 했다. 결국 그것이 내가 선택한 이유다. 하지만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알고자 하는 것과 전혀 달랐다. 그래, 이러저러한 이유로 등산은 훌륭한 운동이니 열심히 잘해보자, 화이팅!하는 책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보다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산을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는 '경고'가 더 많은 책이다. 나같은 등산 문외한은 에베레스트 산에 올라가는 것이 이제는 별로 커다란 뉴스거리도 안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산을 넘는 것이 이제는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이유야 모르겠지만 장비도 좋아지고 기술도 좋아져서 그런 것이겠지라고 막연하게 이유를 생각해낸다.  

이 책은 이러한 인간의 진보된 기술과 장비가 히말라야라는 거칠고 냉정한 자연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고 위태로운가를 보여준다. 다른 말로 하면 자연이라는 존재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하찮은 존재인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거꾸로 이 책은 등반이라는 일이 아무리 비전문화되고, 이 책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중에는 제대로 된 등반을 해본 이들이 거의 없다, 대중화되었어도 여전히 조심스럽고 엄격한 작업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다.  

참, 하나 더, 그리고 무지무지하게 춥다는 것이 어떤 건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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