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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존 르 카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스파이소설이 어떤 장르에 속해야 하는 지 잠시 망설였지만 그나마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제일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단순하다. 다른 작가가 쓴 스파이 소설은 읽은 적이 없으니 르 카레가 쓴 소설에 한해서 말한다면, 스파이 소설이라는 것이 결국 스파이가 누군지를 추리하는 것이니까! 여기서 굳이 좀더 유형을 나눈다면 스파이소설에 나온 주인공들은, 물론 르카레 소설의, 하드보일드 풍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뭔가 몸으로 부딪혀서 범인을 알아낸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요즘에도 스파이 소설이 나오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지만 미소 냉전이 끝난 이후로, 사회주의 국가들의 도미노식 붕괴가 일어난 이후로 스파이 소설이라는 장르는 시들해졌을 것이다. 물론 스파이라는 것이 꼭 냉전시대에만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냉전이라는 세계적인 현상이 스파이 소설의 인기에 한 몫 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하드보일드 풍의 스파이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을 읽으려면 하드보일드 풍의 추리소설을 읽으면 되지 굳이 스파이 소설을 왜 읽느냐고 반문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단순하다. 이 소설을 읽어보라는 것이다. 영국첩보부의 스파이 리머스가 주인공인 이 소설 속에는 하드보일드 풍의 액션, 지나간 냉전시대가 갖는 삭막함, 스파이라는 직업이 갖는 냉정함과 쓸쓸함이 있다. 그리고 하나 더! 뭘까? 눈치챘겠지만 '사랑'이 들어있다. 소설가 김영하는 '빛의제국'을 구상할 때 이 소설을 참조했다고 한다. 두 소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참조를 했을 뿐이지 이 소설은 김영하의 소설과 전혀 다르다. 굳이 우열을 따지자면 이 소설이 훨씬 더 뛰어나다. 왜냐하면 이 소설은 스파이가 등장한 소설 중에서 최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