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도시
에밀리 로살레스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08년 4월,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산이란 도시에 갔다. 워낙에 전라도와 서울, 충청도에 친척들이 흩어져 있어서 그곳의 도시들은 자주 갔었지만 부산이나 대구 같은 도시들을 갈 일은 없었던 것도 부산이란 도시가 초행길이 된 이유라면 이유였다. 하지만 그래도 내 경우에 직업상 (그곳에서 거의 이년에 한 번꼴로 모임이 있다), 그리고 아버지 직장 때문에 진해에서 보냈던 유년기를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부산이 초행길인 것은 확실히 의외의 일이다.  

사실 언젠가 아주 어렸을 적에 부산이란 도시에 갔는 지도 모른다. 단지 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부산행  KTX에서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서 책장을 둘러보던 중에 언젠가 사두었던 이 책을 골랐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책을 고른 이유는 단순하다. 부산=처음가는 도시, 책제목=보이지 않는 도시, 이 두가지 방정식(?)이 뭔가 연관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물론 웃기는 일이다. 기차안에서 읽을 책을 고르는데 뭐 굳이 이유가 그토록 분명해야 하는지 알 수 없으나 워낙에 오랜된 습관, 다른 말로 하면 '똥폼'도 된다, 이란 것의 근본을 밝히는 것이 어렵지 않은가! 사실 어렵다기 보다는 얘기하면 좀 쑥스러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앞서 말한 것처럼 괜한 똥폼이니까.  

각설하고, 이 소설을 사게 된 가장 강력한 이유중에 하나는 <바람의 그림자>라는 소설과 뭔가 관련이 있다는, 나는 이 책 선전에서 이 책이 뭔가 바람의 그림자의 후속편의 냄새를 맡았다, 근거없는 나의 소망 때문이었다. 읽어보면 관련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둘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고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것이 소설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이 그렇다. 이 책 역시 재미없는 소설은 아니지만, <바람의 그림자>가 준 재미와 감동을 잇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전개가 좀 느슨하고 설명이 좀 장황한 편이다. 반전도 약하고 과거의 도시건설에 관한 이야기와 현재에 진행되는  사건이 유기적으로 중첩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었던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부산에 갔던 그 당시가 내겐 행복한 시간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된 친구와 바닷가, 사케와 아사히 맥주. 언젠가 다시 한 번 부산에 가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