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좀 들어봐
줄리안 반즈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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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은 너무 흔하다. 그리고 서로 엇갈리는 진술이라는 방식도 너무 흔하다. 하나 더 덧붙이면, 삼각관계 역시 너무 흔하다. 이 흔해빠진 세가지 요소를 가지고 흔하지 않은, 아니 신선한 방식으로 소설을 꾸미는 것이 가능할까?

이 소설은 사랑과 불륜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삼각관계와 엇갈린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진실의 상대성과 오해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 이렇게 연결해도 여전히 신선하지 않다. 줄리언 반스의 다른 소설인 <나를 만나기전 그녀는> 과 <플로베르의 앵무새>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이 신선하지 않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이 소설들 역시 사랑과 불륜에 관한 소설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과 삼각관계와 오해와 불륜을 다루고 있음에도 이 소설 역시 두 작품들만큼이나 신선하고 새롭다. 

이 소설의 장점들은 많다. 줄리안반스가 다른 소설들에서 보여준 유쾌함이 여전히 소설을 지배하고 있고, 인물들의 성격이 철저하게 분석되어 드러나 있다. 이들의 대사가 생동감 넘치는 것은 인물들의 성격과 말하는 동기들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똑같은 상황에 대한 인물들의 서로 다른 진술과  여러사람들의 '오해'를 통해서 독자는 인물과 상황에 대한 입체적이고 분명한 '이해'를 얻게 된다. 결국 이 소설을 읽으면서 유일하게 모든 것을 알게 되는 이는 독자 뿐인 것이다. 유심히 살펴보면, 대화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은 이 소설 속에 사실 대화, 소설 속 인물간의, 는 없다. 모든 인물들의 말은 독자를 향한 것일 뿐이다.

근데, 이 소설이 신선한 것이 과연 이것 때문만 일까? 유쾌함? 생동감? 엿보는 재미? 삼각관계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적절한 예는 아니지만-왜냐하면 <아내가 결혼했다>는 삼각관계라고 하기 어려우므로- <아내가 결혼했다>처럼 모두 결혼시켜 버릴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한 남자는 여자를 잃고 한 남자는 여자를 얻는다? 그것도 아니면 한 남자는 죽고 나머지는 괴로워한다? 모든 결말은 문장으로 정리하면 시시해진다. 이 소설의 최고의 장점은 이 결말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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