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의 킹콩
앤서니 브라운 지음 / 넥서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이름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동화작가 중에 한 사람이다. 그가 그린 고릴라들은 무섭거나 귀엽지 않고 좀 우울해 보인다. 이 그림 책에 나온 <킹콩> 또한 그렇다. 예전에 읽었던 영화평론에서 할리웃  B급 영화에서 괴수, 재난, 외계인의 침입 같은 설정들은 제3세계에 대한 미국 사회의 공포를 나타낸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막연히 <킹콩> 역시 그런 종류의 영화이려니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터무니 없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킹콩>은 사랑에 관한 영화이다. 비록 사랑에 관한 영화가 갖는 설정치고는 다소 거칠고 극단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킹콩>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관한 영화이면서,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린, 자신의 땅과 지위와 생명마저 버린 한 남자의 영화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떨어진 킹콩의 죽어있는 얼굴은 이러한 모든 극단적인 설정들을 한번에 드러낸다. 총알자국이 여드름 자국처럼 덕지덕지 붙은 킹콩의 얼굴은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린 괴물의 얼굴이라기 보다는 운명을, 미녀와 야수라는 설정이 비극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깨달은 반영웅(anti hero)의 얼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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