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 제1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도 내가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장소는 지하철이 아닐까싶다. 근데 꼭 나만 이런 것은 아니리라. 좀 과장해서 말하면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지 않는 사람들은 책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 할 수도 있다. 근데 이게 꼭 나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대학원 수업을 같이 들었던 어떤 소설가는 목적지에 도착할수록 책읽는 속도는 빨라지고 집중력은 점점 더 높아지며, 이해력 역시 급격히 상승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물론 그녀가 한 얘기는 어느 정도는 농담이었다.

이 소설은 지하철에 관한 소설이다. 지하철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하철이 지나다니는 공간, 그것이 바로 제목이 암시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이고, 이 소설 속의 화자가 거주하고 있으면서 그려내고 있는 곳이다. 난 이 책을 3호선을 타고 학교가는 중에 읽었다. 그러고 보니 지하철에 관한 소설을 지하철에서 읽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책 속의 지하철은 뉴욕의 것이고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곳은 서울이지만 말이다.

이 책을 고른 유일한 이유는 이 소설이 한겨레 문학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준 유쾌함과 동질감, <도모유키>가 주는 속도와 색다른 문체는 내게 한겨레 문학상을 소설의 신선함을 보증해주는 그 무엇이라고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 뒷표지에 쓰여있는 심사평들은 이 소설에게 그러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물론 그러니까 상을 주었겠지만.

하지만 이 소설은 산만하고 혼란스러우며 자신감이 부족하다. 뒤로 가고 앞으로 가고 소설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처음으로 가며 그러다가 다시 진핻되면서 결말이 난다. 근데 왜 이런 복잡한 순서를 택했을까?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진행시키면 무슨 문제가 있는걸까? 이러한 궁금함에 대한 답이 없기 때문에 이 소설의 구성은 내게 혼란스러웠다. 그러니까 당연히 이야기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아마도 작가가 복잡한 구성을 택한 이유중에 하나는 실패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자신의 이야기가 너무 상투적이고 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이야기들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소재 자체가 그리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  뻔해도 이러한 이야기가 재미있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반복된다고.

작가가 복잡하게 뒤죽박죽으로 섞어 놓은 이 소설의 이야기 속에도 여전히 뻔하고 상투적인 면과 신선하고 감동적인 면들이 섞여 있다. 전자는 이야기의 소재 자체와 관련된 것이고 후자는 작가의 상상과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 구성을 비비꼬아 놓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닐 것 같다. 그보다는 작가의 상상과 경험을 강조하고 극대화시키는 것이 이야기의 상투성을 좀 더 극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좀 아쉬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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