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이청준 문학전집 중단편소설 5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이 단편집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귀향연습이다. 이 작품이 눈에 띄는 것은 이청준 작품의 두가지 특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자들이 밝힌 것처럼 '귀향'은 이청준 소설의 주된 주제중 하나이다. 이 단편집의 표제작인 '눈길'도 '귀향'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이 귀향을 다룬 다른 소설들과 좀 다른 것은 제목이 나타내듯이 진짜 '귀향'이 아닌 '귀향연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귀향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원인모를 복통을 지병으로 달고 살아가고 있던 중 친구가 사는 고향근처로 오게 된다. 한 동안 복통은 잦아들고 주인공은 쉽게 다치는 아이와 아이를 돌보는 선생님을 만난다. 이 소설은 귀향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고향 근처에서 귀향을 연습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원인모를 복통이 잦아들었다가 다시 심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청준 소설의 두번째 특징인 질병의 신체화가 이 소설 속에서도 등장한다. '질병의 신체화' 역시 이청준의 데뷔작 '퇴원'에서 부터 계속해서 되풀이 되는 소재이다. 

나의 복통은 아이와 선생님과 가까워지면서,아이에게 자신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도 좋아진다. 하지만 '고향'을 그리워하는 자신이 정작 고향에는 가지 않고 고향 근처에서 연습만 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아이를 통해서 인식하면서 복통은 다시 악화된다.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그리워하지만 연습만 할 뿐인 작가에게 귀향에 대한 욕망은 복통으로 드러난다. 이청준이 사용하는 '복통'은 허기이면서 아픔이면서 때로는 수치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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