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 벌레 이야기
이청준 지음, 최규석 그림 / 열림원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이청준은 196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들 중 하나이다. 덧붙여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1960년대 작가들은 한글 세대이면서 4.19 혁명세대이고 세대론의 최전방에서 자신들만의 문학관을 지켜나갔던 세대이다. 이청준은 그 중심에 있다.

흔히 이청준의 문학을 얘기할 때 거론되는 것중에 하나는 중층의 구조, 격자 소설이다. 이는 작가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취하는 소설의 창작방식이다. 여기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단서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이청준이 선택한 격자소설이라는 방식이 진리 또는 메시지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달리 말하면 진리의 상대성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격자 소설이라는 양식을 통해서 이청준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절대적인 진리란 없다'는 사실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그의 목표에 가깝다.

형식적인 면에서 보면 이 방식은 진리의 상대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참신하지만 소설이라는 이야기에 독자가 몰입하는 것을 막는 효과를 갖는다. 결국 독자들이  소설 속에서 별 재미를 못 느낀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영화화된 이청준의 소설들이 많다는 것은 굉장히 의외이다. 서편제, 축제, 벌레이야기(밀양)까지! 이 세편의 영화들의 원작 가운데 단연 최고를 꼽으라면, 또는 이청준의 작품 중에 가장 맘에 드는 작품을 꼽으라면, 나는 '벌레이야기'를 꼽고 싶다. 이 작품은 사랑을 전하는 기독교의 방식이 모든 이들에게 옳을 수는 없다는 이청준다운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동시에 아내-남편-전도사의 진술이 남편의 회상이라는 형식 속에서 진술되고 있다. 메시지와 형식은 기존의 작품들과 비슷하다. 하지만 기독교가 추구하는 사랑의 방식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소설은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서 훨씬 더 현실적이고 덜 관념적이다.

나만이 용서할 수 있다는 아내의 생각이 너무 이기적인 것일까? 그런 생각마저도 버리라고 종교가 강요할 수 있는 것인가?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인간의 권리인가? 의무인가? 이런 의문들이 작품을 읽으면서 두서없이 떠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을 읽는 보람이 있다. 그리고 이런 지점을 포착한 작가의 날카로운 지적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참, 책을 검색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제목이 바뀌었다, 원래는 벌레이야기 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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