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이별 동서 미스터리 북스 7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이경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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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번째로 읽는 챈들러의 소설이다. 퍼즐을 푸는 탐정들에게 익숙해진 내게 하드 보일드 소설 속의 탐정들은 왠지 좀 무식해 보였다. 뭔가 깔끔한 해결을 하지도 않고 별로 논리적이지도 않은 것 같고...게다가 유능한 탐정이라면 머리를 써야지 몸으로 부딪히면서 사건의 전모를 알아가는 것이 좀 그렇잖아! 필립말로나 샘스페이드에 비하면 뜨개질을 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마플할머니는 얼마나 우아한가! 마플할머니가 범인과 육탄전을 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도 없다. 근데 진짜 그런 마플할머니나 포와로 같은 탐정들이 존재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든다, 물론 꽤 오래전 부터. 그래서인지 요즘은 마플할머니 보다는 필립말로가 훨씬 더 있을 법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챈들러의 소설 들중에서도 이 소설은 긴 편이다. 제목이 '기나긴 이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소 작품이 길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소설 속에는 세개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이 소설의 묘미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 처럼 보이는 마지막 살인 사건이 어떻게 앞의 것과 연관되는가를 보는데 있다, 고 생각하고 읽으면 진짜 지루하다. 그보다는 사건을 둘러싼 주변의 일들에 대한 작가의 묘사가 드러내고자 했던 것들을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훨씬 더 흥미있게 읽을 수 있다. 예를들면 부자, 갱, 자본주의 등등과 같은 것들을 말이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작가는 하드보일드라는 장르안에서  이런 것들이 어떻게 연결되는 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은 '기나긴'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이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추리와 살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별로 크지 않다. 남자와 남자, 남자와 여자, 우정과 사랑 이 어떻게 시작되고 끝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마도 이 점이 챈들러의 소설을 읽는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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