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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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말은 '적당하다'는 것이다. 일단 책의 두께가 적당하다. 320쪽을 넘으니까 아주 두껍지도 않고 아주 얇지도 않다. 두번째는 편집. 막상 책을 펼치면 책 안의 글도 그리 빽빽하지도 듬성듬성하지도 않다. 320쪽이 그리 만만한 분량이 아님에도 쉽게 읽힌다. 이것이 이 책이 '적당하다'고 말하는 두번째 이유이다.

글쓰는 책이 쉽게 읽힌다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이 쉽게 읽히는 진짜 이유이다. 내 생각엔 이 책이 전하는 내용이 전혀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들이, 글쓰기에 대해서 궁금한 독자들이 읽으면서 갈등을 일으킬 만한 내용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쉽게 읽힌다. 쉽게 읽힌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이 적당한 글쓰기 책인 세번째 이유이다.

이 책의 가장 쓸만한 부분은 들어가는 글(5쪽-9쪽)이다. 이 부분을 읽고나면 글을 쓴다는 것이 어느 직종에 있는 사람이나 중요한 일이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이것이 비단 한국에만 해당하는 사실이 아니구나 하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이 책은 지나치게 안전한, 다시 말하면 '적당한' 전략으로 책을 만들면서 글쓰기에 관한 많은 걸 얘기했으나 결국 아무 것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지금까지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스무 권 정도 읽었다. 내가 평가하기에 그 중에서 최고는 이오덕 선생님이 쓴 <우리글 바로쓰기>였다. 이 책이 좋은 책인 이유는 책 속의 주장이 모두 옳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모두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 모두 틀릴지도 모를 이 위태롭고 불안한 주장을 헌신적으로 펼치는 저자의 열정, 그것이 읽는 이를 감동시킨다. 글쓰기 책이 감동적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이 위태로운 주장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장정일의 말처럼 열정적으로 쓴 책은 열정적으로 읽힌다.

적당한 수준의 전략을 요구하는 적당한 두께의 책. 사실 이것이 가장 위험하면서도 정작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다. 전략을 짜야 하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전략을 짜란 것일까? 이 책을 읽고나서 결국 알게 되는 것은 '글쓰기'의 전략이 아닌 '<글쓰기의 전략>이라는 책'의 전략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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