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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ㅣ Mr. Know 세계문학 24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의 제목이 소설이라. 대개 이런 식의 제목을 갖는 책의 경우 어렵고 지겨운 원론적인 책일 가능성이 많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선뜻 고르게 된 이유는 크게 두가지 이다. 그 중 하나는 이 책이 Mr Know 세계문학 페이퍼 백 문고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도 쓴 적이 있지만 이 시리즈는 작품의 종류와 관계없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가장 읽기 좋은 시리즈 일 것이다. 적당한 무게와 저렴한 가격, 게다가 훌륭한 작품이기까지 하다면 정말 더할 나위가 없다. 두번째이유? 두껍다? 질보다는 양! 좀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책을 고르긴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위의 두가지 이유로 책장에 안 읽은 채로 오래 꽂혀 있었다. 이 시리즈를 너무 후딱 읽으면 앞으로 지하철을 타는 즐거움이 없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과 그 만만치 않은 두께 때문에 쉽게 읽을 결심을 할 수 없어서.
제목이 풍기는 것처럼 이 책은 소설에 관한 이야기이다. 제임스 미치너는 소설가, 편집자, 평론가, 독자, 소설과 관련된 네가지 직역에 속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인물의 이야기에 국한시켜 서술한다. 소설가, 편집자, 평론가. 그리고 독자. 하나의 사건을 여러가지 관점에서 파악하는 방식이 늘 흥미로운 것 처럼 '소설'이라는 하나의 장르에 관한 네가지 직역들의 관점 또한 흥미롭다, 는 사실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결국 이 소설은 소설을 쓰는 이야기이면서(작가 루카스 요더), 소설을 파는 이야기이고(편집자 이본 마멜), 소설을 평가하는 이야기면서(평론가 칼 스트라이버트), 소설을 읽는 이야기(독자 제인 갈런드)이다. 결국 소설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설>이라는 작품을 읽는 이들은 결국 소설 속에서 제시한 어느 관점에 속하게 된다. '소설에 대한 소설'이라는 말이 얼핏 이 소설을 굉장히 관념적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의 놀라운 가독성은, 500쪽 가까운 이 책을 겨우 3일만에 읽었다!, 이 작품의 내용이 철저하게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 책의 두께는 제 몫을 전혀 하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글을 쓰면서도 난 이 책이 어째서 그토록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를 술술 읽히게 만드는 힘, 아마도 이런 것이 대가들의 힘이 아닐까 한다. 어쨌든 시간을 갖고 좀 더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