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각본 살인 사건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첫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1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7월과 8월에 읽은 책은 12권이다. 물론 아직 8월은 반이나 더 남았다. 8월 25일 운명의(?) 논문자격시험을 앞두고 시험과 전혀 관계없는 책들을 마구 잡이로 읽고 있는 내 심리 상태는, 고3때 독서실에 가기 직전에 가족들이 보고 있는 텔레비젼을 잠깐 보고 있는 심정과 비슷하다, 아니 완전히 똑같다. 평소에는 절대로 보지 않던 토론 프로마저도 왜 이리 흥미 진진해 보이는지! 


마구 잡이로 읽기 시작한 열 번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내린 결론은 역사 추리 소설의 정의가 역사소설을 쓸 것인지, 아니면 추리소설을 쓸 것인지를 갈팡질팡하고 있는 장르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 말은 사실일 지도 모른다.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아니, 사실임에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역사 소설이라는 관점에서 살펴 보았을 때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문제점 중 하나는 기존에 역사서를 통해서 알고 있던 인물들을 생생하게 만드는데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인물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주례사(?)와 함께 등장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인물이 갖고 있는 면면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는 중간중간에 끊기고, 인물의 출중한 능력에 대한 자상한 소개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다시 생각해보니 홈쇼핑의 상품소개와도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박제가나 정종같은 실존 인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청운몽 같이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들을 그려낼 때도 주례사 식 인물묘사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다.  
 
추리소설로서의 문제? 추리가 너무 단순하다. 살인범은 너무 쉽고 단순하게 잡힌다. 살인동기? 난 작가가 제시한 살인 동기를 절대로 받아 들일 수 없다. 유력한 용의자는 제시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청운몽이 사형되는 장면은 왜 이리 긴 것일까. 정작 주인공은 아무 하는 일이 없는데 왜 등장시킨 것일까. 이 소설이 다른 추리 소설과 가장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가장 하는 일이 없는 주인공을 등장시켰다는 점일 것이다. 이 소설을 읽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넘길때 까지 의문아닌 의문들, 사실 불만에 훨씬 더 가깝다, 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 책이 하나 일관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일관되게 역사 소설과 추리 소설 사이를 방황한다는 것이리라. 말이 좀 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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