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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어떤 길을 가다가 맞은편에서 같은 길을 걸어오고 있는 사람과 만났다고 할 때, 우리는 다만 우리가 걸어온 쪽의 길만 알 뿐 상대편이 걸어온 쪽의 길은 알지 못한다. 우리는 다만 그와의 만남에서 그가 걸어온 길을... 말하자면,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나와 너’라는 완전한 관계의 과정에 있어서도,우리는 다만 우리가 살아온 양상에 따라서 우리가 살아왔다는 것, 우리가 걸어온 길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상대편이 걸어온 길은 다만 우리에게 마주쳐지는 것일 뿐이고, 우리는 그 길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만남 속에서 그것과 마주치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가 그것을 마치 만남 저편의 어떤 것인 양 말한다면 그것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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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을 몸으로 느낄 수 없는 것처럼 궁극적 실재를 우리의 언어로 파악한다는 것은 가망이 없는 일이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잉크로 쓰인 텍스트이다 ;

나는 다음과 같은 비류로 세월 보내기를 좋아한다. 선장은 주머니 속에 먼 바다로 나아가야만 열어 볼 수 있는 봉인된  항해지령서를 넣고 출항했다. 그는 불안감이 사라지는 순간을 고대했다. 그러나 그러한 순간이 왔을 때 봉투를 열어보니 거기에는 온갖 화학처리를 해보아도 글씨가 나타나지 않는 지령문이 있을 뿐이었다. 간혹 가다 글씨가 나타나기도 하고 자오선을 표시하는 숫자가 보이기도 하다가는 다시 사라져 버린다. 그는 지령문을 정확하게 알 도리가 없었다. 지령문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그의 임무를 저버릴 것인가마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주머니 속에 지령문이 들어 있다는 의식은 그것을 해독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선장을 유람선이나 해적선 선장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끔 만들었다.(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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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kuppe 2011-05-29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십니까입니다. ^±^/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네요. ^±^
꿈과 모험의 책, 어렸을 때는 좋아했습니다.
「삼총사」, 「15소년표류기」등···.
 

 

 

 

 

 

 

 

나는 말할 수 있는 것 만을 말하겠다..(책의 첫 페이지 첫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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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책의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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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팽팽한 아름다움의 줄위로 한글자 한글자씩 나아가는 일이야
가장 어려운 것은 땅에서 몸을 띠워 언어의 줄위에 올라서는 것도
평행봉과도 같은 붓에 의지해서 균형을 잡는 것도 아니지 
그래, 시인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글이라는 팽팽한 줄 위에 한없이 머무르는 것
꿈의 고도에서 삶의 매 순간을 살아가는 것 
단 한 순간이라도 상상의 줄에서 땅으로 내려오지 않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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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속에는 말보다는 오히려 침묵이 더 많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은 침묵을 증가시킨다.

말함으로써 침묵을 증가시키는 것, 그것은 오직 사랑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현상들은 모두가 침묵으로 먹고살며 침묵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얻는다. 
그런데 사랑만은 침묵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이다.
연인들은 두 사람의 공모자, 침묵의 공모자들이다. 
사랑하는 남자가 연인에게 말할 때 그 연인은 그 말보다는 침묵에 귀기울인다. 
그 연인은 "침묵하셔요"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보인다. 
"침묵해요. 내가 당신 말을 들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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