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단 한 권의 책이 2800만 부나 팔렸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습니다. 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요.
제가 기억하기론 오래 전에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세계적으로 1천만 부를 돌파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 근데, 에코의 주저를 아주 가볍게 저 멀리 따돌린 책이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니. 상상도 못해 본 책이네요.
그러니까 그제 자(20일 월요일) 신문을 주섬주섬 보다가 중앙일보 23면 '랆과 추억'면에 난 기사를 본 거에요. '밀리언셀러 작가 존슨 별세(7월 3일)'. 향연 78세.
그의 책을 오래 전에 몇 권 봤습니다. 위 책과 함께, <선물>, <1분 경영> 등을 읽었더랬죠.
스펜서의 다른 책 보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조직과 조직인의 '변화'라는 주제를 갖고 이 책만큼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시사점을 준 책은 그전까지 없었다고 볼 수 있죠.
이 책의 내용은 매우 간단합니다. 사라진 치즈를 찾고자 각자 다른 선택을 내린 두 생쥐와 두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근데 작가는 이걸 상징성이 강한 우화로 포장했습니다.
그러니까 현대인이 조직에서 겪는 선택의 순간으로 절묘하게 유비되게끔 썼다는 거죠.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나 현재의 상황에서 적절하게 책 내용을 자신에게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자게서 들은 읽은 즉시 바로바로 처분하는데, 이 책과 함께 매트 노가드의 <미운오리 새끼의 출근>과 켄 블랜차드의 <겅호>는 아직까지 소장하고 있습니다. 원서와 함께요.
중앙일보 기자는 말합니다. "불황을 겪던 기업 최고경영자와 직장인들의 큰 공감대를 얻은 <누가 내 치지..>는 전 세계에서 2800만 부가 팔렸다. 한국에선 200만부 넘게 팔렸다. 그의 책은 모두 44개 언어로 번역, 출간 됐다."
원래 스펜서는 영국 왕립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의사였습니다. 하버드대 의대에서 수련의 과정도 거쳤죠.
근데 그 수련의 과정 중에 작가로 진로를 바꿨답니다. 초보 작가 시절에는 의료기 제소사에서 일하며 의료기술 정보를 쉽게 설명한 책자을 썼다고 해요.
그가 작가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한 책은 켄 블랜차드와 함께 쓴 <1분 경영>. 이후 작가로서 30여 년간 활동했지만 그는 은둔자와 같았습니다. 인터뷰는 물론 대외활동도 하지 않았다네요. 자신의 책에 사진을 걸지도 못하게 했답니다.
그런그가 2003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다음처럼 말했답니다.
"대부분 작가는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쓰는 게 더 현명하다."
스펜서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분이라면, 그가 말하는 바가 뭔지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쓰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죠.
어쨌거나 그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였으니까요. 2800만 부는 정말 놀랄만한 숫자입니다! 재미있는 장르 문학 소설도 달성하기 어려운 판매고죠.
한때나마 읽었던 독자로서, 스펜서 씨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