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뭘 봐도 디자인적 요소를 생각하게 되는 듯하다. 재미있게 만들어진 물건과 멋지게 만들어진 물건은 그냥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보는 물건보다 확실이 눈낄이 더 가기 때문이다.
집과 건물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그냥 덩그렇게 지어진 콘크리트 구조물만을 보았다면, 요즘에는 동선의 편암함의 정도와 창의 위치 그리고 재료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심지어는 건물의 미적 양식까지도 찾아보게 되는 수고를 한다.
언제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작년이었던 거 같다), 어느 디자인 잡지에 실린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스웨덴에서 건너온 건축학도인데, 스웨덴과 확연히 다른 우리나라 가옥 건물과 길거리의 매력에 빠져 연신 사진을 찍는 다는 얘기였다.
이중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건, 이 스웨덴 청년이 디자인적으로 극찬해 마지 않았던 건축물이 바로 70-80년대 지어졌던 가옥이다. 지금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의 건물인데, 신촌 일부지역과 신월동, 신림동 등 일부 저개발 지역에 아직도 남아있다.
사진을 보면 80년대 이전에 태어나신 분들은 '아하~ 저 집'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만큼 옛날에는 집 건축의 대세였던 디자인이었다. 이런 집이다. (아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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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이 집은 5호선 신정역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저 지붕모양과 테라스, 스웨덴 건축학도 청년은 바로 저 스타일에 매료되었다고 고백했다. 참으로 특이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상찬을 하고 있었다.
스웨덴 청년이 기자에게 물었나 보다다. 왜 이런 아름다운 집들을 헐고 원룸을 짓느냐고. 한국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때 이 잡지의 기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가 아는 '집을 통한 재테크'를 말해주었다.
돈이 아름다운 가치보다 최우선이라고. 스웨덴 청년은 이 독특한 디자인의 집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안타까워 했었다.
지금 보니 나도 안타깝다. 소위 집장사들이 짓는 2-3층 다가구 주택이나 멋없는 빌라보다 정겹고 우리 정서를 잘 살린 집이 없어진다는 사실이. 가만 보니 이 집 디자인은 우리 전통의 기와집이 60년대 양옥과 믹스되어 탄생한 구조물인 듯하다.
어딘지 모르게 어설퍼보이지만 낭만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오묘한 디자인이다. 느낌없는 빌라보다는 이런 건축 양식을 계속 발전시키면 어떨까하는 바람을 해 본다.
한편,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컵을 만나게 되었다. 종이컵이지만 이 컵을 받아들면서 나도 모르게 '와우~!'라는 탄성을 질렀다. 그 컵의 실체는 바로 파리바게뜨에서 내놓은 테이크 아웃용 종이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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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눈과 혀를 즐겁게 해 주었던 파리바게뜨 테이크 아웃 아메리카노 잔이다! 저번 달에 몸통 손잡이(뜨거움 방지용) 디자인이 바뀌었는데, 이번엔 요기에 맞는 뚜껑이 대박이었다. 바로 모자 모양으로 덮게를 디자인 한 것!
아주 작은 변화지만 사먹는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완전 신선했다. 보는 즐거움에 더해 아메리카노가 훨씬 맛있게 느껴졌고, 저 컵을 들고 있을 동안 무척 재미있었다. 심지어는 버리기가 무척 아까웠다. 저 모자 뚜껑의 위력이랄 수 있다.ㅎㅎ
사소한 거지만, 하나가 바뀌어서 물건의 전체 이미지를 바꾸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나니, 디자인의 위력이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저 멋진 컵에 담긴 아메리카노는 투샷에 단돈 1500원밖에 안한다! 컵의 디자인 개발 비용은 0원. 이전에 보던 대중적인 컵에 담겨진 커피와 동일한 가격이 놀라울 뿐이다~ㅎ
덧)
파리바게뜨 아메리카노 커피는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다 다르다. 어떤 지역은 1500원 세일을 하지만 같은 동의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2500원에 판매를 한다. 물어보니, 점주의 권한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