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만에 책을 읽고 리뷰를 좀 써볼려구 폼을 잡았다가 그냥 던졌다. 우선 내가 읽은 이 책이 리뷰를 쓰기엔 정말 쓸 꺼리가 없을 듯해 보여서 였다.
책은 무척 재밌게 읽었다. 아니, '재밌게'라기 보다는 뒤가 궁금해서 끝까지 보게 되었다. 중간 중간 저자가 무심히 흘리는 듯한 묘사에 치명적인 매력을 발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 기대와는 달리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내용이 좀 불편했다.
이 유명한 책을 잡고 읽기 시작했지만, 사전 지식이 전무했다. <나는 전설이다>와 같은 좀비가 나오는 걸로 생각했다. 그래서 '어디 부분에서 좀비가 튀어나올까'하며 책을 봤었다. 진짜다. 난 이 책이 좀비가 나오는 지구 멸망 쯔음의 얘기라 예상하고 본 것이다.
그런데 페이지가 반을 향해 갈수록 좀비는 나오지 않고 아비와 아들이 끝없이 길을 가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래서 타이틀이 <The Road>였는가 부다. 아비가 아들에게 '이제 가야돼', '움직여'라는 단말마성 대화 이후 끝없이 길 위를 걷는다.
사실 끝이 궁금해서 끝까지 읽었다. 가독성이 좋아서, 중간에 멋진 묘사들이 넘쳐나서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긴 했다. 근데, 이 책으로 리뷰를 쓸라고 하니 난감한 거다.
이 책을 무슨 성서에 비교를 하는데, 그런 정도는 아닌 것 같고, 부성애를 중심에 놓기에는 뭔가 아귀가 딱 들어맞지 않는 듯하여 좀 거시기 하다. 이 소설은 부성애를 빙자한 다른 거대한 걸 말하려고 한 듯하데, 그게 뭔질 도통 모르겠다는 거.
그래서 리뷰 쓰길 포기했다. 알라딘에 올라온 리뷰를 전부 검색해 봤는데, 뭐, 그럴싸하게 해석한 것도 없고 그냥 비슷비슷했다. 헌데 정말 놀라웠던 건, 이 책의 리뷰가 200개가 넘었다는 거다. 이 무지막지한 길 위의 여정에 이토록 많은 리뷰가 달리다니...그것도 독서의 불모지라 불리우는 우리나라에서 말이다!
쓸 건던지는 있는 것 같았는데, 표현력이 현저히 부족하여 <더 로드> 리뷰는 안 쓰기로 했다. 써 봤자 이미 올라온 200개의 리뷰의 내용과 대동소이할 것 같아서.
참으로 이상한 소설이다. 읽을 때에는 흡입력있게 페이지가 잘도 넘어 갔는데, 막상 쓰려니 쓸 수 없는....여튼 이상한 소설이다.
이에 비해 3월의 마지막 날 완독한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은 리뷰 쓰기 매우 쉬운 작품인 듯하다. 그냥 초고가 뚝딱 생겼다..ㅋㅋ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거 같은데, 부커상 수상작이라 심히 의아하긴 하다. 근데, 매큐언의 다른 소설과는 달리 분량이 짧고 사랑 얘기가 아니라서 유쾌하게 읽었다.
이 소설을 보고 이언 매큐언을 다시 봤다. 어쩜 그렇게 음악적 교양이 풍부한지. 주인공 크라이브의 대화를 통해 보여주는 이언의 음악적 소양은 내 기대를 넘고도 남았다. 창작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간접체험 할 수 있달까...어쨌든 이 책은 충분히 리뷰를 쓸 수 있을 듯하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