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을 넘기기 전에 적어도 읽었던 책이 뭔지는 정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렇지 않으면 망각 속으로 잊혀지기에..벌써 중순도 넘어가고 하순으로 가고 있다. 이런~

기억나는 건 6월부터다. 이전에는 도대체 뭘 읽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큰일났다. 예전에는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베르그손 저작읽기 들어간지가 좀 됐는데, 넘 게을러서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그러다 보니 다른 책을 읽을 염두가 나지 않아 바보가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교양 총서 위주로, 특히 얄팍하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주로 읽어 왔던 거 같다. 난 단지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지난 책읽기가 좀 얄팍했던 거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ㅎ 짧게 나마 느낌이라도 정리해 둔다. (언제읽었는지 정확한 날짜 순서는 전혀 기억이 없는지라 생각나는 대로)

 

 

중세 철학의 안내서 쯤 된다. 주제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생애와 업적. 이 책은 매우 쉽고 토마스의 사상이 뭔지 일목 요연하게 알려주는 알찬 토마스 입문서이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하나님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 왜냐면 기독교는 체험의 종교니까. 토마스가 본 환상이 어쩌면 그렇게 작가 김승옥이 본 환상과 비슷한지. 절필한 이유도 비슷하다! 그러므로 신은 존재한다. 확실히. 적어도 체험한 사람에게는!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해설서. 리바이어던 입문서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원전의 핵심부분을 수록한 살림 시리즈가 가장 좋은 듯하다. 무엇보다 해당 전공자가 해설을 하여 쉽고 깊이가 있다. 사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여러가지 건질 게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는 초보자에게 홉스 입문에 대한 확실한 이정표를 제시해 준다는 거다. 아마도 홉스 입문자에게 이보다 좋은 팁은 없으리라. 저자가 영국에 홉스를 연구하러 갔을 때 먼저 리바이어던을 읽겠다고 하니 담당 영국 교수가 다음과 같이 충고해 줬다고 한다.

"그는 플라톤의 <국가>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먼저 읽도록 요구했다. 그런다음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게 한 다음에야 <리바이어던>을 읽도록 허용했다" (p20)

 

한 마디로 <리바이어던>은 쉬운 책이 아니라는 거다. 국가-정치학-군주론을 읽은 다음 읽으란다. 그래 이 책을 다 읽었으니 순서대로 봐 주는 수밖에.(사실 국가, 정치학, 군주론은 다 읽었지만 다시 순서대로 훑으면서 홉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해 봐야 겠다)

 

 

아, 이 책은 내가 만나 본 서양 미술 그림책 중에 단연 최고의 책이다. 이 책은 서양 미술 입문자와 미술 문외한들에게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아주 세련되게 가르쳐준다. 이런 책이 소리소문없이 사장되고 있는 게 안타깝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써 놓았다. 느낌은 이정도로. 반드시 구입해서 읽어보시길 모든 분들에게 강추드린다!

 

 

베르그손의 <창조적 진화>를 발췌한 지만지고 고전선이다. 이 시리즈의 책들은 모두 원서의 발췌번역이라 원전을 읽기 버거운 사람들에게 유익할 수 있다. 비슷한 총서로 책세상 문고 고전의 세계가 있는데, 책세상 문고본 보다 가격이 높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다만 몇 권을 같이 읽어보니, 지만지고본 번역이 대체로 훌륭했다. <창조적 진화>가 어떤 책인지 알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은 그만이다. 번역도 좋고, 원서의 가장 많이 읽히고 중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창조적 진화>의 핵심이 담겨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빠른 시간에 <창조적 진화>의 엑기스를 원하는 분들에게 금상첨화인 책.

 

 

베르그손 핵심 사상을 담고 있는 베르그손 철학의 정수. 철학책으로는 유일하게 192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읽고 있으면 철학서가 아니라 문학작품을 읽는 착각이 들정도로 아름다운 문장들이 널려있다는데, 번역서는 베르그손의 아름답고 완벽한 문체를 되살리지 못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번역이 좋지만 중간중간 한국어 문장이라고 볼 수 없는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훌륭한 번역이다. 계속 읽어가야 할 책이라 목표를 10회독으로 잡고 있다. 고 박홍규 교수가 베르그손 강독을 하면서 베르그손 저작들은 통째로 암기해야 한다고 자주 말했다는데....충분히 그럴만하다 생각한다. 불어를 전공한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있다. 제발 번역할 때 한국어 문장에 유의하여 번역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말은 주어 동사 서술어 순이다. 줄표는 최대한 적게!

 

문지 스펙트럼 총서 우리시대의 지성 시리즈 중 5번째 책. 이 시리즈를 전부 모으고 있기 때문에 헌 책방에서 구입한 책이다. 특히 우리시대의 지성시리즈는 6권 아도르노와 현대사상을 제외하고 모두 갖고 있다. 문지스펙트럼 총서 중에서 가장 퀄러티가 뛰어난 시리즈인데, 주경철의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매우 쉽고 유익하다. 문지스펙트럼 총서 산문 시리즈 중에서 읽고 만족한 몇 권 중에 꼽을 만한 책이다.

이 책은 주경철이 소개하는 서양사 명저 소개 쯤된다. 서평도 아니고 리뷰도 아닌 학부생들에게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형식의 책이다. 학교 강의 자료를 묶어 책으로 냈다는데, 리뷰보다 훨씬 낫다는 게 주관적인 평. 여기 수록된 책들은 그야말로 서양사상사 연구의 필독서들이다. 수록된 주된 저서들은 다음과 같다.

브로니슬라우 게레맥의 <빈민과 걸인의 역사>, 노베르트 엘리아스의 <매너의 역사>,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의 역사>, 자크 르 고프의 <연옥의 탄생>, 페르낭 블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카를로 진즈버그의 <밤의 전투>, 윌리엄 맥나일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인용이 불명확하여, 어떤 게 책의 내용이고 어떤 게 저자의 생각인지 종잡을 수 없다는 거. 그것만 제외하면 아주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십자군 전쟁에 대한 책들은 꽤 많다. 두꺼운 개론서에서부터 얇은 살림 문고본까지. 정말 다양하다. 뭘 읽을까 고민하다가 책의 편집이 가장 화려해서 골라든 책이다.시공 로고스 총서. 물론 내가 컬렉션하는 책들 중 하나다.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가니 2400원에 팔고 있어 냉큼 집어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책에 매우 실망했다. 사진과 도해는 나무랄데없었는데 번역이 구렸다. 시공 로고스 총서를 몇 권 읽어보니 번역이 별로 좋지 않고 채계가 없는 것이 단점이었다. 이 책은 그 단점의 결정판. 화보 보듯이 자료 감상하는 선에서 그쳐야지 많은 걸 바라면 안 돼는 그런 책.

 

추천에 의해 구입한 책이다. 와~ 이 책 완전 유익하다. 우리는 대체로 페르시아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른다. 페르시아가 중동의 어느 나라를 가르키는지 헷갈려할 때도 있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는 일반인들 중 페르시아 문화를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책은 페르시아 문화에 대한 개론서이다. 관심이 없다면야 읽을 필요가 없을수도 있지만 자신의 교양을 위해서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페르시아 문화에 대해서 궁금했던 점이 아주 얇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알차게 들어있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 온 살림지식문고본 중(총서를 100여권 모으고 있고 한 70여권 읽었다)에서 그 퀄러티가 10위 안에 들 정도다. 누구에게라도 강추할 수 있는 책이다!

 

역시 살림문고본이다. 살림문고본을 열심히 사서 모으고 있다. 읽는 속도는 역시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70여권 정도 읽었다. 퀄러티가 들쭉날쭉하지만 그래도 이 문고본은 평균 이상은 한다. 이 책은 타이틀이 <유럽왕실의 탄생>이지만 애석하게도 유럽왕실이 아니라 잉글랜드 왕실의 탄생이다. 왜 책 제목을 그따위로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저자는 잉글랜드가 유럽왕실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역사를 차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것이다. 영국 왕실의 역사는 거슬러 올라가면 프랑스, 스웨덴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이런 타이틀을 달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잉글랜드 왕실의 탄생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용은 아주 유익하다. 잉글랜드 왕실이 유럽에서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역사를 알 수 있기에.

 

박신영의 <삽질정신>. 내 스마트 폰에 아주 유혹적인 광고가 떠서 구입할 요량으로 도서관에서 탐색차 본 책. 뭐, 난 모르고 있었지만 광고계에서는 꽤 유명한 친구다. 공모전의 여왕으로 불려, 공모전 상금으로만 혼수비용을 마련했다는 그녀. 하지만 책은 대실망이다. 광고 공모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팁을 준다는 게 이 책의 콘셉이었는데, 그냥 자기자랑에다가 아주~ 피상적인 얘기로 시종일관하고 있다. 자기의 노하우를 아주 힘들게 오픈했다는데, 도대체 광고 공모전에서 입상하기 위해 파워포인트 입문단계를 그리도 자세히 언급할 필요가 있는지. 여튼 뭘 건질려고 보려는 사람에게는 완전히 비추인 책이다.

참고로, 공모전의 여왕이라하길래 참가하는 대회마다 대상을 탄 줄 알았는데, 수상경력 중 동상 안에 들었던 상은 20여개 대회 중에 5개 정도 된다. 대상은 두 번. 그녀의 업적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수상 실적에 따른 자기 피알로 공모전의 여왕이라는 건 좀 무리인듯.

 

사실 이 책은 어느 서점에서 2년 전에 1000원 주고 구매한 책이다. 자계서들은 거의 사질 않는데, 새책이 너무 싸서 그냥 냉큼 샀다. 20살 근처의 후배들에게 줄 요량으로. 어찌하다 보니 그냥 책을 집에다 방치해 놓고 있었다. 얼마 전 알라딘에 책을 팔기 위해 갖고 갔었는데, 신간 40%세일이라 구매하지 않는단다. 신경질이 도져서 그냥 읽기로 했는데, 아뿔싸....이 책 정말 좋다. 20대가 아니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자계서 중에 이런 정도의 실천적 지침이 있는 책은 사실 매우 드물다. 사람마다 모두 개성과 기질이 달라 저자의 방법이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의 특이하고 폭넓은 경력으로 인해 저자의 조언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저자인 나카지마 다카시는 현재 경영컨설턴트, 경제평론가, 저널리스트, 작가, 출판기획자 그리고 대학 및 비즈니스 스쿨 강사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저자가 주최하는 강연과 세미나는 외국계 기업에서 폭발적인 인기와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독서와 시간관리 그리고 인간관계와 프로의식에 관해서 이처럼 구체적으로 콕콕짚어 이야기하는 책은 별로 없다. 특히 20대에 유용하니 자신이 현재 사회초년생이거나 '청춘'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일독하면 매우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버리지 않고 읽은 것이 대어를 낚은 느낌이다~ㅎ

 

이 책 역시 지인을 주려고 쟁여 놓았던 책인데, 정리를 하려고 펴든 책이 순식간에 끝까지 읽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수집하는 매니아에게는 별로 볼 게 없는 책이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책과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을에게 책에 대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 준다는 점이다.  2주에 책을 한 권 읽기 위해서 책을 어떻게 고르고, 어떻게 구매하며, 어떻게 생각을 정리해 놓는 지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통계수치상으로 우리나라에서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3천만이 넘는다. 그래서 이런 책은 필요하다. 개인 차는 있지만, 어느 순간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은 도래하기에~

역시 처분하려했던 책이 대박을 친 사례다. 자계서라고 모두 거시기한 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 ㅎ

 

이거, 겁대가리를 상실하지 않고는 출간할 수 없는 책이다. 초학자가 제정신을 갖고 이런 책을 출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 비트겐슈타인을 전공한 저자가 우리나라 문학 비평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가한 책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성이라 회자되는 김윤식과 김우창을 깐다. 오~~정말 용감하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책의 페이지가 넘어간다. 비판서가 실로 재미있다! 철학자 특유의 비판정신이 살아 있어 앞으로의 저작들이 기대되는 저자이다. 이런 책은 널~~리 읽혀져야 한다. 아주 널~~~리!

 

 

중동과 회교도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싶어서 펴든 책이다. 사실 이 분야의 지식의 별로 없어 좀 알아 볼 요량으로 쭉~ 읽는 와중에 <이라크의 역사>다음으로 본 책이다. 하~ 그런데, 살림문고를 그렇게 애독하고 있었지만 이 책처럼 함량미달이 책은 없는 듯하다. 저자가 정말 글을 못쓴다. 더군다나 완전 중구 난방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의 나열, 그러니까 권력자들과 왕조의 나열에 불과하다. (무슨 '이란'이라는 나라 이름이 처음부터 나오는가) 살림문고라 분량상 참고 끝까지 읽었는데, 남는 건 압둘~, 모하메드~, 무함마드~, 알~ 등의 이름과 티므르조, 사파비조, 잔드조, 팔레비조 등의 왕조 이름뿐이다. 누가 무슨 나라를 세우고 또 무슨 전투에서 져서 아들 누가 어디로 도망가서 어디에서 무슨 왕조를 세우고....이런 식의 끝없는 반복. <이라크의 역사>는 짜임새가 있어 좋았는데, 이 책은 최악이었다. 재미도 드럽게 없고!

 

 

동종계열 최강의 입문서! 입문학 초학자들을 위해 학자 이름을 달고 출간된 책들이 꽤 많다. '30분에 읽는' 시리즈를 비롯하여 '한길 로로로 총서',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하룻밤지식여행'시리즈, 살림문고 시리즈 일부 등 꽤 많다. 그 중 '니체'로 검색해서 뜨는 책 중 가장 쉽고 체계있게 철학자 니체에 대해서 알려준다. 특히 니체 철학이 탄생 배경인 근대철학사가 아주 간결하게 압축되어 있는데, 이 책의 최고 장점 중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니체 철학의 핵심 개념들과 저작들의 핵심 그리고 니체에게 영향을 준 철학자와 니체가 끼친 영향 등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니체 철학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부터 읽으면 니체 사상이 한 손에 잡힌다. 이런 수준의 개론서를 만나기는 정말 쉽지 않다. 가격과 분량대비 최고다.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이다.

 

김성곤 교수의 영화 에세이. 영문학자인 그가 더이상 영화평론을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나의 바람과는 달리 그는 영문학 논문 뿐만 아니라 영화 에세이도 줄기차게 출간하고 있다. 가벼움과 볼거리의 대명사인 할리우드 영화를 재미로만 감상하지 말고 거기서 미국 문화의 코드를 읽으라고 넌지시 가르쳐 주는 책. 몇 몇 영화의 거슬리는 평가를 제외하고는 읽을만하다. 뭐, 잘난척하는 투의 개념들을 사용하지 않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다. 그가 할리우드 영화 속에 감추어져 있는 미국 문화의 코드들을 건져 올려 보여주는 건 사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쭉~~영화를 보면서 에세이를 써온 저자만의 내공이 곳곳에 담겨있다. 그런 면에서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타이틀과 내용 뭐 하나  나무랄데 없는 진중권 저서 중 갑 중의 갑. 물론 내가 읽는 그의 6권의 책들 중에서. 진중권 하면, 독설이 빠질 수 없다. 이 책 역시 매우 독설의 수위가 높은데, 그럼에도 책의 완성도는 가히 최고 수준이다. (그가 늘 하던) 보수 측에 대한 원색적 비판이지만 글의 구성이 독설에 아우라를 부여하고 있다. 젊은 날 그의 비판의식의 정수를 오롯이 담고 있다고 여겨지는 책. 왜냐하면 요즘 진중권의 책을 보면 초기 저작들보다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 드니까. 어쨌든, 이 책은 정말 강추한다!

 

 번역가들이 반드시 봐야 할 필독서다. 하지만 번역가들, 특히 프랑스 철학이나 독일 철학 번역가들은 이런 책들은 거들떠도 안 보겠지. 정말 슬픈 현실이다. 책을 보면 어떤 문장이 나쁜 문장인지 구분해서 설명해 놓았는데, 대부분 철학 번역서들의 문장들과 대동소이 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나라 인문 번역서들은 '쁜 문장'의 보고쯤 된다. 나쁜 문장을 찾고 싶으면 동문선 인문 시리즈 아무거나 집어들어서 아무 페이지나 펴면 몇 십개의 '나쁜 문장'들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

얄팍한 살림 문고본 이지만 좋은 우리말 구사를 위해서 필독해야할 좋은 책이다. 학생들과 인문서 번역가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역시 알라딘에서 2700원에 데려온 책이다. 현재까지 시공로고스 총서 13권 모았다. 사실 <교황의 역사>는 갑인공방에서 나온 큰 하드커버 책이 있다. 내용은 매우 체계적인데, 휴대하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이 책을 구매한 거다. 물론 좋은 그림과 사진이 갑인공방에서 출간된 것보다 훨씬 많다. 그래서 좋다. 하지만 내용은 중구난방이다. 체계있는 교황의 역사를 생각했는데, 완전 오산이었다. 그래도 초대교회와 교황과의 관계, 그리고 당시 교황들이 바울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았던 건 예상치 못한 소득이었다. 번역도 그리 나쁜 거 같지 않고, 체계없이 그냥 교황의 역사를 훑는 다는 생각을 가지면 얻을 게 꽤 많은 책이다. 근데, 경험상 시공로고스총서는 해당 주제에 대한 그림과 사진을 감상하는 수준에서 그쳐야지 많은 걸 바라면 안 된다. 이것만으로도 책 값은 한다. 뒤에 추가로 붙어 있는 자료는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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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정리는 요기까지고, 나머지는 그냥 완독한 책들. 헐~ 느낌 정리도 한번에 하려니 힘들다. 아래 책 중에서 입문서인 <푸코>와 <물질과 기억>이 꽤 괜찮았다. 총서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퀄러티가 높았다는~

이번 여름 얄팍한 독서 경험으로인해 결심한 것이, 살림에서 나온 <e시대의 절대사상>시리즈와 하룻밤지식여행시리즈 그리고 30분에 읽는 시리즈를 모두 독파하기로 했다. 전에도 간간히 읽어 왔지만 교양 입문서로는 가장 쉽고 문외한들에게 실로 유익하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으니!

 

 

 

 

 

 

 

 

 

 

 

 

 

 

 

 

 

 

 

 

 

 

 

 

 

 

 

 

현재 읽고 있는 책

 

 

 

 

 

 

 

 

헤겔레스토랑은 세미나 다음 책이라 구입하긴 했는데, 세미나에 나가지 않은지 꽤 됐고 베르그손 저작 때문에 한참 후에야 읽을 거 같다..서문만 읽었는데도 숨이 막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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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3-08-22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얄팍해도 대부분 만만치 않은 책들이네요. 저는 읽을 엄두가 잘 나지 않는. ^^

yamoo 2013-08-23 14:44   좋아요 0 | URL
아니어요~ 얄팍해서 하루만에 해치울 수 있는 책들이어요. 위 시리즈 중에서 야클님께서 관심있어하시는 책을 뽑아 읽으시면 제 말씀이 뻥이 아니라는 걸 아실 거에요. 정말이에욤!^^

흠, 근데 관심이 없으면 읽기 지루할 것두 같네요~ 에구~

박람강기 2013-08-22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솜씨는 여전하시군요...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yamoo 2013-08-23 14:45   좋아요 0 | URL
헐~ 감사합니다. 근데, 여전하다는 말이...저를 아시는 분 같은데...뉘신지..

궁금하다궁금하다궁금하다..^^;;

박람강기 2013-08-23 16:12   좋아요 0 | URL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냥 가끔씩 들러 눈팅만 해온 팬(?)입니다..ㅎㅎ
너무 오랜만에 좋은 글 써주셔서 반가운 마음에 댓글 달았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oren 2013-08-22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께서는 저 짧은 두세 달 동안에 어쩜 저리도 다양한 책들을 읽으시는 걸까요? 그저 놀랍고 부러울 따름이네요.

야무님의 글을 보니, 문득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 플라톤의 '국가'가 꼼꼼하고도 세세하게 검토되었던 걸 읽은 기억도 떠오르네요. 그리고 야무님 덕분에 읽었던 베르그손의 책들도 새삼스럽구요. 저는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을 읽고 곧바로 그의 책들을 모두 샀는데, '물질과 기억',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은 아직까지 읽기를 미뤄두고 있답니다.

베르그손의 '창조적 진화'를 감명깊게 읽고 나서 '서평'을 꼭 써야지 하고 마음먹었다가, 그 책에 여러번 인용된 다윈의 '인간의 유래'를 읽느라 그만 놓쳐버렸어요. 베르그손의 '창조적 진화'는 쇼펜하우어의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라는 책 내용과 닮은 측면이 꽤 많아서(거의 명백한 '표절'이 아닐까 싶은 부분들이 많아서 너무 놀랐어요. 인터넷을 뒤져 보니 실제로 그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계시는 '철학자' 분의 글도 있더라구요) 제 개인적으로는 꽤나 놀랐던 책이었는데, 베르그손 고유의 섬광과도 같이 빛나는 통찰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참 강렬했던 것 같아요.

yamoo 2013-08-23 14:48   좋아요 0 | URL
에이~ 오렌님에 비교하면 전 얄팍한 책만 읽은 거죠.ㅎ
압도적인 두깨의 고전을 찾아 주로 읽으시는 오렌님이 전 부러울 따름이에요!

다윈의 <인간의 유래>를 다 읽으셨으면 창조적 진화의 페이퍼가 곧 올라오겠군요~ 완전 기대되는 걸요^^

근데, 쇼펜하워의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포함된 글인가요? 아님, 단행본으로 된 한나의 책인가요?? 입수해서 읽어봐야겠어서 문의드려봅니다~

oren 2013-08-23 15:48   좋아요 0 | URL
쇼펜하우어의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는 주저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보론' 격의 책이지만, 그가 주저를 발표한 이후(주저가 너무 어려워 세상 사람들이 도대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엄청난 실망 속에 절필하다시피 지내다가) 무려 17년 만에 발표한 '완전히 따로 쓰여진' 책이에요. 자연과학과 형이상학을 이어주는 사상 최초의 책이라고 평가받고 있어서 베르그손의 <창조적 진화>를 읽는데도 굉장한 도움을 얻었던 책이지요.

제가 베르그손의 <창조적 진화>, 다윈의 <종의 기원>과 쇼펜하우어의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 등을 묶어서 페이퍼를 하나 쓴 게 있는데 그 글을 읽어보시면 조금 더 참고가 될 지도 모르겠네요.

* * *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에 관한 이야기
http://blog.aladin.co.kr/oren/6067699

yamoo 2013-08-23 18:27   좋아요 0 | URL
이럴수가~!!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이거 저번달에 도서관에서 보고 번역이 잘 돼 있어 사려고 찜해놓은 책이었어요! 김미영역자!! 근데...완전 망각..ㅠㅠ
아..점점 증상이 심해지네요~ㅜㅜ

oren 2013-08-23 21:20   좋아요 0 | URL
저 책을 직접 보시고도 깜빡 하셨다니 정말 놀랄 일이군요. ㅎㅎ

yamoo님의 말씀처럼 김미영 교수님의 번역은 정말 좋더라구요. 철학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분이고, 쇼펜하우어 철학을 깊이있게 공부한 분으로 알고 있구요. 그 분이 번역하신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라는 책도 제겐 아주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었답니다. 그런데 제가 쇼펜하우어의 책들을 읽은 순서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완전히 거꾸로' 였더라구요. ㅎㅎ

쇼펜하우어의 학위논문이었던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라는 책의 소개글을 덧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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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가 1813년에 완성하여 1847년에 개정·증보한 박사학위 논문으로, 인식주체의 선천적 능력에 관한 쇼펜하우어의 생각이 압축적으로 표현된, 그의 철학 전체의 핵심이 되는 작품이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이 논문은 그의 주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서론에 해당하는 것으로,<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읽어줄 것을 그는 독자들에게 요청한다.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는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등 앞선 철학자들이 ‘원인’과 ‘인식이유’를 구별하지 않음으로써 철학적으로 심각한 혼란이 초래되고 그것이 허구적인 신의 존재증명으로 오용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칸트를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생성, 인식, 존재, 행위라는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대해 치밀하게 논증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3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김성곤 교수는 영화책 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퀄리티가 많이 떨어지기는 해요...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래도 꾸준히 영화에 대한 책을 내시는 것을 보면 열정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yamoo 2013-08-23 14:50   좋아요 0 | URL
저두 발님과 같은 의견...ㅋㅋㅋㅋ
김성곤 교수가 정말 영화를 좋아하긴 하나 봅니다. 정말 영화에 대한 열정만은 대단하신거 같다는..보고 글쓰는 일도 보통일이 아닌데 말이죠. 언제 그 많은 영화를 보고 글로 옳기고, 또 영문학 책과 논문을 쓰시는지..가끔 생가하면 김성곤 교수 정말 부지런하시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5 16:46   좋아요 0 | URL
교수들은 책 안내죠. 일단 교수 되면 생활이 안정이 되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고
책보다는 논문을 써야 점수가 높잖아요. 그래서대부분은 논문에 시간을 투자한다고 하더라고요..

yamoo 2013-08-26 11:5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잡문을 책으로 묶어 내는 교수들이 있는 걸 보면...그런 교수들이 참 열심인 것 같아요. 물론 그 교수들 평가 점수 때문에 논문도 쓰는 걸 보면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이..ㅎ

강준만, 현택수, 김영식 교수 같은 사람들은 그래서 참 대단한 거 같습니다. 그 중 김성곤 교수도 포함해서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