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러니까 2009년 여름 내내 수영에 미쳐 있었습니다. 친구들하고 주말이면 올팍 수영장에 가서 살다시피 했죠. 이후 다리에 쥐가 나서 물을 엄청 먹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또한 살이 쫙쫙 빠져서 잠정적으로 중단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다시 시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엊저녁에 컴터 파일을 정리하면서 보니, 어느 수영카페에 등록하고 수영일기랍시고 쓴 일기가 있어서 생각난 김에 여기 정리해 둡니다.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나고, 나중에 다시 수영을 시작하려면 기억에서 사라지지 말아야 하기에..
2009년 7월 12일
7월 달 처음 수영장에 등록하고 수영을 배우고 있지만 정작 강사가 가르쳐주는 건 거의 없는 듯합니다~
중학교 3학년 이후 처음으로 수영장엘 가는 거였고, 그간 수영장 시설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구조가 어떻게 개선됐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첫날 간 수영장은 좀 당황스럽더라구요. 사우나에 샤워시설에..ㅎㅎ
강습반을 등록 했는데, 솔직히 접영만 배우고 싶어서 등록했거든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그런지 강사가 가르쳐주는 시간은 개인당 1분여 정도 되는 거 같습니다. 보통 한 레인에 30명 쯤 되더군요. 강습이라고 볼 수 없는 현상.. 첫날 가니 발차기, 자유형, 배영 등으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고, 강사는 중간에서 폼 교정해 주고...
접영 배우러 왔는데, 하나두 안 가르쳐 주는 겁니다. 그래서 끝나고 물었죠. 저..접영 배우러 왔는데요..왜 하나두 안 가르쳐 주시나요? 강사분 왈~ 어디까지 배우셨는데요? 처음이라니까요~ 음..그럼 웨이브부터 하셔야 하는데요..그거 연습하게 어떻게 하는지 원리라도 알려주세요..하니, 강사분이 저보고 물에 엎어지랍니다. 엎어졌더니 목잡고 막~~~웨이브를 넣어줍니다. 우웨엑~~ 얼마나 세게 흔드는지...그러고 나서 묻기를 웨이브 타는 느낌이 오냐고...하두 정신이 없어서, 그..그런 거 같다고 얼버무렸습니다. 그렇게 하면 된다고..담 시간부터 연습하라고 합니다..ㅎㅎ
둘째 날 되서 웨이브 연습하려고 하니, 강사 분이 지금은 발차기 시간이니 발차기로 왕복 3번 왔다 갔다 하고, 자유형 한 다음에 연습하랍니다. 우~~디게 열받더라구요..시간이 50분인데, 정작 웨이브 연습할 시간은 15분밖에 없더군요...대충하고 웨이브 연습을 합니다. 엇, 근데 첨 이니 웨이브가 안 되는 겁니다. 갑자기 신경질이 막 납니다. 그때, 강사분 왈, 웨이브가 전혀 안되시네요. (아씨~)당연하죠~ 어제 첨 원리라는 걸 배웠는데..(젠장!) 근데, 어떻게 하면 앞으로 가나요? 강사분이 물에 첨벙 뛰어들더니, 직접 시범을 보여줍니다. 가슴을 이렇게 앞으로 넣고...쭉~~갑니다..보셨죠? 아, 예~~..해보세요..그래서 해봤습니다. 해도 안 됩니다. 물었습니다. 안되는데요..강사분이 왈, 아~ 유연성이 없으세요~ (아, 젠장~ 유연성 없는 거 저도 안다구요~~)
그때 한 수영 카페를 알아서 자료 보고 동영상보면서 연습했습니다. 동영상이 엄청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아침에 자유수영가서 연습하고 강습 없는 날 밤 자유수영가서 연습하고...그렇게 2주가 가니 얼추 웨이브가 되더군요..강사한테 물어도 소용없습니다. 맨날 자기가 시범보이고 그렇게 하라고..제가 생각하기엔 강사는 절대 그렇게 가르쳐서는 안되는 거 같습니다. 웨이브를 해보니 원리가 있더군요. 몸이 어떻게 앞에서부터 파도처럼일렁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강사는 고걸 가르쳐 줘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갈 수 있는 방법..강사가 너무 안일하게 가르치는 거 같다는 생각을 살짝 해봤습니다~
말이 강습반이지 강습 받은 건 거의 없고, 모 카페 동영상 보고 연습하는 걸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동영상 보고 마인드 트롤해서 담날 아침에 해보고..
어제 밤 자유수영가서 처음으로 접영 동작을 연결시켜 해봤습니다. 팔이 빠지고 앞으로 가지더라구요..아직은 몇 번 못가지만 7월이 지나기 전에 꼭 접영으로 25미터를 가보는 게 목표입니다. 해보니 접영이 어떻게 해서 헤엄치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이제는 죽으라고 연습하는 것만 남은 거 같습니다. 동영상 반복해서 보면서 계속 마인드콘트롤 해야 할거 같아요..
근데, 해보면서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 있는데요, 접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웨이브인거 같습니다. 기본 중 기본이지만 이게 잘되지 않으면 나중에 만세 접영이 될거 같다는 얘감이 불현듯 스치네요..하루도 거르지 않고 웨이브 연습을 해야 겠습니다..ㅎㅎ
개인적으로 다른 영법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배워볼 생각이 거의 없습니다. 오로지 접영! 돌고래처럼 접영할 수 있는 그날이 얼릉 오면 좋겠습니다.
이상 왕초보의 처음쓰는 수영일기였습니당~~ㅎㅎ
2009년 7월 26일
7월1일 수영강습을 받은 이후 거의 한 달이 지나가는군요..
감기 때문에 4째 주를 완전히 날려버렸지만..
거의 10여 일 만에 보는 우리 강사 샘. 한 달이 거의 다돼가니 30명 하던 인원도 반으로 줄었군요~ㅎㅎ
발차기하고 자유형 3번 도는데....매번 느끼는 거지만 자유형은 정말 어려운 거 같습니다.
크롤 할 때 귀를 스쳐 앞으로 쭉 손이 나가 멀리 물을 잡아야 하는데 잘 안 되는 거 같아요. 첨엔 몰랐는데, 디게 신경 쓰이고 많이 어설픈 느낌입니다. 그리고 호흡. 너무 습관이 들어서 그런지 머리가 왼쪽 어깨에 붙지 않고 자꾸 떨어져 자꾸 물을 먹고 있습니다. 습관을 버리려고 하니 무척 힘들군요. 호흡 시 다리와 몸 자세도 신경 쓰려니 몸이 계속 경직되어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 정말 신경질이 납니다. 옆으로 왼손 뻗어 글라이딩 할 때는 잘 되드만..
뭐, 자유형은 교정을 잘만하면 되는 것이고..
이제 저의 최대 관심인 접영...다른 사람들은 배영하고 평영 하는 동안 저는 접영 웨이브 합니다. 강사 샘이 웨이브하는 절 보더니, 오~~웨이브가 되시네요! 합니다~ 이거 제대로 하려고 비됴 보고 열심히 연구했습니다~ 라고 속으로 외쳤습니당~~ㅎㅎ 강사샘이 신이 난 얼굴로 풀장 밖으로 나오랍니다. 연습풀장에서 한 손 접영 가르쳐 줍니다. 웨이브하는 것과는 달리 다리를 두 번 찬다고...타이밍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몇 번 해봤는데, 잘 안돼서, 타이밍이 잘 안 맞는다고 했더니, 열심히 설명해 줍니다. 잘 못하니 시범까지 보여주면서 어떻게 하라고 합니다~ 오~~사람이 절반으로 줄어드니 자상하게도 가르쳐주는군요. (참고로 우리 강사 샘은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샘 입니다~ㅎㅎ)
연습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몇 번인가 헤엄쳐 가게 되었습니다. 그 느낌으로 원래의 풀장에서 연습하랍니다. 다시 풀장으로 돌아와 해보니...오~~한팔 접영이 되는군요! 하다보니까 되네요..ㅎㅎ 원래는 강습1시간인데...이 후 타임이 자유수영시간이라..한 시간 더 연습하다가 왔습니다. 한팔 접영으로 신나게 가니...욕심이 생겨서 양팔 접영을 해봤는데 두세번 가다 말더군요. 한 팔로 접영하기보다 리커버리가 넘 힘드네요~
동영상과 사진을 보고, 아무리 이미지 트레이닝 해도 물 속에서 물잡고 하이엘보 자세 취할 겨를이 전혀 없습니다. 타이밍 맞추기도 힘든데...뭐, 낼은 오늘보다야 낫겠죠..ㅎㅎ 힘 안들이는 접영의 고지가 이제 서서히 보이는 것 같군요..몇 단계 거치면 접영으로 얼추 25미터 갈 수도 있을 거라 욜라 예상해 봅니다.
낼 아침 또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ㅎㅎ 휴가가 담 주니, 담 주는 놀러가는 날 빼고는 수영장에서 살아야겠군요. 휴가가 끝나는 날 기필코 힘 안 들이는 접영을 해야겠습니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