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경이 날카롭다. 옆 집에선 애기 우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고, 컴터는 매일 바이러스에 걸려 이상한(?) 증상을 쏟아낸다. 아침에는 항상 출처불명(?)의 자가용이 현관 대문을 떡~하니 막고 있다. 드디어 누적된 화가 폭발했는데, 바로 현관 문에 차를 주차하는 차주 때문이다.

몇일 전 늦은 저녁 무렵이었다. 갑자기 피스타치오 마루가 먹고 싶어졌다. (사실, 이 빙과류는 근래 나온건데, 무척 맛있다. 내가 피스타치오를 아주 좋아해서도 그렇지만) 그래서 슈퍼에 갈려고 집앞을 나서는데, 바로 내 앞에서 차주가 차를 주차시키고 있었다.

딱, 걸렸다. 열이 뻗쳐 따졌다. 도대체 왜, 맨날 여기다 차를 대냐? 당신 어디 사냐? 그랬더니, 바로 옆 집에 산단다. 그럼 당신 집 대문 앞에 댈 것이지 왜 여기다 대느냐? 주위를 둘러봐라. 집앞 통로를 막는 차가 있는지.

지두 잘못을 아는지, 미안해 한다. (그런데 전혀 미안한 기색이 아니다) 댈 곳이 없어서 그런다. 한 번만 봐주라. 그런 거 필요 없고 한 번만 더 여기 대면 구청에 신고할 것이라 말해줬다. 피스타치오 마루를 사서 돌아오니, 차는 어디다 댔는지 없어졌다.

앓던 이가 빠진것 같이 시원했다. 그런데, 어제 아침, 집을 나서는데, 또 다른 차가 현관 문을 막고 있다. 이러~ 우라질!!! 이번엔 다른 차다. 흰색 승합차다. 도대체 어떤 넘의 시키가 또 여깄다 댔는지 열이 뻗쳐 아침부터 전화를 했다.

전화에다 대고 왜 현관문 앞에 차를 댔는지 따졌다. 빨리 나오라 했더니, 1분도 안돼서 튀어나온다. 바로 내가 사는 집의 아랫 층 녀석이다. 같이 사는 사람인데, 왜 딱딱 거리냐고 화를 낸다. 댈 대가 없어서 그랬다나. 그건 당신 사정이고, 왜, 화를 내냐, 엄연히 이건 불법이다. 다시 한 번 여기 대면 구청에 신고할 거라 알려줬다. 씩씩거린다.

아는 넘들이 왜 현관문 앞에 차를 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버스를 타러 가면서 보니, 길의 양쪽이 모두 불법주차 자가용때문에 골목길을 침해하고 있다. 불이라도 나면 소방차가 어떻게 들어오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차주들을 이해할 수 없다. 자기만 편하며 장땡인가?

양쪽에 주차된 차로 인해 길은 차 한 대 정도 지나갈 정도로 좁아졌다. 그런데 그 길을 기어코 차가 지나가겠다고 뒤에서 빵빵거린다. 정말 환장하겠다. 신경질을 넘어 차들을 폭파시켜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사람보다 차가 더 활게치고 다니는 세상이다.

자가용 차가 소비하는 에너지가 영업용 차의 그것을 넘은지 오래라고 한다. 95년 통계치를 보면 자가용이 54.1%, 영업용이 45.9%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는 이보다 훨씬 더 차이가 날 것 같다) 그 내역을 보면 왜 집주위에 불법주차 자가용이 넘쳐나는지 알 수 있다.

공휴일을 제외하면 자가용은 거의가 출퇴근 용이며, 출퇴근시 평균 탑승 인원이 89년~92년에 1.6명 이었던 것이 95년 1.4명, 2001년 1.3명으로 낮아지고 있다. 현재 통계치는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추이로 보건데 1명도 채 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명 '나 홀로 차량'이 많아지다 보니 도시 교통체증은 악화되며, 주거 지역에 주차 대란을 불러 오는 것 같다. 차량 10부제나 요일제 시행은 그  실효성이 거의 없으며 불법 주차가 만연해 있는 것을 보면 자가용 운전자들의 이기심은 실로 대단하다.

그렇지 않아도 자동차로 인해 대기오염, 소음공해로 시달리는데, 여기에 주차 문제까지 더해지니 불쾌지수는 나날이 늘어만 간다. 특히 주차문제 시비로 살인까지 일어난다니 사회적 골치거리인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에 따르면, 자동차 운전이 이기심을 조장하여 타인을 배려하는 의식을 망각하게끔 한단다. 일본 오비히로 축산대 스키다 사토시교 교수는 말한다.

"보행자를 훨씬 능가하는 속도, 중량, 크기 그리고 안과 밖의 명확한 분리 등 자동차의 본질적 구조가 운전자의 우월의식과 이기심을 키운다. 그래서 차 밖의 사람들을 장애물로 간주, 적개심을 품고 길에서 몰아내며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고약한 인간이 되어간다."


그 피해는 결국 보행자 특히 어린이 노인, 장애인들에게 집중된다. 원래 길의 주인이어야 할 사람을 차가 길에서 쫓아 내는 꼴이다. 거기다가 빵빵거리면서 천대하기까지 한다. 누구나 똑같이 다닐 수 있었던 길에서 '통행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법과 제도 차원의 강제력이 아니면, 나홀로 차주의 이기심을 제어할 수 없을 듯 보인다. 다시 한 번만 더 문 앞에 주차를 하는 차가 보일시 바로 구청에 견인 신고를 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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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10-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관앞에 차를 대놓다니..곤란하시겠습니다요~~다들 자기머리에 차를 얹어줘야되여~~
예전에 아빠가 명쾌하게 운전을 가르쳐주셨었죠~
교차로에서 초록불로 직진하는데 좌회전하면서 차량이 밀고 들어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때, 아주 간단하게, 법 어쩌구 고민하지말고~ 그게 사람이면 니가 계속 가겠냐고 하시더라구요^^; 차도 사람처럼 생각해서 운전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요즘엔 사람이 사람취급을 못받으니 참 이상해지네요~

yamoo 2011-10-06 22:23   좋아요 0 | URL
곤란한 정도가 아니라, 신경질 나서 죽겠어요. 거의 매일 차들이 문 앞에 있습니다. 책장들여오는 것도 얼마나 애먹었는지 모릅니다. 보고 있자니 분노가 한계에 다다르더라구요~ 차주들이 모두 pjy님 아버지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10-0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파트 삽니다. 당연히 현관앞에 대는 경우는 없지만 주차할 자리가 아닌데 대는 경우가 많아서 짜증이 많이 나죠. 놀이터 옆이라던가 장애인구역, 유모차나 훨체어가 다닐수 있도록 턱을 없애 길을 막고서 말이죠. 어떤 날은 아예 변분을 모아다가 뿌려버릴까 생각까지 했었죠. 그냥 유인물 출력해서 와이퍼에 끼워넣는걸로 대신하긴 했는데....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더군요.

너무 공감가서 한마디 남기고 갑니다. 근데 중간에 '평균탑승인원이 1명도 채 안될것'이라는 말씀은 농담하신거죠? ㅎㅎ

yamoo 2011-10-06 22:2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귀를기울이면님~ 반갑습니다^^

아파트의 주차 전쟁이 심각하다는 것을 방송에서 가끔 접해 그 곤란성을 좀 알고 있습니다. 출근할 때 다른 차들을 막 밀고 그런다지요?ㅎㅎ 화가 많이 나실듯..

농담이 아니라, 자동차 평균 탑승인원이 1명이 채 안될 경우도 생길 수 있다네요. 자가용 뿐만 아니라 대형버스나 승합차 등 통계에 모두 포함되서 그렇다는데...

2011-10-06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6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7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8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8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1-10-0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얌체같은 사람들이 많긴 하지요.제 한몸 편하겠다고 남을 불편하게 하니 말이죠.그래선 전 개인적으로 차고지 증명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의 하나입니당^^

yamoo 2011-10-08 21:05   좋아요 0 | URL
차고지 증명제를 강화하던가 해야지 승질나서 죽을 지경이에요~~ 구청에 투서라도 넣어야 할까봐요..ㅎ

cyrus 2011-10-07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야무님처럼 현관 앞에 주차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가 많아요.
제가 사는 곳이 빌라 1층이거든요. 더운 여름에 창문을 열려고해도
현관 앞에 주차하는 차들 때문에 창문 열기가 그렇더라고요 ^^;;
그리고 개념 없이 빌라 대문에 떡하니 막아서 주차하는 차들은 더 싫고요.

yamoo 2011-10-08 21:07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그런 차는 가만두어서는 안됩니다. 현관 앞에 주차를 하는 차주들에게는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뜨거운 맛을 보여줄지는 지금 궁리중입니다..ㅎ 시루스님두 어여 조치를 취하세요..안그러면 계속 그곳에 주차할 겁니다~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봐요~!

감은빛 2011-10-10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이 글을 읽고 스마트폰으로 공감의 댓글을 달려다가 한번 날려먹었어요.
(스마트폰으로 글쓰기 참 어렵더군요!)
주차 문제가 정말 장난 아니게 심각하죠.
저도 비슷한 문제로 여러번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좁은 골목에 주차된 차들 덕분에 차 1대가 겨우 지나가도록 되어 있는 경우.
그 길을 보행자가 걷기는 무척 힘듭니다.
자꾸만 양쪽에서 들어오는 차들 때문에 멈춰서서 꼼짝을 못하게 되죠.
아이를 데리고 걷는 경우에는 더 힘듭니다.
아이는 자동차를 무서워해서 멀리서 차가 와도 길가에 멈춰서 걷지를 못해요.

사람 다니는 길을 자동차가 다 차지하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바꿀수 있을까요?

yamoo 2011-10-13 15:27   좋아요 0 | URL
전, 스마트폰으로 문자 쓰다가 계속 틀린 글자 눌러서 엄청 열받곤 한다는..ㅎㅎ

좁은 골목에 주차된 차들에 강려한 제재수단을 동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해결이 요원할 거 같다는...차주들이 좀 신경을 쓰고 사람들을 배려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게 더 큰 문제인거 같아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