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는 책들을 정리하다가 <단군, 만들어진 신화>(산처럼, 2004)가 굴러 떨어졌다. 내가 이 책을 언제 샀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아마도 일본 국사 교과서 파동이 날 때 즈음 일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바로 위에 이형구의 <한국 고대문화의 기원>(까치, 1991)이 있었으니 비슷한 시기에 구입했던 듯하다.

 

단군과 고조선이 만들어진 신화라는 송호정의 주장을 담은 책이 <단군, 만들어진 신화>인데, 앞부분을 조금 보다가 참으로 이상했다. 국내 고조선 박사학위 1호라는 양반의 글이 주장만 있지 논증이 없었기에. 읽다가 어의가 없어 덮었다. 좀 더 논증적인 고조선 관련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고조선관련 책들을 찾았다. 역사 책 더미 어딘가에 분명히 몇 권 있었을 거다. 내 기억에 이덕일 저서 몇 권하고 고대사학 매국 어쩌고 하는 책을 분명히 사두었었다. 30여 분 가량 찾았나 보. 통사하고 고려 관련 책들과 함께 고조선 관련 책을 찾았다. 리지린의 <고조선 연구>(도서출판 말, 2018)와 김상태의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책보세, 2013).


 






도대체 내가 왜 리지린의 책을 갖고 있는지 도무지 몰랐는데, 갑자기 5년 전 지인이 동북아 고조선 연구 최고의 책이라고 해서 바로 구입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덕일의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는 책도 찾았다. 이 중에서 가장 자극적인 제목을 단 김상태의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거 제대로 짚었다.

 

김상태의 책은 바로 송호정과 그 무리들(이병도-이기백-노태돈-송호정-이형구)의 책들을 아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읽었다. 김상태의 책을 읽은 최고의 소득은 바로 윤내현이라는 고조선 전문가의 발견이다.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학자였는데, 김상태의 책을 통해 윤내현이 얼마나 위대한 학자인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한국 고대사와 그역적들>이라는 책은 저자 김상태가 윤내현의 저서들을 읽고 하도 빡이 쳐서 이기백과 송호정을 비롯한 한국 주류 고대사학계를 신랄하게 비판한 책이다. 윤내현이 이들에게 당한 학문적 숙청을 김상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듯하다. 그래서 윤내현을 대신해서, 윤내현의 이론을 통해 허접한 주류 고대사학계(서울대 라인)를 맹렬히 공격하기 위해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김상태의 책을 읽다가 보면 나도 모르게 격한 감정이 올라온다. 도무지 고대 사학계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들의 이론을 보존하기 위해 새롭게 발굴된 학자의 신선한 이론을 무시하고 비방하며 왕따를 시키는 행태가 꼭 양아치의 짓거리와 닮아 있기에, 도저히 학자들이 세계가 아닌 것처럼 여겨져서다.

 

김상태의 저서들을 이전에 이미 읽어서 그가 어떤 책을 주로 쓰는지 이미 알고 있었긴 하지만, 이 책에 담긴 비판의 수위는 김상태의 저서들 중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논증이 약간 미비한 지점도 있긴 하지만 이기백-노태돈-송호정-이형구-이덕일 등을 비판하는 저자의 공격 수위는 비판서들 중 단연 발군이라 하겠다.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일독해 보면 좋겠다. 정말 재밌고 고조선을 둘러싼 논쟁점과 어떤 게 진실에 근접한 이론인지 이 책을 읽어보면 대충 가닥이 잡힌다. 그리고 고조선에 대해 진실을 파해쳐 보고 싶은 사람들은 윤내현의 저서들을 구입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고조선과 단군은 신화가 아닌 실제한 국가였고, 유물과 사료가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 서론이 너무 길었다. 내가 이 페이퍼를 쓴 목적은 김상태가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에서 윤내현을 21세기의 신채호라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책들은 독보적이고 위대하다! 김상태의 책을 읽으면 그럴 수밖에 없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윤내현의 책을 살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 페이퍼는 김상태가 윤내현의 저서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나같이 잘 몰랐던 분들에게 윤내현의 저서들과 그의 가치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2013) 한국 고대사학계가 고조선에 대해서 쓴 논문은 대략 19쪽 분량밖에 안된다. 정식 학술 논문으로 말이다.

 

그런데 윤내현 한 사람은 그의 첫 논문인 <기자신고>에서부터 시작해서 <한국고대사신론>, <고조선연구>, <한국열국사연구>로 이어지는 고조선 연구서가 자그마치 약 2000페이지를 넘는다. 19vs 2000, 어디가 밀도가 높고 치밀한 논증구조를 보여주는지 중학생이 봐도 알아본다. (기자신고는 한국고대사신론에 한 장으로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역사에 관심이 옅은 평범한 대중은 전혀 모른다. 19쪽을 쓴 주류 고대사학계가 통설의 위치를 차지하고 2000쪽이 재야사학(엄연히 단국대 학장을 하고 있었던 교수를!)을 대표하는 이설이 된지가 오래다. 이를 바로 잡아야할 주체가 바로 우리 대중이다. 김상태의 바람도 이와 마찬가지. 그래서 여기 윤내현의 주저들을 김상태의 서평으로 소개하는 바이다.

 

윤내현이 어떤 일을 했기에 40년간이나 요지부동이던 주류 고대사학계가 변했는가. 답은 하나다. 윤내현이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에서 새로운 자료들을 접하고 1983년 제출한 <기자신고>라는 놀라운 논문 때문이다. 이 논문은 중국 고대국가시대, 북경 근처 중국 동북지방 역사(기자조선으로 알려진 고조선 지역의 역사)를 다룬 것으로 남북한을 통틀어, 아니 전 세계를 통틀어 오로지 윤내현만 쓸 수 있는 것이었다. (중략) 평소 조용히 연구에만 몰두해온 것으로 유명한 윤내현의 모든 학문적 역량이 결집된 성과, 바로 이것이 <기자신고>.” (189-190)

 

윤내현은 <기자신고>를 발표하고 내심 기대에 차 있었다고 한다. 새로운 사료와 고고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기존의 통설을 뒤집는 논의가 많아 공동연구하자고 제의가 많이 들어올 둘 알았단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학계에서는 통설을 뒤집는 논문이 나오면 그 반향이 커서 그 논문을 검증해 보거나 논의를 확대시키기 위해 공동연구를 하는 경향이 많다.

 

헌데 한국 고대사학계는 달랐다. 윤내현은 대중을 위한 <한국고대사> 책 말미에 이에 대해 토로했다. 원로 학자에게 논물 발표장에서 심한 욕을 들었고, 후배 학자들에게도 무시당하며 학계에서 완전히 따돌림을 당했다고. 아무리 치밀한 논문을 써도 거들떠도 안 봤다는 거고, 엄연히 단국대 학과장을 하고 있는 강단사학자를 재야사학자로 낙인찍었다.

 

윤내현은 이를 통해 깨달았다. 공동연구는 먼나라 일이라는 걸. 그래서 이 막대한 작업을 그 스스로 해 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신고>의 핵심내용이 기자조선이라는 곳이 고조선의 작은 변방이었고 기자조선이 위만에게 멸망당한 곳도 바로 변방의 그 지역이기에 다른 지역에서 생겨난 국가들, 즉 부여, 옥저, 동예 등과 같은 열국이 한반도가 아니라 만주지역에 있었던 걸 증명해야 하기에 그렇다.

 

이후(학계로부터 무시당한 이후) 윤내현은 혼자서 나머지 연구를 완성하기로 작정하고 수십 년에 걸쳐, 서기전 2000년 이전의 고조선 시기부터 서기 300년에 이르는 한국 고대사 전체를 재구성했다. <한국고대사신론>, <고조선 연구>, <한국열국사연구>로 이어진 그의 작업은 경이 그 자체다. 이런 인물과 저술은 차후 30년 간 다시 나오지 못할 것이다. 신채호 이후 리지린이 등장하기까지 30년이 걸렸으며, 리지린 이후 윤내현이 나오기까지 또 30년이 필요했으니, 남북한 통틀어 이런 인물이 다시 나오려면 다시 30년이 지나야 될 것이다.” (190-191)

 

여기서 김상태는 윤내현의 연구를 신채호와 리지린과 동일선상에서 놓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조선 연구의 3 거두로 윤내현을 올려놓은 것이다. 이 평가는 책의 후반부에서 더 강조된다.

 

윤내현은 이러한 대고조선의 필연성을 거대하고 완벽한 학문체계로 완성했다. 불세출의 거인 신채호의 수원으로부터 시작하여 폭포처럼 격렬한 리지린의 계곡을 지나 윤내현은 대고조선의 평온하고도 광활한 호수를 이루었다. 이것은 그의 대표 3부작으로 연결되는데 규모 또한 엄청나다. <한국고대사신론> 412, <고조선 연구> 904, <한국열국사연구> 734쪽 등의 저서인데 도합 2000쪽이 넘는다. 학술적 활자체로 인쇄된 책이라 이 책들을 소설책 정도의 활자 크기로 다시 출간한다면 분량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334)

 

헌데 이 책들이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김상태에 따르면 지극한 상식 위에 이론이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논증은 상식으로부터 시작할 때 매우 강력하다는 걸 나는 이미 베르그손의 저작들에서 느껴봤기에 김상태가 논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의 저작들을 얼마나 상식적으로 구성했는가를 말해준다. 정말로 강력한 이론은 상식의 치밀성에 있다는 것이다. 윤내현이 이렇게 한 이유의 절반은 대중의 접근을 쉽게 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학문 자체를 위한 것이다. 간결한 상식의 누적이야말로 견고한 이론의 최고 무기임을 웅변한다. 그의 저작에는 현학적 비약이라는 게 없다. 기질이 신채호나 리지린과 달라 격한 감정이나 문체의 유별난 윤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독자를 자극한는 법이 없지만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도무지 지루함이 없는 천일야화에 육박한다. 빈틈없는 학술논문임에도 그렇다.” (336)

 

나는 김상태가 윤내현의 저서들이 명저가 된 지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한영우의 <우리역사>를 보면 치밀한 통사가 중학교 2학년생이 읽어도 무리가 없게 평이한 서술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술서적의 밀도를 잃지 않고 있다. 윤내현의 저작들도 바로 이러하다는 것이다.

 

김상태가 자신의 이 책에서 윤내현의 저작들을 극찬해마지 않아 나 또한 윤내현의 책을을 안 살수 없었다. 과장인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3권을 모두 주문해서 그 대표작인 <기자신고>10여 페이지를 읽어 보았다. 정말 김상태가 왜 그렇게 윤내현을 상찬해 마지 않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나머지 저서들도 차근차근 읽어나갈 것이다. 사실 이 3권만 읽으면 고조선의 실체가 꽉 잡힐 듯하다. 교과서의 어느 부분이 부실한지 주류 고대사학계가 어떤 맹점을 갖고 있는지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확실한 도구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이 책들보다 더 자세한 고조선에 관한 연구는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윤내현의 저서들을 읽어 보기 바란다. 그런 후 주류 고대사학계의 저작들을 읽어 보고 비교 판단해 보자.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책들을 읽으면 밝혀질 거다. 고조선과 단군이 과연 만들어진 신화인지 윤내현의 저작들을 읽고 나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게 정설이 될 거니까.

 

 

 

.

1. 윤내현의 주저 3권과 저서들을 모두 꼼꼼히 읽는 데에는 1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김상태가 직접 읽고 내린 판단이니, 각자 3권만 읽으면 1년도 안 걸린다는 얘기다. 1년의 장벽이 현재 주류 고대사학계가 거짓으로 활개치고 다니는 현실이라니, 어여 읽어보고 그 말이 맞는지 판단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독서활동이지 않나 생각한다.

2. 만일 한 나라의 역사의 뿌리를 증명하는 학문적 검증에서 1설이 3개 정도의 증거가 있고 2설이 3개 정도의 증거가 있다고 할 때, 1설은 자신의 역사를 축소하는 증거고 2설은 자신의 역사를 확대하는 역사적 증명이라면,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 나라 학계는 어떤 학설을 정초시켜야할까? 어려운 질문일까? 당연히 2설이지 않을까? 그러지 않는 나라가 이상한 나라다. 그런데 2설의 증거가 1설의 10배라면? 당연히 2설이 통설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헌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는 1설의 통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2설은 재야설로 치부되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정말 이상한 학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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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3-09-26 17: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요즘 윤내현의 <한국 고대사 신론>을 읽고 있던 차에 yamoo님의 페이퍼가 더 와 닿습니다. 감사합니다! ^^:)

yamoo 2023-09-27 09:24   좋아요 2 | URL
오~~ 한국고대사신론 읽고 계시군요!!
저도 구입해서 읽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학계에 이런 학자가 있는 줄 미처 몰랐네요. 책이 쉽고 매우 밀도가 높습니다. 정말 경이로운 학술서입니다!

얄라알라 2023-09-29 14:26   좋아요 1 | URL
역시나!!! 전 이 페이퍼 읽는 중간 중간, 겨울호랑이님과 거리의 화가님의 댓글이 달렸거나 달리겠구나...이 생각했는데!!!

˝학문적 숙청....˝ 씁쓸하지만, 또 지금 올려주신 글에서처럼 묵묵하게 학자의 정도를 걷는 분의 세계를 알아주고 옹호하는 동료 학자들이 있고 yamoo님처럼 마음 열린 독자분들이 계시니 씁쓸함을 중화해봅니다

감은빛 2023-09-27 1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흥미로운 글이네요. 책 3권을 읽기 위해 1년이라.
야무님의 글이 재미있어서 저도 기회가 되며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판에 1년이 걸린다는 얘기를 보자마자,
바로 마음 속에서 지웠습니다.
저는 그냥 야무님 글로만 이해할게요.

yamoo 2023-09-27 12:59   좋아요 1 | URL
책3권 읽기는 1년이 안걸리구요...윤내현 주요 저서와 논문들을 모두 읽는데 1년 정도 걸리는 가 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윤내현 주저 3권은 이 책들만 파면 1달에 1권 3회독은 거뜬할 거 같아요. 3달이면 공부로써 충분합니다~~

weekly 2023-10-03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아주 어렸을 때 윤내현의 한국 고대사 신론을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신채호의 책도 읽었고, 관련된 세미나도 찾아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사학과를 가고 싶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역사학에서 마음이 멀어지게 된 것은, 우연히 뉴스에서, (아마도) 유고슬라비아에서 (아마도) 만이천년 전 유적이 발견되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각 국가나 민족이 저마다 자신들의 역사의 장구함을 주장하는 식으로라면 역사학은 보편성을 지탱하기가 무척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때 생각에는요...

그때 든 생각 또 하나는 사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윤내현은 (제 기억에) 하버드 옌칭에서 복사한 수십 박스에 달하는 한국 고대사 관련 복사물들을 거의 잃어버렸다고 했었습니다. 그 사료들을 다시 찾았을까요? 그때 생각에, 일단 사료들이 검증되고 확립되어야 진지한 토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윤내현은 사료를 갖고 있고, 혹은 갖고 있었고, 국내 학자들은 뻔한 사료 몇 가지만을 접할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라면 한국의 고대사 연구자들이 윤내현에게 진지하게 반론이나 동의를 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입니다. 윤내현이 참조할 수 있었던 사료들이 관련 연구자들에게 공유되고 검증되고 확립되었는지가 제일 궁금하네요.

(제가 방청했던 관련 발표회의 한 풍경:
-윤내현, ˝...에 이렇게 저렇게 기록되어 있듯이 말입니다.˝
-방청석에 무리 지어 앉아 있는 노인 1):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 어? 거기에 그런 기록이 있어?˝
-그옆의 노인 2): ˝있어, 있어.˝
나: (속으로 생각) 고대사는 참조할 수 있는 사료가 무척 제한적인 것 같구나...)

yamoo 2023-10-04 06:46   좋아요 0 | URL
위클리 님 오랜 만입니다! 아, 논문 발표 학회에도 계셨었군요!
윤내현 교수가 당시 그 자료들을 잃어버렸고 다시 찾지 못했나봅니다. 그래서 그 자료를 공유할 수 없었구요.
하지만 윤내현 교수의 제자인 복기대 교수 이하 인하대 교수팀이 한국고대사 분야를 계속 연구하여 논문을 발표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려의 북계>라는 책을 통해서 보더라도 고려와 거란의 국경은 산해관 부근이 맞고 이는 통일신라의 강역 또한 만주를 공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엔칭의 자료가 그 무엇이든 금사 요사 등에서 고려 국경지역을 명확히 언급함에도불구하고 우리학계는 요지부동이라는 점이 매우 이상했습니다. 금사 요사는 믿을 게 못된다. 삼국사기 일부 기록은 믿을 게 못된다. 환단고기는 위서다 등등 그런데 성삼제라는 분의 <고조선>을 읽어보면 윤내현의 엔칭 자료를 안 봐도 현재 나와 있는 자료를 종합해도 고대사학계 주류 논거보다 훨씬 더 많고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사료가 넘칩니다만, 이상하게도 연구를 안하고 있는 게 신기할 뿐이죠.

고대사는 연구할 수 있는 사료와 자료가 너무 부족합니다. 그렇지만 유물은 꾸준히 출토되고 있어요. 방사성동위원소 판별로 청동시시대 뮤물이 이미 BC1000년을 넘겼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주류사학계는 이런 것에는 아예 언급이 없어요. 심지어 만주 지역의 비파형 동검은 BC2천~3천년 겅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복식사 연구 자료의 유물 분포도 개략 윤내현의 고조선 강역과 겹칩니다. 이런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주류사학계는 연구 자체를 안해요. 이것이 매우 이상하다는 사실이에요.

사학계 이론은 특히 고대사는 유물이 발견되면 학설이 뒤집어 지는 일이 다반사인데...유렵도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제가 설정해 놓은 통일신라-고려의 강역을 지금까지 가르치고 있어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문화사는 수도 없이 바뀌었지만 강역은 그대로네요..^^;;

weekly 2023-10-04 20:05   좋아요 0 | URL
제가 야무님의 코멘트에 코멘트를 달 능력은 안될 거 같구요... 동의하실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관점의 차이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현재 국민 국가를 형성하고 있는 민족 혹은 민족들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관심 하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저는 이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비슷한 질문으로, 역사는 실증적이어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에 대해 긍정적입니다.

예컨대, 고려와 거란의 국경이 산해관 부근이라는 주장은 매우 복잡한 질문들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럼 이성계가 회군한 위화도는 어디에 위치해 있었는가? 세종이 점령해나간 북방 땅의 위치는 어디였나? 산해관 국경 부근에서 살았을 고려인은 지금의 한민족의 일부인가, 아니면 통칭 만주의 소수 민족 중 고려 정부에 복속한 사람들인가? 고려와 거란의 국경이 산해관 부근이라는 것은 일시적이었는가, 아니면 지속성을 갖고 있었는가? 고려가 산해관 부근까지 행정력을 미치고 있었다는 증거가 있는가, 등등. (단순히 문헌들을 가지고 지명을 추론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신채호의 작업은, 제 기억에, 이 수준에 멈추어 있었습니다. 윤내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예를 들어 중국의 한나라가 북방으로 팽창할 때, 한나라는 북방의 숲을 불태우고 농지로 만들었으며 한족 농민들을 그곳에 이주시켜 정착하게 했고, 기존에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더 북방으로 쫒아냈습니다. 세종이 그랬고, 푸친이 그럴려고 하는 것처럼요. 다른 한편, 고전 그리스 시대에 그리스어를 쓰는 도시 국가가 이탈리아나 터키에도 산재해 있었다고, 그리스가 이탈리아나 터키 땅을 아우르는 제국이었다고는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혹 고려 시대에 산해관에 고려인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었더라도, 산해관까지를 고려의 국경으로 볼 수 있을까요?

이런 저런 이유로 저는 민족 사학(이렇게 일컬어지고 있는지 확신은 없지만)에 거리를 두고자 합니다.

yamoo 2023-10-05 07:03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사관은 다를 수 있고, 그 다름의 지점을 좁히는 과정..그래야 역사의 진실에 근접할 수 있다고 믿는 1인입니다. 민족사학, 실증사학을 떠나 지금은 역사가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시대죠. 그렇다면...사료와 위성사진 그리고 유물로부터 역사연구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사실입니다.

조선사 편수회에서 그어 놓은 우리 강역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학자가 한 둘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연구를 통해서 학설을 뒤집는게 학계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학계는 이런 일들이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니까 김상태와 같은 분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봐요. 위클리님의 제기하신 문제제기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100년 전의 사실도 제대로 알기 어려운데 500년 전 하물며 청동기시대라면 유추와 논증을 통해 사실에 근접해 나가야 합니다. 논쟁은 불가피하구요. 그렇게해서 학설이 정립되는데, 이상하게 고대사는 이러한 과정이 전무해요. 연구해 봐야할 증거들이 넘치는데 왜 연구하지 않을까요? 패수가 대동강이라는 부동의 위치비정은 일본학자가 그렇게 본다는 한줄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그 어떤 논증도 없이요. 지금 패수가 북한에 있는 대동강이나 청천강이 아니었다는 증거는 차고도 넘쳐요. 강역을 넓히고 민족 운운...저는 그런거에 관심이 1도 없어요. 단지 왜 차고도 넘치는 증거가 학계에서 무시되느냐...저는 이게 이상했던 거고, 이런 걸 문제제기 했던 것이에요.

고려가 산해관 부근에 국경을 인접했다는 건 유물이 말해주고 있어요. 행정력을 검증하는 단계는 그 이후라고 생각해요. 강역의 고증은 문헌과 유물로부터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1차적으로요. 이게 실증사학의 근간이지요. 유물의 검증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뒷받침 되겠지요.삼국유사가 변조됐다고 하면 과학적으로 검증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화두가 있음에도 주류사학계는 연구를 안해요. 참으로 이상합니다. 저는 이런 논증없는 주류사학계가 이상해서 김상태의와 윤내현의 저서들을 통해 주류사학계를 비판해 보고자 함이었어요. 민족운운 했던 건, 고조선의 강역이 만주를 공유하는 넓은 지역이었다는 설이 있고 한반도 내 작은 지역이었다는 설이 있다면 1설의 증거가 5개 2설의 증거가 2개라면 우리는 1설이 다수설 내지 통설이 되어야 하는 게 합리적인거고, 양보해서 1설이 2개 2설이 4개라도 1설을 계속 연구할 가치가 있다는 지점을 얘기하고 싶어서 입니다. 제 의도가 무엇인지 위클리님에게 잘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weekly 2023-10-05 16:19   좋아요 0 | URL
잘 알아들었습니다.:)

(다음 주에 한국에서 친구가 놀러오는데, 어젯밤에 그 친구에게 윤내현 교수님의 ˝한국 고대사 신론˝을 사오라고 부탁했습니다. 책을 많이 내셨고 ˝고조선 연구˝라는 묵직한 연구서도 내신 것 같은데, 상하권 가격 역시 너무 묵직해서, 고대사 신론이나 다시 읽어 볼 생각입니다.

포스트 주제와 별개로, 그리고 조선사 편수회 출신 이병도 카르텔 운운 등과 별개로, 평소 한국의 국학계(역사, 회화사, 문화재 관련 등등)가 너무 보수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스승이 세운 학설에 대해 신론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반대 압박이 너무 심하다던지(˝오주석이 사랑한 그림들˝에 적나라한 예가 있듯이...), 한국의 그림들에 대해 신토불이니, 나는 우리 그림이 좋아, 좋은 걸 어떡해, 왜 그걸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하지, 투의 허망한 미학(?)에, ˝독자˝로서 좌절감을 느낀 적이 많았더랬습니다.
이제 시대가 좀 변했나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혹 한국 전통 미술이나 예술, 더 넓게는 동양 예술론 등에 대한 괜찮은 책이 있다면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다음 주에 오는 친구에게 한 권 더 부탁해 보려고요.:))

yamoo 2023-10-05 17:55   좋아요 0 | URL
오~~한국고대사신론을 주문하셨군요! 저도 지금 읽고 있어요! 정말 쉽게잘 써 있긴 한데...역사학게에서의 논증이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 많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매우 정치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정독하고 있어요~~^^ 고조선 연구와 열국사 연구도 모두 구입했어요~~^^

그건 그렇고...흠..아주 고난도의 책추천을 부탁하셨네요..^^;;
말씀하신 동양화나 한국화화계의 보수주의를 공격하는 비판서는 없어요. 그도그럴것이 한국화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나와 있는 책도 별로 없어요. 예전에 일본인이 쓴 동양예술론이라는 두툼한 책이 있는데, 이 책은 오래되서 구할 수가 없구요. 그래도 한국의 보수 미술게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분은 있어요. 윤범모 교수라고...현재는 은퇴했지만 이분의 한국미술론과 한국미술에 삼가 고함이라는 책은 국내 보수주의 화단을 비판한 거의 유일한 책이 아닌가해요. 그리고 오래 전에 나온 <우리그림 비평>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한국화의 비평의 부재에 대핸 메타비평서인데, 아주 드문 책이에요. 헌책으로 구할 수 있을 듯해요. 제가 전공자가 아니다보니 읽은 책이 별로 없어요..^^;; 그래도 요즘 작가들 사이에서 한국화나 동양화난 죽었다는 게 대세인데...이에 걸맞는 책이 거의 없어요. 왜 그런지 도통 모르겠다는..^^;; 개인적으로 추천드릴 수 있는 건 윤범모 교수의 책 두 권입니다! 도움을 드리지 못해 좀 거시기 합니다~~^^

참고로 한국미술계는 거의 변하지 않아요. 그래서 최근 신진작가들은 미술대전으로 등단하지 않고 다른 루트로 등단을 한다고 해요. 고인물인 늙은 교수들의 평가를 아예 받고 싶지 않다네요..^^;;

weekly 2023-10-05 18:33   좋아요 0 | URL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녁에 검색해 보고 주문할지 결정해야겠네요.

(요즘 런던 등 곳곳에 우후죽순격으로(?) 한국 주점, 한국 슈퍼 등등이 생기고 있습니다. 한류가 대단하긴 해요! 더 욕심 나는 건, 그 스펙트럼이 좀 넓었으면 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한국의 미학에 대한 읽을만한, 영어로 된 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 등등... 예전에는, 한국의 문화가 어느 정도 단계에 다다르면 그런 책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젊은 세대에서 그런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표준적인 서구 미학을 소화한 후에야 진행될 수 있는 작업이니만큼 어렵기도 할 것이고요. 비서구권 나라들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욕심 사항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터키의 어느 박물관에 갔을 때,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 있는 유적들을 보면서, 이 나라가 아직 이런 거 정리할 여력이 되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서구중심주의의 극복이란 이런 여력들을 확보하고, 성취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뜬금없이 이런 소리를 다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