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있는 소장품 경매. 이 경매에 참가하여 있을 수 없는 가격에 원화를 낙찰받는 기쁨이 있기에, 낙찰받는 족족 좀 올려보려고 한다.
오늘 오후 3시 쯤에 마감한 소장품 경매에서 최저가 입찰로 3점을 응찰했지만 아쉽게도 한 점만 낙찰받았다.
그래두 어디인가, 판화도 아닌 유화를 최저가 입찰로 그야말로 액자값도 안되는 가격으로 원화를 데려올 수 있는데!! 그 기쁨은 이루말할 수 없는 짜릿한 경험을 선사한다.
단지 작가를 알 수 없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최저가로 시작해 나홀로 입찰하여 낙찰받는 행운은 가뭄에 콩 나듯 있기는 있다. 아주 가끔이지만 정말 좋은 작품이 작가 미상이라서, 모르는 작가라서 유찰되는 작품들이 있다.
물론 맘에 드는 작품들은 여지 없이 경쟁이 붙어 다른 사람들에게 뺏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마감시간이 다가오면 귀신같이 입찰을 하는 사람들.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보는 눈은 비슷한가 보다.
첨에는 작가를 알 수 없는 작품에 입찰을 하는 심리가 궁금했지만, 이내 금방 알게 되었다. 작가를 알 수 없어도 잘 그린 그림은 그만한 가치가 있고 감상의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강남 갤러리들에서 신진작가의 어정쩡한 팝아트 한 점당 몇 백만원씩 하는 그림 보다 훨씬 좋다. 그러니 작가를 몰라도 입찰할 수밖에. 그렇게 놓친 그림들이 부지기수다. 보는 눈은 다 똑같나 보다.
아래 그림이 내가 구매한 그림이다. 유리 액자까지 있다. 캔버스에 유화. 78cm*48cm(변형20호), 타이틀 '풍경'

다소 정형적이고 도식적인 풍경화이지만 매우 훌륭하다. 캔버스는 정식 아사면이라 캔버스 가격만 5만원이 넘는데, 물감 값도 안나오는 저렴한 가격에 득해서 너무 신난다.
물론 50호의 멋진 작품 2개를 놓친 개 너무 아깝지만, 경쟁이 치열해서 그냥 포기했다. 하나 건진 것도 다행이다.ㅎㅎ
이걸 갤러리에서 구매한다면 200만원은 당연히 넘을 것이고, 대학교 졸업작품 전시회에서 구매해도 50만원은 족히 넘을 듯한데, 너무 저렴하게 데려와서 뭔가 당첨된 듯한 기분이다.ㅎㅎ
작자 미상인 그림이지만 나는 이런 그림을 꾸준히 모은다. 그 이유는 어느 순간 작가가 밝혀져 가뿐히 구매한 가격을 넘어서는 마법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부하는 것은 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지인 집들이나 결혼식 때 부주 대신 이 그림을 선물로 주면 너무 근사할 것 같다는 생각.
지난 여름 고마웠던 분이 박사학위를 받아 축하 선물로 이렇게 구매했던 그림을 선물한 적이 있었다. 어느정도 좋아할 줄 알고는 있었지만,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너무너무 반응이 좋았고, 몇 십만원 짜리 선물보다 훨씬 귀하게 여기는 걸로 봐서 그림 선물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듯하다.

로버트 헨리의 <예술의 정신>을 보면, 그림 감상의 가치와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언젠가 내 그림으로 선물을 줄 날이 머지 않았기를 바란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