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해서 페이퍼를 쓰는 게 진짜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작년과 재작년은 알라딘과 거의 담 쌓고 지냈고 책도 많이 읽지 못했다.

 

작년인가(아니다, 2년도 넘었구나!) 시계에 빠져 열심히 시계 공부에 매진했는데, 그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아버지가 시계 명품에 대해 읖조리기 시작하셨는데, 브랜드를 모른다고 은근히 무시하시는 거다. ㅎㅎ

 

그래서 시계의 세계를 탐구했고, 책도 많이 봤는데, 책이 디게 비싸고, 출간된  책이 별로 다양하지 않아 공부에 한계가 있긴 했다. 그래도 번역되어 나와 있는 책은 모두 구해서 보았다.

과거에 나왔던 책도 다 구해서 보았는데, <시계입니다>가 갑이었다. 전문가의 품격이 느껴지는 책이었고 아주 심플한 시계 안내서였다. 이 외의 책들은 나열식이라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시계는 자동차보다 비싼 브랜드가 많고, 가격대가 매우 다양하여 선택의 폭이 넓다. 경제력의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자기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몇 안되는 아이템 중 하나이다.

 

아버지에게 모른다고 무시당한 브랜드가 바로 바쉐린 콘스탄틴(또는 바쉐론 콘스탄틴)이라는 회사인데, 최소 가격이 5천만원 정도 된다. 부동의 원탑은 파텍 필립.

 

참고로 가장 비싼 시계 브랜드 5대장은 파텍 필립, 바쉐린 콘스탄틴, 오데마피게, 브레게, 랑에 운트 죄네(또는 랑게 운트 죄네)다. 앞 2개는 부동의 3대장이고, 나머지 브랜드들이 후순위를 장식하는데, 가장 일반적인게 바로 이 순서다.

 

브랜드 다음으로 디자인 별로 그리고 상황별로 매우 다양하게 갈리는데, 이건 뭐 다음에 기회가 되면 좀더 자세히 야부리 털기로 하고...

 

 

오늘은 내가 그림을 계속 그리는 이유에 대해 좀 말하고 싶다. 시계 공부가 시큰 둥해지는 시점에서 나를 사로 잡은 게 아트테크라는 거였는데...

 

그림 수집과 아트테크에 관계된 책들을 읽다보니, 소위 아트테크라는 건 거의 사기에 가까웠다. 물론 돈이 억대로 많아 몇 천만원 씩 투자를 할 수 있다면 아트테크라는 게 맞다.

 

근데 일반 샐러리맨들에게 아트테크라는 건 주식보다 못하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책을 읽고 공부하여 얻은 결론이, 그림에 투자를 하려면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사야한다는 거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돈이 되는 것은 나중 일이다. 그래서 한 점당 몇 백만원씩 하는 그림을 사면 안된다는 거. 아트페어나 갤러리 전시회에서 그림을 사면 망한다는 거다. 대부분.

  

그리고 그림을 감상하면서 나도 그려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하지만 따라 그려보는 행위를 하느냐 안하느냐는 차원이 다르다. 꽤 진입장벽이 높아 실행 빈도가 많지는 않은 듯하다.

 

미술은 어느 정도 재능과 경험 그리고 아우라를 가진 몇 안되는 분야이기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분야다. 아니, 그렇게들 많이 느끼고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근데 따라 해 보면 재능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미술 전문가들의 전언이고 미술 전공자들의 전언이다. 마찬가지로 이 분야도 시계분야처럼 공부해 보면 별거 없다는 걸 알게 된다.ㅎㅎ

 

나처럼 뭔가 형이상학을 탐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그림은 하나의 탈출구가 될 수 있는 매체인 듯하다. 글로 쓰면 매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미술홀동은 1-2시간이면 3호 크기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망치면 물감으로 덮어 새로 그리면 된다.ㅎ 그리면서 온갖 잡생각이 사라지고 그리는데 집중하게 된다. 완성된 작품은 의도한 것을 구현한 것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후자가 보기엔 더 좋다.

 

물론 타인이 볼 때는 내가 이상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내 추상 드림들이 애들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근데 그게 추상미술의 묘미다.

 

그리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힐링이 된다는 걸 체험하니, 이 행위를 지속하게 된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보다 그림 한 점 그리는 게 더 효율적이니 리뷰를 별로 안 쓰게 된다. 무엇보다 더 재밌다!ㅎ

 

새로운 도구로 질감과 색감을 표현해 보는 게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어, 딴 걸 할 생각을 별로 안하게 된다. 이건 뭐 재미의 다른 차원이다..ㅎㅎ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실제로 작업을 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걸 제대로 느낀다.ㅎ

 

(기억의 편린, 2022, 캔버스에 아크릴, 3호s)

 

위 작품은 기억의 편린 시리즈 중 제일 첫번째 작품인데, 아크릴 물감에 미디엄을 섞어 물감을 되게하여 캔버스에 올린다. 아크릴 물감에 퍼티(목공 공구)를 섞어도 저런 효과가 나타나는데, 매우 신기하다.

 

새로운 걸 시도하고 새로운 효과가 나타나는 걸 바로바로 목도할 수 있어, 미술 작업 활동은 매우 즐겁다. 엄마와 함께하는 미술놀이...이런 활동이 많은데, 본질이 이거와 거의 비슷한듯..ㅎㅎㅎ

 

아크릴 물감, 유화 물감, 수채 물감, 오일 파스텔, 크레파스, 마카 등을 이색적인 방법으로 다양하게 믹스하여 표현해 볼 수 있다는 자체가 매력적이다. 활자로 타자만을 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재미를 준다고나할까..ㅎㅎ

 

이런 재미를 몰랐다니...그래서 미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물론 내가 전업작가라면 아찔할 것 같기도 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은 너무도 많으니까.

 

취미활동이라도 일반적인 독서와는 많이 달라 실물 작품이 쌓여간다. 책을 읽고 리뷰가 쌓여 가는 게 아니라 캔버스가 쌓여간다. 한 달 동안에 50점 정도 작업한 거 같다. 물론 스케치북에 그린 것까지 더하면 100점도 넘을 듯...ㅎㅎ

 

혹시 새로운 걸 추구하시는 분들이라면 미술활동을 강추드린다~ 아주 신선하고 재밌다. 진입장벽은 액션을 취하느냐 마느냐인데, 무조건 해보면 된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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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7-07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언제 또 시계의 세계를 유영하셨습니까? 뭐든지 한번 꽂히면 열심인 야무님이 참 부럽슴다.
그러쵸. 이 더운 날 리뷰 쓰는 건 고행이죠. 수도하는 것도 아니고. 고저 더운 날엔 자기 좋아하는 일에 푹 빠지는게 장땡이라고 생각합니다.^^

yamoo 2022-07-08 08:21   좋아요 2 | URL
음...제가 그게 문제예요~ 한번 빠지면 그냥 버닝한다는 거...시계책이 무척 비싸서 발품팔아 구했는데 잡지책마냥 큰책들이라 한번 보고 쌓여있는 책이 좀 됩니다. 이게 골칫거리네요. 아레나 잡지크기에 잡지보다 많은 페이지로 매우 무거워요. 아, 이거 처치곤란입니다..

리뷰 쓰는 건 최소 3시간 이상 투자해야 초고를 쓰죠. 그리고 계속 고쳐야해서 어지간하면 잘 안 쓰게 됩니다. 근데 추상화는 그리기가 너무 쉬워요. 생각하는 단계까지 시간을 할애해야하는데, 그냥 평상시에 생각한 거 어덯게 표현할지 결정만하믄 되거든요~~ㅎㅎ 네, 맞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빠지는게 장땡이죠~ㅎㅎ

얄라알라 2022-07-08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해주신 시계들은 하나같이 발음이....아주 입에 붙지 않는군요^^;;; 외우기는 더구나 어려울듯요

yamoo 2022-07-11 11:19   좋아요 0 | URL
저두 첨엔 그랬어요..ㅎㅎ
탑티어 시계브랜드만 100개가 넘어요.
시계 빠끔이들은 그냥 좔좔 읖더라구요..ㅎㅎ

근데 몰라도 상관없어요~

transient-guest 2022-07-09 0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텍 필립은 들어봤지만 다른 녀석들은 처음 듣네요. 전 까르띠에나 롤렉스가 젤 비싼 것들인줄 알았는데 그 분야도 그야말로 천상천이네요. 그림은 여전히 모르지만 이번에 올리신 건 뭔가 묵직해보입니다. 딱 그 정도까지게 제가 표현할 수 있는 한계입니다.ㅎ

yamoo 2022-07-11 11:24   좋아요 2 | URL
롤렉스와 까르띠에..가장 잘 알려진 브랜드죠. 까르띠에도 명품이지만 시계 브랜드로서는 롤렉스를 더 쳐주죠. 같은 값이면 럴랙스에요. 그리고 롤렉스 일부 모델은 중고가가 처음 구입할 때의 가격을 훌쩍 뛰어 넘어요~~

뭐..추상화는 보고 느끼는 게 장땡이랍니다. 묵직하다고 느끼셨으면 된거애요. 뭘 더하겠습니까. 이게 뭐야?..러고 느끼면 그런대로 괜찮습니다..ㅎㅎ

희선 2022-07-15 0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주 비싼 시계가 있다는 것만 아는군요 시계 싼 것도 잘 움직이는데 하는...

그림 많이 그리시는군요 그렇게 그리시다보면 그쪽으로 가실지도 모르겠네요 즐겁게 할 때가 더 좋기는 해도, 취미로 하는 거여도 많이 그리시는 듯합니다 그림 그리기를 아주 좋아하게 되셨나 봅니다


희선

yamoo 2022-07-16 10:54   좋아요 1 | URL
시계의 세계는...뭐 그렇지요..
아는 사람들만의 리그랄까요..
몰라도 아무 영향이 없어요..ㅎㅎ 사는데말이죠..^^

scott 2022-07-18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뭐든 결심했다면 액션을 취하고
그리고 결과물들이 쌓여 가는 기쁨이!ㅎㅎㅎ

야무님의 작품 팬이 되어 가고 있는 중 ~~ㅎㅎㅎ

yamoo 2022-07-18 17:03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ㅎ
그림은 캔버스에 결과물이 바로바로 쌓여가기에 하루 열심히 한 작품씩 그리면 한달이면 20작품이 넘게 됩니다.^^;; 그럼 망친 그림을 선별해서 물감으로 덮고 다시 그립니다..ㅎㅎ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