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
김준 지음, 이혜민 그림 / 글길나루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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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이란 시인을 처음 만났다. 물론 시인은 이미 시집을 두 차례 냈던 시인이지만, 그의 3번째 시집으로 처음 그를 만났다. 시를 통해 내가 만난 시인은 사랑의 시인이다. 시인에게는 삶이 곧 사랑이다. 그렇기에 3번째 시집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에 수록된 모든 시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을 노래하지 않는 시는 단 한편도 없다. 왜냐하면, 그에게 삶이 곧 사랑이기 때문이다.

 

삶은 사랑 그리고 사랑

<삶은 사랑 그리고 사랑> 일부

 

삶이 곧 사랑이고, 사랑이 곧 삶인 시인에게 있어, 안타깝게도 사랑은 아픔이다. 눈물이며, 슬픔이다. 온통 이별의 아픔이 가득하고, 이젠 곁에 없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그렇기에 시인의 노래는 대부분 애가(哀歌)이다.

 

그렇다면, 시인이 노래하는 이별, 그 애끓는 사랑의 대상은 누구일까? 물론, 그 대상이 누구인지는 대부분 모호하다. 언제나 병약하게 살다 세상을 떠나신 엄마일 수 있다. 또한 군인으로 언제나 강하게 사셨던, 하지만, 이제는 곁에 없는 아버지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뜨거운 사랑을 남겨놓고 떠난 연인일 수도 있다.

 

먼저, 엄마를 향한 그리움, 그 아픈 사랑의 노래들을 몇 편 본다.

 

기차 타고 외갓집 가는 길 / 흰 서리로 앉은 할머니께서 / 속으로 참아오는 눈물 가득 표현하던 / 이젠, 네 어미는 죽었다는 말을 / 그 기차 소리에 묻혀 듣게 되었지 / 그때 하늘이란 곳에도 / 기차가 다니냐는 내 물음이 / 그렇게 슬프게 보였나 봐

<슬픈 기억> 일부

 

아들아, 알고 있었니 / 사랑한다 / 그런데 시간은 / 늘 너에게만 몹쓸 짓을 하고 / 내겐 따뜻한 말 한마디도 남길 / 그런 여유마저도 없었구나 / 아들아 / 사랑한다

<못다 한 어머니 말씀> 일부

 

소년이 말을 하네요 / 벼들이 줄을 선 그곳엔 / 아직 온기처럼 피던 / 당신의 체온이 남겨져 있다고요 // (중략) / 그 체온 깊은 사랑 앞에서라면 / 다음 생에는 울지 말아요

<다음 생에는 울지 말아요> 일부

 

갑자기 곁을 떠난 엄마, 그리고 그 엄마가 시인에게 마지막 말을 전할 수 있었다면 무슨 말이었을지, 그리고 그 엄마에게 전하는 시인의 마지막 소망의 시어들이다. 여기에 시인의 눈물과 아픔의 원형이 있다.

 

또한 시인은 아버지를 향한 사랑, 그 안타까움을 고백하기도 한다.

 

남자는 울면 안 된다고 하셨죠 / 그런데 슬플 때 / 눈물이 대신하는 시간들이 / 이 남자에게도 오고야 말았네요 // 눈가를 훔치며 거짓 웃음으로 / 당신이 떠난 자릴 지킬까요 / 슬프다는 말 대신에 / 당신이 남겨준 그리움 속에 / 그저 머물고 있다 할까요

<남겨진 기다림의 자리보다> 일부

 

남자는 울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던 아버지, 하지만, 그 아버지의 부재 앞에 시인은 눈물 흘리고 만다. 홀로 남겨진 자가 그 그리움의 자리에서 거짓 웃음을 지을 수 없기에. 또한 이런 눈물의 이면에는 한 번도 아버지에게 사랑한다 고백하지 못했던 사내들의 무뚝뚝함이 감춰져 있던 건 아닐까?

 

말하고 싶을 때 / 말하지 못하던 말들을 / 이젠 해야 할까요 / 비인 골목마다 비추던 / 슬픔으로 묻어온 불빛을 / 느끼고서야 알게 된 / 당신이란 말들을 / 이제는 해야 할까요 // (중략) // 떨리는 목소리로 / 숨막히는 가슴을 부여잡고 // 「사랑합니다」라고.

<사랑합니다> 일부

 

물론, 시인의 이 고백은 연인을 향한 고백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 노래에서 아버지를 향한 고백을 느낀다. 나 역시 아버지에게 한 번도 “사랑합니다.” 고백한 적이 없다. 이젠 연로하신 분, 더 오랜 시간 곁에 계시길 소망하는 분, 하지만, 이별의 시간은 언젠가는 이르게 될 분. 그 분에게 “사랑합니다.” 고백해야겠다. 더 늦기 전에.

 

물론, 대부분의 사랑노래는 연인과의 이별 그 이후의 아픔에 대해 노래한다. 시인은 사랑하는 이의 떠남을 아파한다. 불가에서 말하는 생노병사 다음으로 힘겨운 고통인 애별리고(愛別離苦)이기 때문에 아프다. 슬프다. 온통 눈물 가득하다. 그리고 그리움이 함께 한다. 그렇기에 시인의 노래는 대부분 애가(哀歌)이다. 하지만, 그저 아픔에서 그치지만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비록 아플지라도 사랑만으로도 이미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인은 이런 행복을 준 연인을 미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비록 아프지만, 이것 역시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 겨울을 타고 / 얼어버린 / 이별이란 말 / 묻어 놓은 그리움이 / 계절을 타고 오지만 / 잊어도 되어요 / 잊으려도 잊을 수 없는 / 사랑한다는 그 말 / 아파도 그댈 미워하지 않아요

<아파도 그댈 미워하지 않아요> 일부

 

떠난 사랑을 미워하긴 커녕 시인은 여전히 그 사람의 그림자로 남길 소망한다.

 

그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 나는 그대 곁에 머무르고 싶다 / 그대에게 햇살이 아니라도 / 그대와 함께 한다면 / 그대 위의 그림자가 되고 싶다.

<햇살이 아닌 그림자라도> 일부

 

누군가를 이처럼 사랑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축복 아닐까? 비록 결과는 아픔과 눈물 가득할지라도. 사랑의 노래에 취하고 싶은 분에게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를 추천한다.

 

참 이 책은 표지가 세 가지다. 그리고 시집 안에 담겨진 그림들도 허투루 지나 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좋은 그림들이다. 그렇기에 시집이 아닌 시화집이다. 이혜민 화가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기분 좋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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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야 놀자 두리야 놀자 초승달문고 36
김녹두 지음, 김진화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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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야 놀자 두리야 놀자』는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하나와 두리의 이야기랍니다. 하나와 두리는 남매고요. 이름만으로도 알 수 있겠죠? 하나가 누나고 두리가 동생이랍니다. 하나는 초등학교 1학년이고, 두리는 유치원에 다닌답니다. 이 둘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정말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네요.

 

이제 2학년 진학을 앞둔 하나는 학교에서 남자아이가 키가 작다며 땅콩이라고 부르며 놀리기에 약 올라 울기도 한답니다. 우리 집 딸아이도 학교에서 남자아이들이 자꾸 싫은 별명을 불러 놀린다고 약 올라 하기도 한답니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데도, 약이 올라 너무나도 싫은 가 봅니다.

 

밤이 늦도록 잠을 자고 싶지 않아 하는 모습도 우리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죠. 하나와 둘이도 그렇답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와 피곤한 엄마에게 이야기를 들려 달라 조르기도 하네요. 이런 모습들이 마치 우리 가정의 모습을 보는듯하여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그 모습들이 예쁘네요. 언제나 아이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죠.

 

두 아이가 더 예쁜 건, 갑자기 비가 오자 퇴근하는 엄마를 위해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가는 모습이네요. 비록 엄마와 길이 엇갈려, 집에 돌아온 엄마가 아이들이 없어 걱정을 많이 하지만 말이죠. 그럼에도 이처럼 엄마가 비를 맞을까봐 걱정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예쁘네요.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둔 엄마 아빠는 참 행복하겠어요.

 

아빠와 함께 노는 모습은 공감백배이면서도 왠지 판타지적이기도 하네요. 피곤하여 나른한 아빠는 아이들이 같이 놀자고 하자 이리 저리 끌려 다니면서도 여전히 바닥과 친구하네요. 그런데, 이런 아빠의 모습은 때론 이불이 되기도 하고 의자가 되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결국 아이들과 함께 집안에서 숨바꼭질을 하네요. 아이들 역시 베란다의 호박이 되기도 하고, 쌀자루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그 뒤에 숨어 있음을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왠지 분위기는 실제로 변하는 것처럼 느껴져 판타지적인 요소를 작가가 살며시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네요. 우리네 가정에서 아빠들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피곤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빠들도 아이들과 언제나 함께 놀 수 있는 그런 멋진 모습이라면 좋겠죠?

 

제일 재미난 부분은 마지막 장이랍니다. 누나처럼 학교에 다니고 싶은 두리는 마침 늦잠을 자는 누나 대신 누나의 옷을 입고, 누나 책가방을 가지고 학교에 가서 누나행세를 한답니다. 누나를 괴롭히던 남자 아이와 함께 신나게 놀기도 하고, 남자 화장실에서 오줌을 누기도 하네요. 누나 옷을 입고 말이죠. 공부 시간에 정글짐에서 놀기도 하고 말이죠.

 

이런 모습이 참 재미나네요. 아직 학교에 가기 전의 아이들은 빨리 학생이 되고 싶은 마음들이 있죠. 물론 공부를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누나나 형의 세상을 미리 엿보고 싶어서죠. 아이들은 빨리 나이가 들고 싶거든요. 그래서 자신도 좀 대접받고 싶고, 뭔가 꼬마들이 하지 않는 것들을 하고 싶은 마음이 아이들의 마음이죠. 이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참 잘 표현하는 동화네요.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잔잔하지만, 따스하고, 재미난 동화랍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 그리고 동심이 참 예쁘게 보이네요. 우리 아이들 역시 그 또래에 맞게 이처럼 예쁜 모습으로 자랄 수 있다면 좋겠네요. 애어른으로 크지 않고 말이죠.

 

왠지 우리 가정에 허락된 아이들이야말로 하늘이 허락하신 가장 큰 축복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동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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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의 구슬 다툼 - 주거니 받거니 은혜 이야기 굽이구비 옛이야기 7
정혜원 엮음, 곽성화 그림, 최원오 감수 / 해와나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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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개와 고양이의 구슬 다툼』은 해와나무에서 출판하는 <굽이구비 옛이야기> 시리즈 7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시대와 장소를 떠나 언제나 비슷하게 되풀이되는 이야기, 즉 ‘원형’을 잘 드러내주는 중요한 한 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걸맞은 우리 옛이야기들을 골라 우리에게 전해주는 고마운 시리즈다.

 

이번 책의 주제는 ‘은혜’다. 그래서 <주거니 받거니 은혜 이야기>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여기 “주거지 받거니”란 말 안에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의 성격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한 마디로 은혜를 입고, 그 은혜를 갚는 아름다운 이야기. 은혜를 입히고, 예기치 않았던 은혜를 되받는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다.

 

도합 아홉 편의 옛이야기들을 싣고 있다. 모두 누군가 어려운 상황 가운데 처해 있을 때, 선행을 행하고, 결국엔 그 일로 인해 자신 역시 의도치 않게 은혜를 입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잘못을 뉘우친 도둑」의 경우, 한 사내가 부잣집에 쌀을 훔치러 들어간다. 너무 욕심을 부려, 쌀자루를 짊어졌다가 다시 주저앉곤 했는데, 이 때, 주인이 다가와 쌀자루를 짊어지는 것을 도와주며, 이것 가지고 가서 잘 사용하되 앞으론 다신 도둑질을 하지 말라며 타일러 보내는 게 아닌가! 이에 사내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부자가 짊어지워준 쌀을 가지고 밑천 삼아 장사를 시작한다. 그리곤 장사가 잘 되 부자가 된다. 한편 부자는 여차저차해서 가세가 기울게 되고, 딸의 혼례를 위해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포목점에 들렀는데, 그 주인이 바로 옛 도둑이었던 것. 옛 도둑은 노인이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부자임을 알고 아버지라 부르며, 은혜를 갚음으로 두 집안은 서로 도우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9편의 이야기가 대체로 이런 식이다. 누군가의 어려운 상황에 도움의 손길을 펼치고, 그로 인해 그 은혜가 나중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식.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누군가에서 선행을 행한 사람들이 그 일을 행한 것은 나중에 자신이 더 큰 은혜로 되돌려 받게 된다는 생각으로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상대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연민의 마음, 그리고 순수하게 돕고자 하는 의도로 도움의 손길을 펼치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우리 주변에 있는 자들에게 선한 의도로, 아무런 대가 없이 돕는 그런 아름다운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꿈꿔야 할 마음이 아닐까?

 

또한 이 모든 이야기들이 전하는 또 한 가지는 은혜는 반드시 다시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것을 바라보고 선을 행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선행은 다시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하다. 내가 누군가에게 선한 의도로 행함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선한 마음으로 감화시킨다면, 그 사람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선한 행동을 할 것이고, 결국에 이런 선한 마음을 가진 자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결국엔 그 선한 행함은 나에게도 되돌아오게 마련이니까.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의도적인 악함을 행할 때, 그 악함은 누군가의 영혼을 상처 입히게 되고, 누군가의 마음을 완악하게 만들 것이다. 이처럼 완악한 마음의 소유자가 많아지게 된다면, 결국, 그 악함은 나에게도 되돌아오게 마련인 것.

 

언제나 이처럼 내가 행한 일들은 결국에는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되돌아오게 마련이라는 진리를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 있다. 그건 바로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옛 이야기라는 것.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난 여기에 감춰진 또 하나의 의미를 발견한다. 그건 바로 옛 이야기이기에 부모님들 역시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읽고 자랐다는 것이다. 부모가 지금의 자녀들과 같은 모습이었을 때, 읽고 들었던 재미난 이야기, 그 감동을 이제는 자녀들 역시 같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축복이 아닐까? 이것이야말로 옛 이야기들이 갖는 또 하나의 힘이 아닐까?

 

이처럼 옛이야기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시대를 초월하여 같은 감동을 누리게 된다. 이런 감동을 누리는 행복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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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찻집의 행복 메뉴 마법의 정원 이야기 15
안비루 야스코 지음, 황세정 옮김 / 예림당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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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렛은 천재 허브 마녀인 토파즈 아주머니의 유산을 물려받은 소녀다. 부모님들은 연주 여행으로 바빠 혼자 토파즈 별장에서 살아가는 자렛은 훌륭한 허브 약사가 되는 것이 꿈인 소녀다. 자렛에게는 토파즈 아주머니가 쓴 마법의 레시피 북이 있는데, 이 책은 증상과 필요한 효능을 이야기하면 어떤 허브 약이 좋은지는 스스로 알려주는 신기한 책이다. 이 책의 도움으로 자렛은 주변 사람들에게 허브 약을 만들어줌으로 허브 약사로서의 경력을 키워나간다.

 

마을 정원사인 수지 씨는 요새 입맛이 통 없어 점점 말라가고 있는데, 어떤 허브약이 좋을까? 그리고 자렛은 그 약으로 수지 씨를 정말로 도와줄 수 있을까?

 

자렛에게는 절친인 수와 에이프릴이 있다. 이 중에 수의 부모님은 비하이브 호텔을 운영하는데, 세 친구들은 수의 부모님으로부터 호텔에 도착한 손님들이 체크인하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환영 음료를 대접하는 일을 해보는 것은 어떤지 제안을 받게 된다.

 

이에 세 친구는 정성껏 음료를 준비하게 된다. 물론 허브에 대해 잘 아는 자렛이 허브티의 선정을 맡게 되는데, 처음에는 도시일로 피곤한 고객들을 위해 지쳤을 때 마시면 좋은 허브티를 만들게 된다. 그런데, 손님들의 반응이 좋지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허브티의 향은 좋은데, 약간 쓴맛이 나는 듯 하여 이번엔 달콤하게 벌꿀을 첨가해본다. 그런데, 다음날도 역시 반응이 좋지 않다.

 

그래서 이번엔 허브티를 바꿔본다. 손님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 차를 세 종류로 만들게 된다. 피부에 좋은 차, 예뻐지는 허브 차, 긴장을 풀어주는 차. 이들 모두는 맛도 좋고, 효능도 탁월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반응이 좋지 않다. 손님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 노력해 봐도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마법의 정원 이야기』 15번째 이야기인 『마녀 찻집의 행복 메뉴』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하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것. 아무리 향이 좋고, 맛이 있고, 효능이 좋더라도,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꼬마 아가씨들이 정성껏 준비한 차가 호텔 손님들에게 외면 받은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그건 먼 길을 오느라 힘들어하고 땀 흘리는 손님들에게 뜨거운 차를 대접했던 것이다. 아무리 좋은 차라 하더라도 더워하는 이들에게 뜨거운 차는 환영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꼬마 허브 약사인 자렛이 자꾸 힘을 잃고 말라가는 수지씨를 돕지 못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아무리 효능이 좋은 약일지라도 상대의 상황,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진짜 모두가 행복해지는 마법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진짜 마법은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는데서 출발하게 된다. 그렇다. 우리 역시 일상 속에서 마법을 행할 수 있다. 비록 우리에게는 마법 주술도 없고, 마법 지팡이가 없다 할지라도, 자렛처럼 마법의 레시피 북이 없다 할지라도 말이다. 상대의 입장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배려하게 될 때, 우리의 삶 속에서 멋진 마법은 시작된다.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이러한 마법을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또한 저자의 책들이 그렇듯이 이 책 역시 멋진 레시피를 제공해주고 있다. 여름 음료 두 가지 레시피를 알려주는데, 허브 식초와 허브로 만든 분홍 사이다가 그것이다. 간단한 레시피이기에 우리 아이들도 함께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안비루 야스코의 책의 강력한 마법이다. 이번 여름에는 시원한 허브 식초와 분홍 사이다로 더위를 식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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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나라의 거인 괴물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8
에바 이보슨 지음,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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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나라의 거인 괴물』은 왠지 루저들의 반란처럼 느껴지는 신나는 동화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늙은 마녀, 향수병을 앓고 있는 트롤, 마마보이 마법사, 그리고 평범한 고아. 이들이 한 팀을 이루어 신나는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늙은 마녀 힐다는 하숙집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트롤 울프는 병원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며 살아가는 힐다네 하숙생이다. 마법사인 브라이언은 장성한 나이에도 여전히 엄마 눈치만 보는 마마보이다. 여기에 고아에 불과한 소년 아이보. 이들은 함께 특존모(특별한 존재들의 모임) 여름회의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기대하던 평범한 임무가 아닌 예상치 못했던 특별한 임무를 받게 된다.

 

그 임무는 바로 무시무시한 괴물 오거에게 붙잡힌 공주를 구출하는 일이다. 이 일에 아무도 자원하고 도리어 눈치 빨리 발을 뺐지만, 이들 별 볼일 없는 루저들만이 눈치 없이 미적거리다가 이 임무를 받게 된 것이다. 공주를 납치하고 공주를 잡아먹으려하는 무시무시한 괴물을 처형할 ‘괴물 처형단’으로, 그리고 공주를 구할 ‘구원자들’로 말이다. 과연 이들은 이 임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이 동화는 몇 가지 두드러진 점이 있다.

 

첫째, 루저들의 반란이기에 더욱 신난다. 뭐든지 잘하는 일견 밥맛인 자들의 잘난척을 보는 것이 아니다. 뭐 하나 잘 할 것 없을 것 같은 이들이 의외로(?) 임무를 잘 수행해내는 모습, 그럼으로 이들이 진정한 ‘구원자들’로 거듭나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되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 게다가 이런 모습을 통해, 동화는 우리 아이들에게 작은 꿈 한 조각을 심어준다. 나에게 특별히 잘 하는 것이 없다 할지라도, 그런 나도 이 책의 ‘구원자들’처럼 멋진 모습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둘째, 우리들이 여전히 선입견, 편견에 사로잡혀 있음에 대한 반성을 하게 한다. 북쪽 나라에서 살아가는 무시무시한 괴물 오거는 진짜 공주를 납치해 가서, 공주를 잡아먹으려는 걸까? 아니다. 여기에는 엄청난 진실이 감춰져 있다. 괴물 오거는 누구라도 동물로 바꿔버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리고 실제 많은 이들을 동물로 바꿔버렸기에 오거가 살고 있는 오글포트 성 주변에는 그렇게 인간에서 동물로 바뀐 여러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안에 진실이 감춰져 있다. 다름 아닌 인간으로 살아감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오거를 찾아와 자신이 원하는 동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였던 거다. 그렇기에 오거는 오거답게 사악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세상을 망쳐 놓은 인간들을 위해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일은 오거를 괴롭히기도 한다. 자꾸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와 요구하기에 오거는 신경쇠약에 걸리기까지 했다.

 

이처럼, 이 동화는 선입견,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오거가 범인이 아니라, 도리어 공주가 오거를 찾아가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오거가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는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진짜 못된 존재는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 역시 이러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애매한 자들을 괴물로 몰아가고 있진 않은지.

 

셋째, 이 동화는 친환경 동화다. 늙은 마녀 힐다와 트롤 울프는 인간들의 자연 파괴에 의해, 고향을 떠나 도시 근로자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아울러 인간 세상에서 염증을 느낀 자들이 원하는 삶은 동물로 변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이들은 자연의 일부가 되어 행복을 누리며 살아간다. 고아 소녀 아이보와 공주 미렐라 역시 더없는 행복을 누리게 되는데, 그 때는 바로 땅을 파고 도랑을 치우고 과일을 따고, 또한 숲을 살려내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런 모든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파라다이스는 다름 아닌, 북쪽 나라의 거인 괴물이 살아가는 오글포트 성이다.

 

이곳에서 이들 ‘구원자들’로 세워진 자들은 채소밭과 과수원을 가꾸고, 숲을 살려내며, 진정한 ‘구원자들’로 거듭나게 된다. 반면, 인간들은 여전히 숲을 파괴하고 자연을 파괴한다. 트롤이 자신의 고향을 떠난 이유 역시 인간들의 파괴본능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은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진 않지만, 이야기 전반에서 자연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연 파괴에 대한 경고를 담아내고 있다.

 

각설하고, 이 책은 아무도 주시하지 않는 루저들이 만들어가는 신나는 반란, 모험, 그 여정이 재미있는 동화다. 참, 이 동화는 가디언 상 어린이문학 부문 최종 후보작에 올랐으며, 로알드 달 퍼니 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고 한다. 우리 어린이들도 『북쪽 나라의 거인 괴물』을 찾아 재미난 여행, 신나는 모험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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