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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나라의 거인 괴물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8
에바 이보슨 지음,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북쪽 나라의 거인 괴물』은 왠지 루저들의 반란처럼 느껴지는 신나는 동화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늙은 마녀, 향수병을 앓고 있는 트롤, 마마보이 마법사, 그리고 평범한 고아. 이들이 한 팀을 이루어 신나는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늙은 마녀 힐다는 하숙집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트롤 울프는 병원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며 살아가는 힐다네 하숙생이다. 마법사인 브라이언은 장성한 나이에도 여전히 엄마 눈치만 보는 마마보이다. 여기에 고아에 불과한 소년 아이보. 이들은 함께 특존모(특별한 존재들의 모임) 여름회의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기대하던 평범한 임무가 아닌 예상치 못했던 특별한 임무를 받게 된다.
그 임무는 바로 무시무시한 괴물 오거에게 붙잡힌 공주를 구출하는 일이다. 이 일에 아무도 자원하고 도리어 눈치 빨리 발을 뺐지만, 이들 별 볼일 없는 루저들만이 눈치 없이 미적거리다가 이 임무를 받게 된 것이다. 공주를 납치하고 공주를 잡아먹으려하는 무시무시한 괴물을 처형할 ‘괴물 처형단’으로, 그리고 공주를 구할 ‘구원자들’로 말이다. 과연 이들은 이 임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이 동화는 몇 가지 두드러진 점이 있다.
첫째, 루저들의 반란이기에 더욱 신난다. 뭐든지 잘하는 일견 밥맛인 자들의 잘난척을 보는 것이 아니다. 뭐 하나 잘 할 것 없을 것 같은 이들이 의외로(?) 임무를 잘 수행해내는 모습, 그럼으로 이들이 진정한 ‘구원자들’로 거듭나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되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 게다가 이런 모습을 통해, 동화는 우리 아이들에게 작은 꿈 한 조각을 심어준다. 나에게 특별히 잘 하는 것이 없다 할지라도, 그런 나도 이 책의 ‘구원자들’처럼 멋진 모습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둘째, 우리들이 여전히 선입견, 편견에 사로잡혀 있음에 대한 반성을 하게 한다. 북쪽 나라에서 살아가는 무시무시한 괴물 오거는 진짜 공주를 납치해 가서, 공주를 잡아먹으려는 걸까? 아니다. 여기에는 엄청난 진실이 감춰져 있다. 괴물 오거는 누구라도 동물로 바꿔버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리고 실제 많은 이들을 동물로 바꿔버렸기에 오거가 살고 있는 오글포트 성 주변에는 그렇게 인간에서 동물로 바뀐 여러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안에 진실이 감춰져 있다. 다름 아닌 인간으로 살아감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오거를 찾아와 자신이 원하는 동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였던 거다. 그렇기에 오거는 오거답게 사악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세상을 망쳐 놓은 인간들을 위해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일은 오거를 괴롭히기도 한다. 자꾸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와 요구하기에 오거는 신경쇠약에 걸리기까지 했다.
이처럼, 이 동화는 선입견,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오거가 범인이 아니라, 도리어 공주가 오거를 찾아가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오거가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는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진짜 못된 존재는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 역시 이러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애매한 자들을 괴물로 몰아가고 있진 않은지.
셋째, 이 동화는 친환경 동화다. 늙은 마녀 힐다와 트롤 울프는 인간들의 자연 파괴에 의해, 고향을 떠나 도시 근로자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아울러 인간 세상에서 염증을 느낀 자들이 원하는 삶은 동물로 변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이들은 자연의 일부가 되어 행복을 누리며 살아간다. 고아 소녀 아이보와 공주 미렐라 역시 더없는 행복을 누리게 되는데, 그 때는 바로 땅을 파고 도랑을 치우고 과일을 따고, 또한 숲을 살려내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런 모든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파라다이스는 다름 아닌, 북쪽 나라의 거인 괴물이 살아가는 오글포트 성이다.
이곳에서 이들 ‘구원자들’로 세워진 자들은 채소밭과 과수원을 가꾸고, 숲을 살려내며, 진정한 ‘구원자들’로 거듭나게 된다. 반면, 인간들은 여전히 숲을 파괴하고 자연을 파괴한다. 트롤이 자신의 고향을 떠난 이유 역시 인간들의 파괴본능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은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진 않지만, 이야기 전반에서 자연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연 파괴에 대한 경고를 담아내고 있다.
각설하고, 이 책은 아무도 주시하지 않는 루저들이 만들어가는 신나는 반란, 모험, 그 여정이 재미있는 동화다. 참, 이 동화는 가디언 상 어린이문학 부문 최종 후보작에 올랐으며, 로알드 달 퍼니 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고 한다. 우리 어린이들도 『북쪽 나라의 거인 괴물』을 찾아 재미난 여행, 신나는 모험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