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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의 구슬 다툼 - 주거니 받거니 은혜 이야기 ㅣ 굽이구비 옛이야기 7
정혜원 엮음, 곽성화 그림, 최원오 감수 / 해와나무 / 2015년 5월
평점 :
이 책, 『개와 고양이의 구슬 다툼』은 해와나무에서 출판하는 <굽이구비 옛이야기> 시리즈 7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시대와 장소를 떠나 언제나 비슷하게 되풀이되는 이야기, 즉 ‘원형’을 잘 드러내주는 중요한 한 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걸맞은 우리 옛이야기들을 골라 우리에게 전해주는 고마운 시리즈다.
이번 책의 주제는 ‘은혜’다. 그래서 <주거니 받거니 은혜 이야기>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여기 “주거지 받거니”란 말 안에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의 성격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한 마디로 은혜를 입고, 그 은혜를 갚는 아름다운 이야기. 은혜를 입히고, 예기치 않았던 은혜를 되받는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다.
도합 아홉 편의 옛이야기들을 싣고 있다. 모두 누군가 어려운 상황 가운데 처해 있을 때, 선행을 행하고, 결국엔 그 일로 인해 자신 역시 의도치 않게 은혜를 입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잘못을 뉘우친 도둑」의 경우, 한 사내가 부잣집에 쌀을 훔치러 들어간다. 너무 욕심을 부려, 쌀자루를 짊어졌다가 다시 주저앉곤 했는데, 이 때, 주인이 다가와 쌀자루를 짊어지는 것을 도와주며, 이것 가지고 가서 잘 사용하되 앞으론 다신 도둑질을 하지 말라며 타일러 보내는 게 아닌가! 이에 사내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부자가 짊어지워준 쌀을 가지고 밑천 삼아 장사를 시작한다. 그리곤 장사가 잘 되 부자가 된다. 한편 부자는 여차저차해서 가세가 기울게 되고, 딸의 혼례를 위해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포목점에 들렀는데, 그 주인이 바로 옛 도둑이었던 것. 옛 도둑은 노인이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부자임을 알고 아버지라 부르며, 은혜를 갚음으로 두 집안은 서로 도우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9편의 이야기가 대체로 이런 식이다. 누군가의 어려운 상황에 도움의 손길을 펼치고, 그로 인해 그 은혜가 나중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식.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누군가에서 선행을 행한 사람들이 그 일을 행한 것은 나중에 자신이 더 큰 은혜로 되돌려 받게 된다는 생각으로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상대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연민의 마음, 그리고 순수하게 돕고자 하는 의도로 도움의 손길을 펼치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우리 주변에 있는 자들에게 선한 의도로, 아무런 대가 없이 돕는 그런 아름다운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꿈꿔야 할 마음이 아닐까?
또한 이 모든 이야기들이 전하는 또 한 가지는 은혜는 반드시 다시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것을 바라보고 선을 행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선행은 다시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하다. 내가 누군가에게 선한 의도로 행함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선한 마음으로 감화시킨다면, 그 사람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선한 행동을 할 것이고, 결국에 이런 선한 마음을 가진 자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결국엔 그 선한 행함은 나에게도 되돌아오게 마련이니까.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의도적인 악함을 행할 때, 그 악함은 누군가의 영혼을 상처 입히게 되고, 누군가의 마음을 완악하게 만들 것이다. 이처럼 완악한 마음의 소유자가 많아지게 된다면, 결국, 그 악함은 나에게도 되돌아오게 마련인 것.
언제나 이처럼 내가 행한 일들은 결국에는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되돌아오게 마련이라는 진리를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 있다. 그건 바로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옛 이야기라는 것.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난 여기에 감춰진 또 하나의 의미를 발견한다. 그건 바로 옛 이야기이기에 부모님들 역시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읽고 자랐다는 것이다. 부모가 지금의 자녀들과 같은 모습이었을 때, 읽고 들었던 재미난 이야기, 그 감동을 이제는 자녀들 역시 같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축복이 아닐까? 이것이야말로 옛 이야기들이 갖는 또 하나의 힘이 아닐까?
이처럼 옛이야기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시대를 초월하여 같은 감동을 누리게 된다. 이런 감동을 누리는 행복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