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비밀 책방 동화향기 7
김윤경 지음, 신가영 그림 / 좋은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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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과 한솔은 교실에서 언제나 있는 듯 없는 듯 있는 친구들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둘이 단짝이라는 점이다. 최소한 혼자는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런 강한과 한솔은 우주 쓰레기라고 불린다. 바로 우주 특공대 녀석들에게 말이다. 우주 특공대는 우주와 그의 특별한 친구들이라는 의미로, 우주, 그리고 언제나 우주 곁에서 함께하는 공철과 대희가 그들이다. 이들은 강한과 한솔은 반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쓰레기라며 경멸하는 의미로 그렇게 부른다. ‘우주쓰레기’라고.

 

문제는 이들과 강한, 한솔이 같은 모둠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퀴즈대회를 한다고 하셨는데, 이번 퀴즈대회는 모둠별 대회라는 점이다. 이제 강한과 한솔은 우주특공대들에게 얼마나 시달릴까? 우주쓰레기 때문에 자신들은 손해라고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강한과 한솔은 놀라운 책방을 알게 된다. 바로 ‘The 동화’라는 책방인데, 아무래도 그곳의 동화작가님은 마녀가 아닌가 싶다(물론 이것은 끝내 한솔이 의심을 풀지 않는 생각이다). 그리고 실제 마녀다. 하지만, 못된 마녀가 아닌, 아이들로 하여금 동화의 즐거움,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좋은 마녀다. 또 하나의 비밀은 강한과 한솔네 선생님 역시 마녀라는 점. 아이들로 하여금 책을 읽는 재미를 알게 해주는 고마운 마녀.

 

강한과 한솔은 ‘The 동화’책방 동화작가 선생님을 통해,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실제 책 속에 들어가는 느낌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우리 아이들도 게임이나 스마트폰보다는 책의 즐거움을 아는 아이들이 되면 좋겠다. 책속에는 무한한 지혜의 바다가 넘실대고, 상상력의 세상이 손짓하니 말이다. 그 재미를 누리는 아이들로 잘 성장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퀴즈문제를 많이 맞추는 것이 아님도 이 동화는 알려준다. 우주는 퀴즈대회를 위해 과외까지 한다. 하지만, 퀴즈문제에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부정한 방법조차 서슴지 않는다. 반면, 강한과 한솔은 그렇지 않다. 같은 모둠 친구들이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였음을 알고, 아는 문제조차 맞추지 않는다. 그것이 정당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참 독서의 모습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많은 지식을 갖게 된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참 인성을 갖추게 됨을 의미한다.

 

어쩌면 오늘 우리 역시 책 읽는 것조차 마치 우주가 과외를 하듯이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우리 역시 자녀들에게 그런 접근으로 책을 강요하고 있진 않은지. 이 책, 『마녀의 비밀 책방』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참 독서를 알아가는 지혜가 있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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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브이 사인 이야기꽃 3
소마 고헤이 지음, 후쿠다 이와오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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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2반 교실 학부모 수업 참관일에 레이의 아버지가 오셨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학부모에게 특기를 묻네요. 모두들 이런 저런 특기를 말씀하는데, 레이의 아버지 차례가 되자, 레이의 부끄럼쟁이 아빠는 그만 달리기가 특기라고 말해버린답니다.

 

레이의 아빠는 몸무게가 96킬로그램이나 되는 거구인데 말이죠. 이에 레이도, 친구들도 모두 박수를 보냈고요. 문제는 다음에 벌어졌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운동회 때 아버지 이어달리기를 한다는데, 레이는 자신의 아빠가 출전할 수 있다고 말해 버렸답니다.

 

어쩌죠. 레이의 아빠가 달리기를 잘하는 것은 물론 거짓말이 아니랍니다. 문제는 그건 옛날 얘기라는 거죠. 지금은 뚱뚱해진 아빠가 달리기를 잘 할 리가 없죠. 이에 레이의 아빠는 고민이 생겼답니다. 여러분이 만약 그런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레이의 아빠는 결심합니다. 비록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은 2주 동안 열심히 달리기 특훈을 하여 운동회 날에 최선을 다해 달려보자고 말입니다. 물론, 레이에게도 이런 사정을 솔직히 말하였고요. 꼭 1등을 해서 딸 레이에게 브이 사인을 하기로 약속도 했고요. 과연 아빠는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이 짧은 동화는 왠지 중년의 나이를 먹어버린 부모님들의 현재의 서글픈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느낌이네요. 또한 괜히 지기 싫어하는 아빠들의 치기어린 모습도 떠올리게 되고요. 아빠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빠들은 못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죠. 하지만, 그렇게 떠벌이며 자랑하면 뭐하겠어요. 예전의 우람하던 근육들은 지금은 모두 뱃살로 모여 있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레이의 아빠가 멋진 이유는 그런 몸매에도 딸을 위해 용기를 내어 노력한다는 모습이죠. 저도 예전엔 달리기는 항상 일등이었죠(뭐, 확인할 길이 없으니 뭔 소리인들 못하겠어요?^^). 그런데, 지금은 허리 디스크로 걷는 것도 신통찮죠. 아이의 운동회에 혹시라도 학부모 달리기를 하자고 할까봐 겁이 나기도 한답니다. 이 동화속의 레이의 아빠처럼 용기를 내서 달리기를 연습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녀를 위한 부모의 용기있는 노력이야말로 멋진 모습 아닐까요?

 

게다가 딸에게 솔직하게 고백하는 모습도 멋지네요. 부모님들도 언제나 아이들에게 솔직해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나 아이들이 어리다고 윽박지르지만 말고 말이죠. 부모의 부족함이나 부모의 실수 역시 아이에게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는 용기가 우리 부모를 더욱 멋지게 만들어 주리라 여겨지네요. 이런 모습이야말로 진짜 브이 사인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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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미안해 -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 (아동학대.가정폭력)
고주애 지음, 최혜선 그림 / 소담주니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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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인 주안이네 집은 부자랍니다. 모두 부자 할아버지 덕이죠. 주안이네 할아버지는 건물을 여러 채 가지고 있거든요. 주안이네 아빠는 할아버지의 건물들 관리를 해주고 있고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주안이네 집이 이사를 가게 되네요. 작은 아파트로 말이죠. 그 뒤로 아빠는 달라졌답니다. 매일 방안에서 술만 마시네요. 엄마는 어린이집으로 일을 나가게 되었고요.

 

그러던 어느 날 집안에서 떠들며 재미나게 놀던 주안이와 동생 주은이는 아빠에게 맞게 됩니다. 떠든다고 말이죠. 마치 겨울잠을 자다 일어난 곰과 같은 모습의 아빠가 아이들을 때렸답니다. 그 충격에 어린 주은이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고, 이 일로 엄마는 주은이를 데리고 외할아버지 댁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과연 아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어쩌다, 그토록 다정하던 아빠가 아이들을 때리는 못된 곰처럼 변한 걸까요?

 

이 동화는 읽는 내내 마음이 안타깝고 답답하였답니다. 물론, 나중에 아빠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가족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은 좋았지만요.

 

이 동화는 무엇보다 가정폭력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답니다. 부모님의 힘겨움이 자칫 아이들에게 폭력으로 분출될 수 있음을 경고하죠. 그리고 그런 폭력을 통해,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은 상처입고, 병들게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요. 다행스러운 것은 이야기 속의 아빠는 단 한 번의 폭력이었다는 점입니다. 습관적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이 불행 중 다행이죠. 게다가 본인이 행한 일에 대한 진심어린 뉘우침과 반성, 그리고 가족들 모두에게 마음을 담은 사과가 가족의 회복을 가져오게 되고요.

 

가정에서의 폭력은 언제나 어떤 이유에서건 금해야 합니다. 특히나 어린 자녀들을 향한 폭력은 더더욱 말이죠. 이 책은 또한 뒤편에 아동학대에 대해 어떤 종류의 것들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답니다. 폭력뿐 만이 아니라 아이들을 그저 방치 두는 방임 역시 아동학대임을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네요.

 

또 하나 말도 안 되는 웃긴 모습, 아니 화나는 모습이 있답니다. 그건 바로 아빠가 갑자기 변하게 된 이유랍니다. 아빠는 원래 할아버지의 친 아들이 아니라네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들이 없어 아빠를 입양한 거랍니다. 그래서 아빠는 거지에서 하루아침 왕자가 되었고요. 그런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할아버지는 새장가를 가게 되었답니다. 주안이에게는 젊은 할머니가 생긴 거죠. 게다가 젊은 할머니는 아들을 낳았고요. 주안이에게는 동생 같은 삼촌이 생겼답니다. 여기에서부터 틀어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요. 할아버지에게는 기른 정보다는 낳은 정이 우선이었나 봅니다. 자신에게 아들은 한 명뿐이라며 주안이 아빠를 내쫓았거든요. 참 못된 영감이네요. 어쩌면, 그 못된 영감 뒤에는 여우같은 새할머니가 있겠고요. 사람들이 어쩜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세상에는 이런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게 문제 아닐까요?

 

그러니 어쩌면 주안이 아빠의 변화가 이해가 되네요. 물론 그렇더라도 아이들을 향한 폭력이 정당화 되어서는 안 되지만 말이죠. 혹시라도 아이들을 향해 폭력이나, 또는 감정적인 체벌을 가하는 바보 같은 부모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왜냐하면, 그렇게 맞고 자란 아이는 나중에 폭력적인 성향을 가질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가정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소망해봅니다. 그럼으로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이들로 모두 자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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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티시킨
그렌다 밀러드 지음, 한별 옮김, 캐럴라인 매걸 그림 / 자주보라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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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그리핀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점이 몇 있다. 첫째, 그의 진짜 생일은 4년에 한번 돌아온다. 2월 29일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둘째, 그에게는 누나들이 많다. 자그마치 5명의 누나가 있다. 그리핀은 여섯째로 막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동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생과 엄마는 집에 함께 있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병원으로 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핀에게는 또 다른 특별한 점도 있다. 그건 여태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는 점이다. 엄마가 계실 때는 엄마에게 공부를 배웠다. 하지만, 지금은 엄마가 곁에 없기에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처음 간 학교에서 그리핀은 또래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높아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과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런 그리핀에게는 당연하게도(?) 친구가 없다. 오히려 그의 특별한 점들로 인해 같은 반 아이들의 놀림이 될 뿐이다. 이런 그리핀에게 과연 친구가 생길 수 있을까?

 

이 동화를 펼쳐들 때, 독자들은 아마도 독특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동화의 분위기가 상당히 독특하기 때문이다. 먼저, 딱히 꼬집을 수는 없지만 왠지 우리 정서와는 다른 이질적인 느낌이 처음부터 계속 느껴진다. 그리고 몽환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몽환적인 분위기는 실제 주인공들이 겪어가는 스토리가 몽환적인 내용이어서라기보다는 주인공인 그리핀과 친구 라일라가 만들어가는 상상력에서 유래하는 몽환이다. 또한 목가적인 분위기이다. 왠지 그리핀의 가정은 세상과 동떨어진 생활, 마치 아미쉬 공동체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의 동화 『안녕, 티시킨』은 무엇보다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용기는 다름 아닌 슬픔을 감추거나 외면하지 않고 마주 볼 용기이다. 언제나 막내였던 그리핀에게 어느 날 생긴 동생은 사실 갑자기 죽음을 맞게 된다. 그리고 그 충격에 엄마는 병원에 입원하여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 이 슬픔의 사실에 대해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모두 모른 척 외면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외면함으로는 슬픔이 극복되지 못한다. 도리어 그리핀의 가정은 더욱 힘겨울 뿐이다. 이러한 때, 그리핀의 용기는 가족의 회복을 가져온다. 자신들에게 닥친 슬픔을 그리핀은 용기 있게 대면한다. 그리고 솔직한 마음으로 그 슬픔의 사건을 드러내며, 슬픔에 접근한다. 이러한 용기는 결국 엄마를 집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우리 역시 이런 용기가 때론 필요할 것이다. 슬픔을 있는 그대로 마주 볼 용기가 말이다. 아픔의 상처를 모른 척 감추려 할 때, 그 상처는 더욱 곪아 나중엔 손 댈 수 없을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때론 슬픔의 상처를 마주하는 용기가 치유를 가져오게 된다.

 

그리핀의 상처를 치유하는 또 하나의 원동력은 우정이다. 그리핀은 라일라라는 여자아이를 사귀게 된다. 그리고 둘은 함께 우정을 쌓아간다. 이 우정은 결국 그리핀 안에 있는 상처들을 바라보게 하고, 그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도 한다. 그렇다. 우정이 상처를 치유한다.

 

우리 안에 치유하기 어려운 슬픔이 자리 할 때, 내 안의 ‘용기’와 타인의 우정과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 좋겠다. 독특한 분위기의 동화지만,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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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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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면 폭발하는 오베가 왔다.”

“30초마다 웃음이 터지는 시한폭탄 같은 소설”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장편소설 『오베라는 남자』에 대한 출판사의 선전용 문구다.

 

이 문구가 맘에 들지 않는다. 먼저, 오베는 건드리면 폭발하는 그런 ‘건달(드리면 려드는 사람)’과 같은 성격인 것은 맞다. 주인공 오베에 대해 조금은 과장된 감이 없진 않지만, 잘 설명해주고 있는 문구다. 하지만, 두 번째 문구는 맞지 않다. 이 책은 30초마다 웃음을 터트리는 소설은 결코 아니다. 물론, 소설은 재미있고 유쾌함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 재미는 웃음만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이런 선전 문구가 책의 내용을 조금은 가볍게 만들고 있지 않나 여겨진다. 이 책은 결코 그렇게 가벼운 소설이 아니다.

 

오베라는 이 남자는 59세의 할배(요즘으로 본다면 청년이지만)이지만 여전히 혈기왕성하고, 강철 같은 체력을 가진 사내다. 자동차란 오직 사브(오베에게는 국산차)만이 진리라 여기는 사내인 오베, 그를 한 마디로 정의할 단어는 아마도 ‘원칙’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 ‘원칙’은 우리들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 오베가 정의하는 ‘원칙’은 이렇다. 사내는 결코 남을 일러바치지 않는다. 비록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온다 할지라도(실제 오베는 이런 원칙으로 인해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또 이런 ‘원칙’도 있다. 거스름돈을 잘못 남겨준 빵집에는 영원히 가지 않는다. 이런 사람에게 찍히면 재미없겠다. 또한 오베가 목숨을 걸고 지키는 원칙이 있다. 오베네 마을의 거주자 구역에서는 차량 운행이 금지되어 있다. 오베는 이 원칙을 끝내 지키려 한다. 자신이 강도의 칼에 찔려 위급한 상황에서조차 구급차가 거주자 구역으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 여긴다.

 

오베의 이런 ‘원칙’을 고수하는 정신은 자연스레 ‘깐깐함’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오베는 깐깐한 할배다. 오베는 앞뒤 꽉 막혀 있어 결코 융통성이 없는 깐깐한 할배다. 하지만, 오베의 이런 ‘깐깐함’이 전혀 밉지도 않고 답답하지도 않다. 도리어 이런 ‘깐깐함’이 귀엽게 느껴지며, 소설을 읽어가는 가운데, 오베의 이런 ‘깐깐함’을 오히려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오베의 ‘원칙’, ‘깐깐함’, 그 이면에는 뜨거운 ‘정(情)’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소설이 시작될 무렵의 오베는 6개월 전 아내를 잃고 자살을 결심한다. 물론, 작가의 표현처럼 오베는 삶을 포기하고 죽는 종류의 남자는 아니다. 단지 사랑하는 아내 소냐 없이 인생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를 모를 뿐. 그래서 다양한 방법의 자살을 시도한다. 목매달기, 자동차 배기가스 흡입, 기차선로 뛰어들기, 약물복용, 권총 자살에 이르기까지. 물론, 오베가 아내의 죽음 이후 처음부터 자살을 결심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자살은 오베의 ‘원칙’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자신이 갑자기 자살하여 회사에 나가지 않으면, 회사에 피해를 준다고 여겼기 때문. 그러한 피해는 주지 않는다는 것이 오베의 ‘원칙’이다. 하지만, 오베는 컴퓨터를 모르는 구세대여서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한다. 이제 오베는 ‘원칙’을 어기지 않으며 자살하여 아내 곁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다양한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의 자살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처음 목을 매었을 때는 끈이 끊어졌다. 기차에 뛰어들려던 계획은 도리어 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며 영웅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는 이웃들의 방해로 인해서다. 특히,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얼간이 가정 때문이다. 깐깐한 오베의 눈에 전혀 들지 않는 얼간이 같은 멀대 남편과 셋째를 임신한 이란 여성 아내, 그리고 마치 트롤처럼 느껴지는 두 딸 아이들. 이들은 언제나 오베를 귀찮게만 하는 이웃이다. 하지만, 오베는 점차 그 얼간이 같은 가정에 의해 마음이 열리게 된다. 뿐 아니라, 뚱보 젊은이, 호모 젊은이, 갈 곳 없는 길고양이 등을 통해, 오베의 얼어붙은 마음은 녹아내리고, 결국 정이 넘치는 깐깐하지만 귀여운 할배가 되어, ‘원칙’을 고수하기 위한 정의의 투사로 변신하고 만다.

 

이 소설은 깐깐한 할배가 변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작가는 오베의 ‘원칙’과 대조하여 또 다른 원칙을 고수하는 자들을 고발하고 있다. 그건 바로 관료주의 행정체제다. 세계최고 수준의 사회복지국가인 스웨덴.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부작용들이 있음을 작가는 고발한다. 각 개인의 소망과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원칙만을 고집하는 행정체계에 대한 고발. 이는 오베의 꽉 막힌 성격, 원칙만을 고집하는 고리타분함과 오버랩 되면서도 결코 같지 않다. 같은 듯하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두 경우의 ‘원칙’은 대조된다. 그 차이는 바로 ‘정(情)’이다. 깐깐한 할배 오베에게는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향한 ‘정’이 숨겨져 있다. 오베는 단지 겉으로는 한없이 투털거리지만, 그 안에는 뜨거운 ‘정’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하얀 셔츠로 상징되는 관료주의에는 이것이 없다. 오직 원칙만을 고집하는 깐깐함이 있을 뿐. 그들에게는 개인의 사정, 개인의 소망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저 서류와 상황에 따른 ‘원칙’만이 존재할 뿐. 게다가 그러한 원칙을 빙자한 부정(不正)이 감춰져 있을 뿐이다.

 

이처럼 프레드릭 배크만은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 관료들의 꽉 막힌 행정을 고발하고 있다.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술에 취한 버스기사로 인해 사고가 나고 아내가 장애인이 되었을 때, 오베의 상황에 대한 묘사다.

 

“결국 그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스페인 정부에 편지를 썼다. 스웨덴 당국에도 썼다. 경찰에도. 법원에도.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아무도 신경 안 썼다. 그들은 법전이나 다른 권위를 참조하여 대답했다. 변명했다. .... 하지만 어디에서나 이내 하얀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엄격하고 독선적인 얼굴로 그를 막아 세웠다. 그들과는 싸울 수가 없었다. 그들이 국가의 편에 서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들이 국가여서였다. 마지막 민원은 거부당했다. 싸움은 끝났다. 하얀 셔츠를 입은 남자들이 그러기로 정했기 때문이었다. 오베는 그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279쪽)

 

개인의 아픔, 개인의 바람,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원칙’은 세상을 삭막하게 만들지만, 오베와 같이 정을 동반한 깐깐함과 원칙고수는 귀여움을 선사한다.

 

또한 생을 포기하고 죽으려 하던 오베에게 새로운 삶을 허락하고 공급한 건 다름 아닌 오베가 귀찮아하던 ‘이웃’이었다. ‘이웃’은 오베에게는 귀찮은 방해자들에 불과했다. 하지만, 점차, 오베는 그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 마음대로 자살조차 하지 못하게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삶에 끼어드는 이웃, 그들의 막무가내 개입은 도리어 깐깐한 할배 오베를 정이 가득한 ‘이웃’으로 만들게 된다. 이것 역시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함이 아닐까?

 

철저한 개인주의로 빠져드는 현실 속에서 이웃의 문제들로 인해 기꺼이 내 삶을 방해받을 수 있는 모습, 그리고 그런 삶이야말로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하게 된다는.

 

아무튼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 깐깐한 할배, 원칙주의자가 전해주는 묘한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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