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티시킨
그렌다 밀러드 지음, 한별 옮김, 캐럴라인 매걸 그림 / 자주보라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주인공 그리핀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점이 몇 있다. 첫째, 그의 진짜 생일은 4년에 한번 돌아온다. 2월 29일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둘째, 그에게는 누나들이 많다. 자그마치 5명의 누나가 있다. 그리핀은 여섯째로 막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동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생과 엄마는 집에 함께 있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병원으로 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핀에게는 또 다른 특별한 점도 있다. 그건 여태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는 점이다. 엄마가 계실 때는 엄마에게 공부를 배웠다. 하지만, 지금은 엄마가 곁에 없기에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처음 간 학교에서 그리핀은 또래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높아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과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런 그리핀에게는 당연하게도(?) 친구가 없다. 오히려 그의 특별한 점들로 인해 같은 반 아이들의 놀림이 될 뿐이다. 이런 그리핀에게 과연 친구가 생길 수 있을까?

 

이 동화를 펼쳐들 때, 독자들은 아마도 독특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동화의 분위기가 상당히 독특하기 때문이다. 먼저, 딱히 꼬집을 수는 없지만 왠지 우리 정서와는 다른 이질적인 느낌이 처음부터 계속 느껴진다. 그리고 몽환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몽환적인 분위기는 실제 주인공들이 겪어가는 스토리가 몽환적인 내용이어서라기보다는 주인공인 그리핀과 친구 라일라가 만들어가는 상상력에서 유래하는 몽환이다. 또한 목가적인 분위기이다. 왠지 그리핀의 가정은 세상과 동떨어진 생활, 마치 아미쉬 공동체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의 동화 『안녕, 티시킨』은 무엇보다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용기는 다름 아닌 슬픔을 감추거나 외면하지 않고 마주 볼 용기이다. 언제나 막내였던 그리핀에게 어느 날 생긴 동생은 사실 갑자기 죽음을 맞게 된다. 그리고 그 충격에 엄마는 병원에 입원하여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 이 슬픔의 사실에 대해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모두 모른 척 외면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외면함으로는 슬픔이 극복되지 못한다. 도리어 그리핀의 가정은 더욱 힘겨울 뿐이다. 이러한 때, 그리핀의 용기는 가족의 회복을 가져온다. 자신들에게 닥친 슬픔을 그리핀은 용기 있게 대면한다. 그리고 솔직한 마음으로 그 슬픔의 사건을 드러내며, 슬픔에 접근한다. 이러한 용기는 결국 엄마를 집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우리 역시 이런 용기가 때론 필요할 것이다. 슬픔을 있는 그대로 마주 볼 용기가 말이다. 아픔의 상처를 모른 척 감추려 할 때, 그 상처는 더욱 곪아 나중엔 손 댈 수 없을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때론 슬픔의 상처를 마주하는 용기가 치유를 가져오게 된다.

 

그리핀의 상처를 치유하는 또 하나의 원동력은 우정이다. 그리핀은 라일라라는 여자아이를 사귀게 된다. 그리고 둘은 함께 우정을 쌓아간다. 이 우정은 결국 그리핀 안에 있는 상처들을 바라보게 하고, 그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도 한다. 그렇다. 우정이 상처를 치유한다.

 

우리 안에 치유하기 어려운 슬픔이 자리 할 때, 내 안의 ‘용기’와 타인의 우정과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 좋겠다. 독특한 분위기의 동화지만,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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