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찾는 인간
롤로 메이 지음, 신장근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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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화는 허구에 불과하다고 여기곤 한다. 왜냐하면, 우린 어려서부터 합리적으로 생각하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신화는 비합리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치부한다. 또한 신화는 케케묵은 낡은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한 마디로 신화는 오늘 우리의 삶과는 관계없는 옛 이야기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신화를 찾는 인간』의 저자 롤로 메이는 책에서 말한다. 신화는 오히려 오늘 현대인들에게도 의미 있는 이야기일뿐더러, 신화가 현대인을 건강하게 만들며, 건강한 사회로 만들게 되는 중요한 언어라고 말이다.

 

저자는 현대인들은 신화의 부재 때문에 불안, 고독, 중독, 자살 등의 몰락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진정한 신화가 없을 때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를 찾기도 하고, 진정한 신화가 없을 때 약물을 통해 위로를 받게 되며, 진정한 신화가 없기에 거짓 신화와 마술적 신앙으로 치닫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건강한 사회란 신화가 제 역할을 감당하는 사회이며, 이런 건강한 사회는 신화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죄책감이나 불안 등을 완화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접근은 저자가 정신과 의사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저자는 신화가 우울증이나 불안함, 죄책감 등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어떤 역할을 감당하게 되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면서 저자는 현대(1970년대 미국사회) 사회의 불안한 상태는 신화의 부재에서 오기에 각자 자신의 부조리, 불안, 모순 등을 설명해 줄 신화를 찾아갈 때, 그 신화를 통해 살이 치유됨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저자에게 있어 신화는 케케묵은 옛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에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이는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신화란 것이 우리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에 대한 원형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근원, 탄생, 삶, 죽음에 대한 원형의 이야기가 신화 아닌가! 그렇기에 신화는 죽은 옛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오늘 우리의 삶 속에 현존하는 살아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저자의 말처럼, 오늘 나의 삶을 더욱 건강하게 해줄 나만의 신화를 찾아야 할 것이다. 내 삶의 모습, 내 삶의 근원, 내 삶의 모순마저 설명해 줄 수 있는.

 

물론, 그 찾아야 할 신화는 허무맹랑하거나 거짓 신화여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책의 첫머리로 돌아가 보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신화는 의미 없는 세계에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신화는 우리 실존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 방식이다. 그 실존의 의미가 사르트르의 주장대로 단지 우리가 용기를 내서 우리 삶에 부여한 것이든지, 키르케고르의 주장처럼 우리가 발견해야 할 의미가 존재하는 것이든지 간에 결과는 동일하다. 즉 신화는 우리가 실존의 의미와 중요성을 발견하는 방식이다. 그런 면에서 신화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집을 지탱시켜서 그 안에 사람이 살게 해주는 들보와 같다.(15쪽)

 

키르케고르의 주장에 더 마음이 끌린다. 신화는 만들어진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의미를 신화라는 이야기 안에 투영해야 한다. 거짓 신화가 아닌, 진정한 신화 말이다. 이러한 진정한 신화들을 내 삶 속에서 찾아가며, 내 삶 속에서 재구성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리라 여겨진다.

 

신화를 통해, 건강한 사회, 건강한 삶을 이야기하는 이 책, 『신화를 찾는 인간』은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생각처럼 어렵진 않다. 솔직히 조금은 산만한 느낌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화가 오늘 현대인의 삶 속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는 좋은 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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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픽션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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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민 작가의 장편소설 『페이크 픽션』을 읽고 느낀 건, 첫째, 재미있다는 점이다. 현재와 과거의 기억을 오가며 전개되는 소설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떼기 쉽지 않을 만큼 흡입력이 강한 소설이다. 하지만 이렇게 재미나게 전개되는 소설의 내용은 무겁다. 소설은 결코 가볍지 않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이 다루는 주된 메시지는 용산재개발 지역의 참사를 다루고 있다. 그저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나 사건이 아닌, 그 참사 안에 희생되고, 삶의 터전을 빼앗긴 채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는 메시지를 작가는 우리에게 들려준다. 즉, 작가는 ‘사람’에 관심을 기울인다. 삼류 영화감독인 황감독의 시선을 통해서. 황감독의 시선 변화처럼, 독자인 우리들의 시선 역시 변하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

 

황감독은 삼류 감독이다. 아니, 아직 제대로 입봉도 하지 못한 그는 지금은 그저 동거녀(동거녀 역시 삼류 여배우다)와 함께 만화카페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가게를 비워져야 할 위기에 처한. 그런 그들의 만화카페 입간판 뒤에 어느 날 포스트잇 한 장이 붙게 된다.

 

“왜 가만히 있지요? 벌이 없으면 죄도 없습니다. 세상은 변한 게 없어요.”(164쪽)

 

이 글씨는 황감독에는 눈에 익은 글씨체, 바로 그토록 찾던 삼룡의 글씨체였던 것. 삼룡은 바로 황감독의 데뷔작이 될 뻔 했던 영화의 주인공이었다. 이 소설은 바로 황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황감독은 동거하던 여배우 성숙이 2천만 원을 사채업자로부터 빌리는 바람에 이 돈을 갚지 못하면 사채업자들로부터 콩팥을 떼어내야만 할 위기에 처한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사채업자는 황당한 제의를 한다. 2천 4백만 원으로 자신의 무용담을 근거로 한 액션영화를 만들라는 것. 그나마 2천 4백만 원은 황감독이 빌린 돈과 이자였다. 그러니, 황감독은 돈 한 푼 없이 액션영화를 만들지 못하면, 콩팥을 떼이고 버려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황감독은 돈을 들이지 않고 영화를 찍을 방법을 찾아낸다. 최신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촬영하고, 엄청난 무술 실력을 가진 주연 배우를 캐스팅하여 실제 싸움판에 투입하여 그 장면을 찍겠다는 것. 문제는 이런 실제 싸움판에서 자신의 목숨을 건사할 엄청난 무공을 가진 주인공을 캐스팅하는 것. 우여곡절 끝에 황감독은 냉면집 배달원 삼룡이 엄청난 무공을 가진 것을 알게 되고, 순박한 청년 삼룡을 영화배우로 캐스팅하여 실제 싸움판에 투입한다. 이에 삼룡은 영화를 실전처럼 찍는다는 말에 속아 건달들 간의 이권 싸움판에 투입되고, 철거촌 현장에 투입되어 철거용역으로 철거민들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자가 된다.

 

이런 가운데, 삼룡은 자신이 하는 일이 옳지 않음을 알고 갈등하게 되고, 결국 철거민들 편에 서게 되는데. 과연 삼룡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황 감독은 콩팥을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

 

앞에서도 이야기 한 것처럼 이 소설, 『페이크 픽션』은 재미나다. 하지만, 단지 재미만을 전해주지는 않는다. 그 안에 철거민들을 향한 안타까움, 정의를 향한 꿈틀거림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다시 말해, 이 소설은 어떤 의미에서는 불편한 소설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우린 마땅히 감수해야 할뿐더러, 불편함 이면에 있는 불의를 향해 외면치 말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져다 준 재난, 어쩌면 자연이 가져다 준 것보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져다준 재난이 더 위험한 지도 모르죠. 자연이 준 재난은 인간을 뭉치게 하지만 인간이 준 재난은 인간과 인간 사이를 갈라놓으니까요.(360쪽)

 

소설 속에서 철거민들 편에서 투쟁하던 여인 재인이 황감독에게 하던 말이다.

 

세상은 참 변하지 않았다. 지금의 나나,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뭐가 그리 다를까. 그리고 5년 전 그 날. 철거를 앞둔 5층 건물이 불타오를 때 나와 함께 있었던 그들도... 법은 언제나 내쫓으려는 자들의 편에 서 있었다.

 

이는 만화카페 가게를 비워줘야 할 위기에 처한 황감독의 독백이다. 그렇다. 세상의 법은 언제나 내쫓으려는 자들의 편에 서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세상을 위해 작가는 존재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많은 독자들이 이 재미난 소설을 읽으며,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얻을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세상의 법이 내쫓으려는 힘 있는 자들의 편에 서지 않고, 내쫓기는 약한 이들의 편에 법이 서게 될 날을 함께 꿈꿀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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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9단의 만물상 2 - ‘만’ 가지 알찬 정보와 ‘물’ 만난 살림꾼들의 ‘상’상초월 비법! 살림 9단의 만물상 시리즈 2
TV조선 <살림9단의 만물상> 제작팀 엮음 / 비타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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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살림9단의 살림 노하우가 가득 실려 있다. ‘만물상’, 이는 “‘만’가지 알찬 정보와 ‘물’만난 살림꾼들의 ‘상’상초월 비법!”이란다. 그러니 여기에 실려 있는 정보들을 참고하고, 그 비법을 각자의 살림살이 안에 시행하게 될 때, 누구나 살림9단, 살림 고수가 될뿐더러, 더 나아가 살림의 신으로 등극할 수 있노라고 책은 말한다.

 

정말 살림살이에 필요한 다양한 노하우들이 가득 실려 있다. 주로 대다수가 건강에 관련되어 있는 항목들이 많아, 우리가 이만큼 건강에 관심이 많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역시 그 사람의 삶을 ‘살리는’ 일인 ‘살림’은 어쩔 수 없이 건강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거의 절대 다수는 건강한 먹거리에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건강은 우리의 먹거리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물론, 이미 살림 고수인 분들에게는 많은 내용들이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갓 살림 초보의 길에 들어선 분들에게 이 책의 내용들은 엄청난 보물창고와 같은 소중한 정보들로 가득 차 있다. 황금 레시피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많은 사진들, 그리고 콕콕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주는 센스. 이처럼 살림초보라 할지라도, 읽고, 따라하는 가운데, 자연스레 살림의 고수로 성장하게 됨을 피부로 느낄만한 좋은 책이다.

 

단지,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만 하면 금세 알 수 있는 자칭 ‘살림 달인’들의 노하우와는 차원이 다른 정보라며 자신들의 것만을 차별화하려는 목소리에 더하여,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 있던 살림9단의 비법을 공개한다!”란 선전문구가 적혀 있어, 마치 비밀리에 내려오는 무림 비급을 살짝 공개하는 뉘앙스를 갖게 하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광고가 아닐까 싶다. 책이 담고 있는 내용 가운데 많은 부분은 솔직히 시대에 편승하는 관심사를 다루고 있기에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안에 담겨진 내용들은 대단히 유용한 정보들이다. 진정 똑소리 나는 살림꾼으로 변신시킬 힘을 가지고 있는. 그렇기에 살림하는 분들에게 소장가치가 높은 책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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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용이 있다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지음, 김유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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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용이 있다』, 책 제목이 참 독특하다. 과연 이 제목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제목의 문구는 고대 지도에 적혀 있던 문구라고 한다. 항해하기에 위험한 지역 등에는 ‘여기 용이 있다’는 은유적 표현을 적음으로 그곳에 가까이 가기를 금한 표현이란다. 마치 우리의 “개조심!”처럼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 문구, ‘여기 용이 있다’란 문구는 위대한 정신의 탐험가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문구가 적혀 있는 곳만을 찾아다니며 탐험을 즐긴 사람들도 있으리라.

 

그렇다면, 이 책 역시 이런 의미가 있겠다. 이 책 안에는 위험한 사상이나 생각, 이야기들이 가득할 수 있으니 펼치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하지만, 진짜 의미는 이것이다. 그러니 어서 책을 펼치고 그 안에 담긴 신비한 세계를 탐험하고 즐기라고. 그러면 생각지도 못한 열매들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럼, 이 책 안에는 어떤 위험한 이야기들이 있을까? 저자는 도합 113편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200여 페이지에 불과한 책 안에 113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으니,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얼마나 짧은 이야기일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픽션이다. 그러니 작가가 지어낸 짧은 이야기들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이 짧은 이야기들 가운데는 물론, 어떤 주제에 대한 작가의 단상을 적어 놓은 에세이 형식의 글들도 있다. 또한 어떤 글들은 작가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글들에는 풍자, 해학, 위트 등이 담겨져 있다. 이러한 풍자나 해학, 유머는 많은 경우 냉소적 표현이나 희화적 표현으로 전달되기도 하며, 많은 글이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세상을 향한 풍자의 글들을 읽으며, 때론 비웃음을 유발하는 부분도 있고, 때론 분노를, 때론 슬픔과 아픔을 느끼게도 된다.

 

참 다양한 글들이 각기 짧은 분량으로 실려 있는데, 어떤 글들은 이런 내용을 확장하여 소설을 써가도 좋겠다 싶은 글들도 보인다. 또 어떤 글은 완전히 똑같은 글이 두 번 실려 있기도 하다. 처음엔 왜 두 번 실렸을까? 편집의 실수일까 싶었는데, 글의 내용을 보니, 일부러 두 번 실었음을 알게 된다. 같은 글이지만, “흐른 시간과 바뀐 공간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찾고 다른 해석을 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이렇게 두 번 실었다(그런데, 이 글의 제목은 「경고」다. 그리고 마지막엔 이런 내용으로 맺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읽지 않게 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자신에게 끔찍한 불행이 쏟아질 거라는 것은 잘 알지 못한다.”(44, 91쪽)

 

그러니, 두 번 읽으라는 것?(그래서 두 번 읽었다^^ 처음엔 어, 똑같은 글이 또 있네 하고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와 읽었다).

 

또한 같은 제목, 같은 시작, 다른 결말을 보이는 글들도 있다. 그러니, 이 책안에 실린 113편은 모두 별개의 내용이면서도 어쩌면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퍼즐처럼 서로 연결되고 맞춰질 수 있는 그런 내용이기도 하다.

 

또 어떤 글은 아무것도 없는 백지이기도 하다. 그 글의 제목은 「어느 기억상실증 환자의 기억」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적을 수 없을밖에.^^

 

아무튼 참 독특한 소설집을 읽었다. 그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두 가지만 남겨본다.

 

하나는 「두 개의 심장」이란 이야기다. 심장을 두 개씩 가진 어느 가족이 있었다. 하나는 사랑을 위한 심장, 또 하나는 미움을 위한 심장을 가졌다. 그래서 이들은 아침에는 자녀들을 아주 많이 사랑해주면서도, 저녁이 되면 전쟁터에서 사람들을 죽일 수 있었다. 물론, 이야기는 다른 내용을 이야기하지만, 이 부분이 마음에 남는다. 이들은 심장이 둘이기에 그런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하나의 심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두 마음을 아주 쉽게 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지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또 하나는 「폭발장치」라는 글인데, 이 글 안에서는 폭발사고들을 언급한다. 그리고 이런 폭발사고가 뉴스에 나온다. 글은 이렇게 끝맺는다.

 

“그 뉴스를 본 사람들은 평소처럼 책을 읽다가 가족과 저녁을 먹고 개를 데리고 산책에 나섰다.”(163쪽)

 

어쩌면, 이처럼 어떤 끔찍한 일이라 할지라도 나와 전혀 상관없는 그 일에 꿈쩍도 하지 않고 여전히 평상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 삶의 자세, 그 삶의 공간이야말로 결코 가까이 가서는 안 되는 위험한 용이 있는 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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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서 보내 온 동시 좋은꿈아이 4
남진원 지음, 정지예 그림 / 좋은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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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집의 제목이 『산골에서 보내 온 동시』다. 아마도 시인은 산골에 살고 계신가 보다. 지은이의 약력을 보니,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현재 강원아동문학회 회장을 맡고 계신 것을 보니, 강원도에서 살고 계신가 보다. 방터골이란 곳에서 땅과 함께 여전히 동심을 붙잡고 계신 시인의 동시집을 읽으며, 무엇보다 시인의 따듯한 마음이 느껴진다.

 

예를 들면, 거미줄이란 동시가 있다.

 

거미가 저녁에 / 거미줄을 쳤다 //

살아가려는 / 은빛 몸부림 //

지날 땐 / 숙연한 마음 // 조심조심 돌아서 갔다.

<거미줄> 전문

 

물론, 거미줄을 만나면 우리 역시 돌아서 가게 된다. 하지만, 그 이유가 시인과 다르다. 우린 거미줄이 몸에 묻을까 돌아간다. 하지만, 시인은 거미줄에서도 거미의 생존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읽어낸다. 거미줄은 단순히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 아닌, 거미에겐 생존의 처절한 몸부림, 삶의 터전이다. 우리에겐 거미줄이 걸리면 그저 조금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에 불과하지만, 거미에겐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거다. 그렇기에 그 삶을 빼앗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돌아서는 모습이 참 따스하다.

 

가족이란 동시도 그러하다.

 

폭설이 내렸다 / 1m 70cm나 왔다 //

산짐승은 / 어찌 사누? //

감자, 고구마, 배추 시래기, 말린 칡 순을 / 뒷산 눈 위에다 뿌려 놓았다 //

할아버지는 알고 계셨다 // 서로 말 안 해도 / 귀한 가족이라는 걸.

<가족> 전문

 

이런 동시를 쓴 분은 산골에서 살고 계신 분이다.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이 공통되게 하시는 말씀들이 요즘은 야생동물들 때문에 못 살겠다는 것. 시도 때도 없이 농작물을 먹어치우고 피해를 주니, 야생동물과의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할 분위기다. 그런데, 시인은 도리어 그 동물들을 걱정한다. 폭설로 인해 동물들의 먹이가 없을까봐 살짝 눈 위에 먹을 것을 뿌려 놓는 마음. 이런 따스한 마음이야말로 참 동심이 아닐까?

 

또한 마치 아이의 상상 가득한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재미난 표현들도 눈길을 끈다. 커다란 호박잎은 시인에겐 코끼리의 커다란 귀가 되고, 호박꽃은 멋진 연주를 하는 나팔이 된다.

 

호박잎은 / 바람 불면 // 너울 / 너울 // 코끼리 귀

<호박잎> 전문

 

오랜만에 / 하 하 하 호 호 호 // 웃을 일 있나 보다 //

연주가 시작되려고 한다 // 여기저기 / 번쩍이는 금관악기들.

<호박꽃> 전문

 

또한 내리는 비는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쉬게 하고 대신 일을 하는 고마운 손길이 되기도 하며,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는 난타소리로 시인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비 오는 날은 / 일하는 주인이 바뀐다 //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쉬고 / 비가 열심히 물대기 한다

<비 오는 날> 일부

 

이보다 거친 타악기 있을까 // 물방울 채로 / 지구 가죽 / 두드려 댄다 //

강약을 조절하며 / 투투투툭 타타타…… // 우주를 씻어 주는 / 청정 난타!

<소나기 쏟아지는 날> 전문

 

이런 동심으로 눈으로 자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참 커다란 축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기에 시인이 독자들에게 보내온 『산골에서 보내 온 동시』는 아름다운 편지다. 독자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하고, 푸르게 만들어 주는 동심 가득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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