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서 보내 온 동시 좋은꿈아이 4
남진원 지음, 정지예 그림 / 좋은꿈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동시집의 제목이 『산골에서 보내 온 동시』다. 아마도 시인은 산골에 살고 계신가 보다. 지은이의 약력을 보니,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현재 강원아동문학회 회장을 맡고 계신 것을 보니, 강원도에서 살고 계신가 보다. 방터골이란 곳에서 땅과 함께 여전히 동심을 붙잡고 계신 시인의 동시집을 읽으며, 무엇보다 시인의 따듯한 마음이 느껴진다.

 

예를 들면, 거미줄이란 동시가 있다.

 

거미가 저녁에 / 거미줄을 쳤다 //

살아가려는 / 은빛 몸부림 //

지날 땐 / 숙연한 마음 // 조심조심 돌아서 갔다.

<거미줄> 전문

 

물론, 거미줄을 만나면 우리 역시 돌아서 가게 된다. 하지만, 그 이유가 시인과 다르다. 우린 거미줄이 몸에 묻을까 돌아간다. 하지만, 시인은 거미줄에서도 거미의 생존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읽어낸다. 거미줄은 단순히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 아닌, 거미에겐 생존의 처절한 몸부림, 삶의 터전이다. 우리에겐 거미줄이 걸리면 그저 조금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에 불과하지만, 거미에겐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거다. 그렇기에 그 삶을 빼앗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돌아서는 모습이 참 따스하다.

 

가족이란 동시도 그러하다.

 

폭설이 내렸다 / 1m 70cm나 왔다 //

산짐승은 / 어찌 사누? //

감자, 고구마, 배추 시래기, 말린 칡 순을 / 뒷산 눈 위에다 뿌려 놓았다 //

할아버지는 알고 계셨다 // 서로 말 안 해도 / 귀한 가족이라는 걸.

<가족> 전문

 

이런 동시를 쓴 분은 산골에서 살고 계신 분이다.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이 공통되게 하시는 말씀들이 요즘은 야생동물들 때문에 못 살겠다는 것. 시도 때도 없이 농작물을 먹어치우고 피해를 주니, 야생동물과의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할 분위기다. 그런데, 시인은 도리어 그 동물들을 걱정한다. 폭설로 인해 동물들의 먹이가 없을까봐 살짝 눈 위에 먹을 것을 뿌려 놓는 마음. 이런 따스한 마음이야말로 참 동심이 아닐까?

 

또한 마치 아이의 상상 가득한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재미난 표현들도 눈길을 끈다. 커다란 호박잎은 시인에겐 코끼리의 커다란 귀가 되고, 호박꽃은 멋진 연주를 하는 나팔이 된다.

 

호박잎은 / 바람 불면 // 너울 / 너울 // 코끼리 귀

<호박잎> 전문

 

오랜만에 / 하 하 하 호 호 호 // 웃을 일 있나 보다 //

연주가 시작되려고 한다 // 여기저기 / 번쩍이는 금관악기들.

<호박꽃> 전문

 

또한 내리는 비는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쉬게 하고 대신 일을 하는 고마운 손길이 되기도 하며,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는 난타소리로 시인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비 오는 날은 / 일하는 주인이 바뀐다 //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쉬고 / 비가 열심히 물대기 한다

<비 오는 날> 일부

 

이보다 거친 타악기 있을까 // 물방울 채로 / 지구 가죽 / 두드려 댄다 //

강약을 조절하며 / 투투투툭 타타타…… // 우주를 씻어 주는 / 청정 난타!

<소나기 쏟아지는 날> 전문

 

이런 동심으로 눈으로 자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참 커다란 축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기에 시인이 독자들에게 보내온 『산골에서 보내 온 동시』는 아름다운 편지다. 독자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하고, 푸르게 만들어 주는 동심 가득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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