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글쓰기
정숙영 지음 / 예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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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여행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고속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겪어야 하며, 황금연휴가 되면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로 인해 공항은 인산인해를 이루게 된지 오래다. 그만큼 여행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커졌다는 반증일 게다.

 

이렇게 여행의 빈도수가 높아지면서 아울러 함께 높아진 것은 자신의 여행에 대해 글로 남기고자 하는 욕구, 더 나아가 책을 내고 싶은 욕구가 아닐까? 그런데, 막상 여행책을 쓰자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것 역시 사실. 이런 이들에게 단비처럼 다가오는 책이 있다. 정숙영 여행 작가의 『여행자의 글쓰기』란 책이다.

 

글을 잘 쓰는 일반적 작가의 여행에 대한 조언이 아닌, 전업 여행 작가가 전해주는 여행 작가가 되는 길에 대한 조언이기에 여행 작가의 길에 궁금한 사람이나, 여행 작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는 이들, 여행 작가의 길에 뛰어들길 바라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책이다.

 

작가는 요즘 일고 있는 글쓰기 책의 붐에 자신의 책 역시 편승하길 원하고 있지만, 이 책은 그런 글쓰기 책들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여겨진다. 왜냐하면, 요즘 붐을 일으키고 있는 글쓰기 책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몇몇 책들의 경우 책 쓰기에 대한 실질적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책 쓰기에 대한 동기부여에 초점을 맞추며, 책 쓰기에 대한 환상 심어주기가 주목적이 아닌가 싶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내용들을 담고 있지 않다. 여행 작가에 대한 관심을 갖는 독자들에게 여행 작가란 무엇인지부터 시작하여, 여행 작가의 삶이 실제 그런 환상과는 상당히 괴리된 현실임을 저자는 솔직히 이야기한다. 여행 작가로서 살아가는 길이 환상보다는 험난한 현실의 삶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행 작가로서 자신이 살아온 경험들을 이 책에서 인심 좋게 풀어놓고 있다. 여행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만한 그런 내용들을 말이다. 여행 작가들의 여행 경비는 어떻게 조달하는지, 여행 작가의 자질은 어떠해야 하는지, 글쓰기, 사진 실력은 어떠해야 하는지, 책을 써나가는 과정과 책을 출판하는 과정 등 여행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실제적으로 궁금할 법한 내용들을 저자는 감추지 않고 넉넉하게 풀어놓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어떤 이들은 오히려 여행 작가의 환상을 떨치고 자신의 삶으로 회귀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이 책을 통해 여행 작가를 더욱 꿈꾸며 무엇을 준비해야 하며, 어떻게 실행에 옮겨가야 하는지 그 첫 발을 띠는 실제적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물론, 꼭 전업 여행 작가가 아니더라도 여행에 대한 책을 한 권쯤 내보길 원하는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친절한 조언을 해주고 있기에 도움이 많이 되리라 여겨진다. 작가가 말하듯이 밝힐 수 없는 비밀(음식 명가에서 며느리도 모른다는 비책에 속하겠다.)만을 제외하고 모두 풀어 알려주는 저자의 넉넉한 인심에 고맙다는 생각을 해보며, 여행 작가의 길을 걷길 원하는 이들이라면 꼭 정독을 하고 언제나 곁에 두면 좋을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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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헌터스 3 : 유리의 도시
카산드라 클레어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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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디어 3권이다. 부제는 『유리의 도시』, 유리의 도시는 이드리스를 가리킨다. 이드리스는 섀도우 헌터들의 영원한 고향인 유리의 도시다. 3권은 이제 뉴욕이 그 무대가 아닌, 이드리스가 무대다.

 

클라리는 이제 섀도우 헌터로서 인정받게 되고, 유리의 도시 이드리스로의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하지만, 이 여행은 시작부터 틀어진다. 클라리가 이드리스로 가는 것을 반대하는 제이스는 클라리에게 다른 출발 날짜를 가르쳐 준 채, 그 전날 이드리스로 떠나게 된다(제이스는 클라리의 능력-룬 창조 능력-이 클레이브(섀도우 헌터 사회)에 알려지게 될 때, 클라리가 더욱 큰 위험에 노출될 것을 염려하여 클라리의 이드리스 여행을 반대한다.). 물론 이 여행은 포털(해리포터에서의 포트키와 유사하다.)을 통한 순간이동이다. 이렇게 클라리를 제외한 제이스와 라이트우드 가정-이사벨의 가정-의 순간이동이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악마들의 공격을 받게 되고, 의도치 않게 제이스가 불렀던 사이먼도 함께 이드리스로 가게 된다(이드리스에는 섀도우 헌터를 제외한 다운월드의 존재들은 들어갈 수 없다. 그런 그곳에 뱀파이어인 사이먼이 들어왔으니 문제가 발생한다.).

 

한편 홀로 남겨진 클라리는 자신에게 감춰진 능력인 룬을 창조하는 능력으로 이드리스로 가는 포털을 만들게 되고, 이 포털을 통해 이드리스로 들어가려 한다. 이렇게 시작되는 3권은 무엇보다 발렌타인과의 마지막 대결이 이루어지는 내용이다.

 

발렌타인은 자신이 가진 죽음의 도구(1권, 2권에서 획득한 죽음의 잔과 영혼의 검)를 통해 악마들을 호출하고 자신의 부하로 부린다. 수많은 악마들을 호출한 발렌타인은 이들 악마 군단을 통해, 클레이브를 협박하고 이에 최후의 결투를 치르게 된다. 1권에서는 죽음의 잔이, 2권에서는 영혼의 검이 등장했다면, 3권에서는 ‘죽음의 거울’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느 누구도 어디에 있는지도 심지어 이것이 어떻게 생겼으며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죽음의 도구들이 합쳐질 때, 천사를 호출하게 되고, 천사를 통해 무엇이든 단 하나의 요구를 이루게 된다는데, 이번에도 이 도구를 노리는 발렌타인은 과연 죽음의 거울을 손에 넣게 될까?

 

이처럼 3권은 마지막으로 향해 나아간다. 모든 내용들이 그러하다. 발렌타인의 아들딸인 제이스와 클라리의 출생에 감춰진 비밀들이 밝혀진다. 뿐더러, 이로 인해 클라리와 제이스 간의 남매와 이성 사이의 방황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아울러 발렌타인과의 결투 역시 3권에서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3권에서 가장 신나는 장면은 아무래도 최후의 결투를 준비하며 클라리가 결합의 룬을 만들어 내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클라리는 서로 다른 존재들을 이어주는 룬을 그린다. 이로 인해 그전에는 결코 꿈꿀 수 없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진다. 바로 섀도우 헌터들과 다운월드의 결합이 말이다. 섀도우 헌터와 뱀파이어가 짝이 되고, 섀도우 헌터와 늑대인간이 짝이 된다. 물론, 마법사도 그렇고, 요정들도 마찬가지. 이처럼, 발렌타인과 악마들의 군대와 맞서기 위해 결코 한 자리에 섞일 수 없을 것 같던 존재들이 하나로 묶여지는 장면이야말로 3권의 가장 신나는 장면일뿐더러, 『섀도우 헌터스』 1-3권 전체의 클라이맥스가 아닐까 싶다.

 

3권은 또한 우리에게 두려움이야말로 누군가를 향한 공격의 진짜 원인임도 이야기한다. 악당 발렌타인은 다운 월드에 속한 존재들(마법사, 요정, 늑대인간, 뱀파이어)을 증오한다. 그래서 이들을 쓸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며 실제 행동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들 존재들에 대한 질투 내지 두려움이 감춰져 있다. 늑대인간의 속도, 요정의 불멸, 마법사의 마법, 뱀파이어의 내구력을 발렌타인은 질투할뿐더러 두려워한다.

 

어쩌면 우리 역시 누군가를 향해 증오의 감정을 품고, 누군가를 핍박하는 것은 그들을 향한 질투나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특히, 국민을 향한 통치자들의 억압과 독재는 더욱 그러하다. 민중의 진정한 힘을 두려워하기에 더욱 억압하고 누르고 해체시키려는 시도들을 우린 역사 속에서 보게 된다.

 

또 하나 3권에서 두드러지게 발견되는 내용은 새롭게 심문관이 된 앨더트리의 행동이다. 앨더트리는 뱀파이어 사이먼을 다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사이먼을 감옥에 가둔다. 그리고는 사이먼이 거짓 증언을 하도록 종용한다. 이를 통해, 이사벨의 가족을 희생하려는 것. 한 무고한 가정에게 죄를 뒤집어씌움으로 클레이브 전체를 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이처럼 거짓을 진실인양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을 마음껏 펼치려는 심문관의 모습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행태를 오롯이 고발하고 있다.

 

이처럼 『섀도우 헌터스』는 스토리를 통한 흥미진진한 재미뿐만 아니라, 그 안에 정치적 부조리에 대한 작가의 고발을 읽어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이제 3권으로 발렌타인과의 대결은 결말이 났다. 클라리와 제이스의 관계도. 그리고 클라리의 엄마가 회복되고, 오랜 세월 엄마를 사랑하던 전직 섀도우 헌터이자 늑대인간인 루크와의 관계도 결말을 맺게 된다. 그러니, 3권은 모든 것들을 정리하며 결말을 맺는다. 하지만, 4-5권이 남아 있다. 과연 4권에서는 어떤 새로운 사건이 기다릴지 기대해보며, 두툼하던 세권의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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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헌터스 2 : 재의 도시
카산드라 클레어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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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헌터스』 2권은 『재의 도시』란 부제를 가지고 있다. 1편이 ‘죽음의 잔’을 차지하기 위한 발렌타인과의 싸움이었다면 2편은 이제 ‘영혼의 검’이다. 맬러택이란 이름을 가진 이 검은 전환 의식을 통해 악마의 힘을 가진 검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전환 의식에는 네 존재들의 피가 필요하다. 바로 다운 월드에 속한 네 존재들, 그들의 아이들인 마법의 아이, 달의 아이(늑대인간), 밤의 아이(뱀파이어), 그리고 요정 아이, 이들의 피가 말이다.

 

그리고 마법의 아이와 요정의 아이가 살해되었다. 물론 이 사건 뒤에는 발렌타인의 음모, 바로 영혼의 검을 통해 막강한 힘을 차지하려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고. 이번엔 영혼의 검이다! 과연 주인공들인 클라리, 제이스, 이사벨과 알렉, 그리고 사이먼은 이번에는 또 어떤 활약을 하게 될까?

 

이번 이야기에서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사이먼이 뱀파이어가 된다는 것. 그리고 제이스가 발렌타인의 아들임이 밝혀졌기에 궁지에 몰리게 된다는 점이다. 과연 제이스가 많은 이들의 생각처럼 자신의 아버지이자 희대의 악당인 발렌타인 편에 서게 될 것인지, 아님 발렌타인과 맞서 싸우게 될지가 2권에서의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아울러 클라리에게 감춰진 능력이 드러나게 된다. 바로 룬을 그리는 능력이. 그것도 다른 섀도우 헌터와는 달리 스스로 룬을 창조하기에 이른다(물론 엄밀히 말하면 창조는 아니다. 룬 책에 없는 것일뿐 밝혀지지 않은 고대의 룬을 클라리가 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재미(?)는 심문관 이모젠의 등장이다. 심문관은 사사건건 제이스를 의심하고 통제한다.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에서의 편협한 관료의 상징인 마법부의 엄브릿지처럼 말이다. 소설 속의 심문관은 포악한 관료를 상징한다. 그녀는 꽉 막혔고, 편협한 사고를 가졌으며, 거기에다 과거의 사건에 대한 복수에 눈이 멀어 있다. 개인적 감정에 의해 제이스를 증오하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제이스를 핍박하고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 한다. 이런 심문관의 등장과 그로 인한 갈등은 2권 이야기의 큰 축을 차지한다. 사실 이 심문관 이모젠의 존재는 왕 짜증이다. 그럼에도 이모젠의 마지막 말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3편으로 가면 이해되게 된다(이런 부분들이 상당히 짜임새 있게 써졌음을 알게 한다.).

 

또 하나의 재미는 여전히 계속되는 클라리의 사랑이다. 클라리와 제이스는 남매간으로 판정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둘은 서로를 향한 이성의 사랑과 남매간의 관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힘겨워한다(이 문제는 3권 말미에 가서나 해결된다.). 여기에 클라리의 오랜 친구이자 클라리를 사랑해 온 사이먼도 있다. 이처럼 클라리와 제이스, 그리고 클라리와 사이먼과의 사랑문제 역시 여전히 이야기의 한 축을 차지한다.

 

여기에 이사벨의 오빠이자 제이스의 친구인 알렉의 사랑 역시 또 하나의 양념이다. 알렉은 동성연애자다. 제이스를 바라보는 알렉의 시선, 그리고 알렉 앞에 새롭게 나타난 사랑인 마법사 매그너스와의 관계. 이러한 동성 간의 사랑 역시 소설을 풍성하게 하는 양념이다.

 

또 하나 소설의 재미 가운데 하나는 서로 함께 할 수 없는 존재들, 함께 하기는커녕 서로 대적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 조금씩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다(물론, 이것은 3권에 가면 더 확연하게 드러나게 된다.). 서로 대적관계에 있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우정을 쌓기도 하고, 늑대인간과 섀도우 헌터가 함께 협력하기도 한다.

 

악당 발렌타인의 관점도 여전히 눈에 들어온다. 발렌타인은 자신들의 세상 클레이브가 깨끗하게 정화되기 위해선 타락한 종족인 다운 월드를 쓸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을 자신의 사명이라 여기기도. 이런 접근은 분명 문제가 많다.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여긴다는 점이 어쩌면 더 큰 문제겠다. 그것도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오히려 자신의 행위는 신의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기기까지 한다. 이런 악당 발렌타인의 관점이 어쩐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역시 이처럼 왜곡된 사명을 확고하게 붙들고 살아가는 분들이 의외로 많으니 말이다.

 

뭐, 이런 내용들은 쓸데없는 접근일 수 있다. 그저 재미나게 읽고 즐기면 된다.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 이제 3권으로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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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 강소천 동화집 아동문학 보석바구니 7
강소천 지음 / 재미마주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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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천 전집 10권 가운데 7번째 책은 『무지개』란 제목의 동화집으로 동화집으로는 6번째 책이다. 5번째 동화집인 『종소리』와 마찬가지로 대한기독교서회에서 1957년 12월 20일 발간되었다. 60년가량이 지나 다시 복각 발간된 『무지개』를 만나봤다. 역시 앞에서 만났던 동시집과 동화집1-5권처럼 당시 디자인을 그대로 살려 발행되었다(이런 예스러운 느낌이 참 좋다.). 이 책에는 도합 11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첫 번째 동화인 「잃어버린 나」는 여태껏 강소천 선생님의 짧은 동화들과는 달리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동화다(중장편 정도). 「잃어버린 나」의 주인공 영철은 어느 날 자신을 잃어버린다. 갑자기 겉모습이 다른 아이의 것이 되어 버린 것. 이로 인해 집에도 갈 수 없고 엄마 아빠를 만날 수도 없다. 친구들도 만날 수 없고. 자신을 증명해줄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영철은 자신을 알았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은 영철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아니, 그 시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시선을 통해, 영철 자신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런 피드백을 통해, 영철은 자신의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을 반성하고 더 멋진 아이로 돌아가길 꿈꾼다. 과연 영철은 자신의 원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이 중편동화는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다(강소천 동화 가운데는 판타지가 상당히 많다. 요즘 흔히 말하는 판타지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런데, 다시 본 모습을 되찾게 되는 장면이 재미나다. 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 어느 동화작가는 본래의 장면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꿈으로 처리하는 것이야말로 식상하고 무책임한 글쓰기라고 평하기도 했는데, 강소천 선생님이 그런가 보다.^^ 사실, 강소천 동화에서 현실로의 회귀가 이처럼 꿈으로 처리되는 동화들이 상당히 많다. 어쩌면 강소천 동화에서 이런 모습을 자주 보여줬기에 어느 동화작가 평처럼 식상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그만큼 강소천 동화는 우리의 동화사에서 큰 획을 그었으니 말이다.

 

이번 동화집 『무지개』의 또 하나의 재미라면, 등장인물 가운데 춘식이란 아이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점이다(바로 직전 동화집인 『종소리』에서는 두 편의 주인공이 춘식이다.). 아울러 역시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전쟁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여럿 등장하고 있으며, 힘겹고 고단한 삶을 오롯이 보여주는 동화들도 많다. 물론, 그런 힘겨움을 딛고 희망을 그려내고 있지만 말이다.

 

동화집의 제목이기도 한 「무지개」 역시 그러하다. 고아인 춘식이는(여기도 주인공이 춘식이다.) 고아원을 자주 찾아오는 흠 아저씨(언제나 흠~이란 추임새를 넣으며 이야기하기에)를 통해 그림을 배우고 그림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실상 춘식이가 배우고 사랑하며 그리워하는 것은 그림만이 아닌 누군가를 향한 정(情)이다. 정에 굶주려 있는 춘식이의 모습은 독자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모두 사랑에 굶주려 그래요. 어디 자기들의 몸을 내맡길 사람을 찾고 있어요. 잘 먹고 잘 입는 게 문제가 아니에요. 정말 따뜻한 손, 부드러운 손, 자기들을 어루만져 주는, 그런 사랑의 손을 찾고 있는 거예요. 춘식이는 그 손과 그 품을 찾아 떠난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서로 어긋났구먼요.(142쪽)

 

가난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동화들도 많다. 「맨발」은 해진 고무신을 신고 소풍을 가야만 하는 가난의 모습을 그려낸다. 「눈 내리는 밤」은 마치 『성냥팔이 소녀』를 떠올리게 하는데, 신문팔이 춘식이의 고단한 삶이 물씬 묻어난다. 사변으로 헤어진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눈 내리는 밤 백화점 한 쪽에서 깜빡 잠든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나 기쁨을 누리다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은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조판소에서 생긴 일」도 그렇다(여기도 주인공이 춘식이다.). 고아인 춘식이는 조판소에서 일을 하게 되지만, 선임 아이들의 무시 속에서 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처럼 많은 동화에서 가난의 힘겨움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가난을 딛고 날아오르는 모습도 선물한다. 해진 고무신을 신고 소풍을 가는 식이는 나비가 되어 날아가게 되고(역시 판타지적 요소다.), 신문팔이 춘식이는 비록 꿈이지만 헤어진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조판소에서 일하는 춘식이는 활자들의 합창을 통해, 어려움이 해결되기도 한다. 이처럼 강소천 선생님은 당 시대의 힘겨움을 어루만지며 희망을 살며시 선물한다. 이것이야말로 문자가 갖는 힘이 아닐까? 이런 문자의 힘은 그 시대만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힘이 된다. 오늘 역시 힘겨운 시대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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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 강소천 동화집 아동문학 보석바구니 7
강소천 지음 / 재미마주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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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015년)은 강소천 선생님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100주년을 기념하며, 강소천 선생님에 관한 도서들을 발간하는 노력들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10권으로 구성된 강소천 전집 발간이다. 도서출판 재미마주에서 출간되고 있는 이 강소천 전집은 1권은 동시집, 그리고 2-10권까지는 9권의 동화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 발간된 그 초판본으로 복각 출판되고 있다.

 

그 6번째 책으로 『종소리』가 복각 출판되었다(다섯번째 동화집). 이 책, 『종소리』는 1956년 6월 25일에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출간된 동화집이라고 한다. 한국전쟁 휴전협정 이후 3년가량이 지난 시점이며, 또한 대표적 기독교 출판사인 대한기독교서회에서 동화집이 출간되었음이 이 책에 담겨진 동화들의 특징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고 여겨진다. 이 동화집에는 19편의 짧은 동화들이 실려 있는데, 그 가운데는 기독교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동화들이 제법 되며, 성경구절로 동화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 동화집은 기독교적인 느낌이 확연하게 담겨 있는 동화집이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성탄의 내용을 담고 있는 동화가 상당수 되고 있음도 기독교인이었던 작가의 신앙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물론, 이런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동화집에서도 두드러진다.).

 

아무래도 시대적 상황이 전쟁의 참화를 딛고 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시대였기 때문일까? 교훈적이고 윤리적인 내용의 동화가 많다. 힘겨운 시기야말로 이런 윤리적인 중심이 잡힐 때, 그 사회는 바르게 재건될 수 있기에.

 

이런 내용들 가운데는 버스에서 좌석을 양보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동화가 세 편이나 실려 있어 이 또한 색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해 줌이 착한 일로 이야기되고 있다. 특히, 「동화 아닌 동화」의 경우, 자리를 양보해주는 모습에 본을 보이기 위해 일부러 버스에 타고 자리에 앉아 있다가 어른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버스에 타기 위해 버스비를 마련하기 위해 구두닦이를 하는 세 친구들의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사실 이처럼 버스에서의 좌석 양보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차례 동화의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시대에 젊은이들이 좌석 양보를 하지 않는 모습에 작가가 마땅찮게 여겼다는 의미일 게다. 어쩌면 강소천 선생님이 오늘의 지하철, 버스 내에서의 모습을 보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괜스레 해보게 된다(임산부석, 노약자석을 만들어 놔도 상관치 않고 앉아가는 모습들을 보면 말이다.).

 

「잃어버린 시계」는 남의 집에 더부살이로 살아가는 시골아이 순정이 잃어버린 시계의 도둑으로 몰리게 되고 죄를 실토하며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시계가 없어지자, 당연하다는 듯 도둑으로 몰리는 순정의 안타까운 심정을 통해, 우리의 선입견과 오해가 어떤 잘못을 범하게 되는지를 동화는 보여준다. 하지만, 순정은 결국 자신이 시계를 훔쳤음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땅에 묻었다던 시계가 발견되지 않음으로 이야기 속에서 순정이 훔쳤다고 고백하지만, 과연 진짜 범인일까 하는 의문을 남겨놓음으로 시계를 훔친 범인이 누구인가보다는 잃어버린 시계를 통해, 깨어지는 공동체의 모습과 이를 다시 회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줄뿐더러, 이를 통해 오늘 우리가 죄와 용서 앞에 어떤 자세를 보이는지도 돌아보게 한다.

 

「임금님의 눈」이란 단편도 인상 깊었다. 세상 무엇보다 보석을 좋아하는 어느 임금님은 언젠가부터 눈이 그 빛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무도 임금님의 병의 원인을 알 수도 없고 고칠 수도 없다. 그러던 임금님은 어느 시골 할머니를 통해 눈을 뜨게 되는데, 그 비결은 눈물에 있다. 임금님이 시력을 잃은 원인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불쌍한 이들을 위해 눈물 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금에게는 자신의 보석만을 아낄 줄 알았지 정작 가난한 이들을 위한 눈물이 없었다. 이 땅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이처럼 힘겨운 이들을 향한 진정한 눈물이 없을 때, 눈이 멀게 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총선을 앞둔 이 시기에 진정한 정치인이 누구인지 쉽게 알 텐데 말이다.^^

 

동화집의 제목이기도 한 짧은 동화 「종소리」는 강소천 선생님의 교회관을 엿보고 생각해보게 한다. 교회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특히 성탄의 종소리는 아무리 사나운 짐승들이라 할지라도 순하게 만든다. 진정한 성탄의 종소리는 이러해야 함을 생각하게 한다.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이러해야 한다(요즘은 종을 치지 않지만.). 교회에서 퍼져나가는 소리는 이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순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오늘의 교회를 반성하고 돌아보게 하는 짧은 이야기다.

 

요즘의 동화들과 비교해 봤을 때, 아무래도 훨씬 잔잔하다. 그럼에도 그 안에 따스함이 담겨 있고 때론 고통과 눈물, 그리고 그 눈물을 딛고 일어서는 희망이 담겨 있다. 특히, 이번 동화집을 세우고 있는 큰 틀은 윤리와 신앙이라 하겠다. 이렇게 좋은 동화집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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