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헌터스 2 : 재의 도시
카산드라 클레어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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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헌터스』 2권은 『재의 도시』란 부제를 가지고 있다. 1편이 ‘죽음의 잔’을 차지하기 위한 발렌타인과의 싸움이었다면 2편은 이제 ‘영혼의 검’이다. 맬러택이란 이름을 가진 이 검은 전환 의식을 통해 악마의 힘을 가진 검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전환 의식에는 네 존재들의 피가 필요하다. 바로 다운 월드에 속한 네 존재들, 그들의 아이들인 마법의 아이, 달의 아이(늑대인간), 밤의 아이(뱀파이어), 그리고 요정 아이, 이들의 피가 말이다.

 

그리고 마법의 아이와 요정의 아이가 살해되었다. 물론 이 사건 뒤에는 발렌타인의 음모, 바로 영혼의 검을 통해 막강한 힘을 차지하려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고. 이번엔 영혼의 검이다! 과연 주인공들인 클라리, 제이스, 이사벨과 알렉, 그리고 사이먼은 이번에는 또 어떤 활약을 하게 될까?

 

이번 이야기에서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사이먼이 뱀파이어가 된다는 것. 그리고 제이스가 발렌타인의 아들임이 밝혀졌기에 궁지에 몰리게 된다는 점이다. 과연 제이스가 많은 이들의 생각처럼 자신의 아버지이자 희대의 악당인 발렌타인 편에 서게 될 것인지, 아님 발렌타인과 맞서 싸우게 될지가 2권에서의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아울러 클라리에게 감춰진 능력이 드러나게 된다. 바로 룬을 그리는 능력이. 그것도 다른 섀도우 헌터와는 달리 스스로 룬을 창조하기에 이른다(물론 엄밀히 말하면 창조는 아니다. 룬 책에 없는 것일뿐 밝혀지지 않은 고대의 룬을 클라리가 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재미(?)는 심문관 이모젠의 등장이다. 심문관은 사사건건 제이스를 의심하고 통제한다.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에서의 편협한 관료의 상징인 마법부의 엄브릿지처럼 말이다. 소설 속의 심문관은 포악한 관료를 상징한다. 그녀는 꽉 막혔고, 편협한 사고를 가졌으며, 거기에다 과거의 사건에 대한 복수에 눈이 멀어 있다. 개인적 감정에 의해 제이스를 증오하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제이스를 핍박하고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 한다. 이런 심문관의 등장과 그로 인한 갈등은 2권 이야기의 큰 축을 차지한다. 사실 이 심문관 이모젠의 존재는 왕 짜증이다. 그럼에도 이모젠의 마지막 말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3편으로 가면 이해되게 된다(이런 부분들이 상당히 짜임새 있게 써졌음을 알게 한다.).

 

또 하나의 재미는 여전히 계속되는 클라리의 사랑이다. 클라리와 제이스는 남매간으로 판정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둘은 서로를 향한 이성의 사랑과 남매간의 관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힘겨워한다(이 문제는 3권 말미에 가서나 해결된다.). 여기에 클라리의 오랜 친구이자 클라리를 사랑해 온 사이먼도 있다. 이처럼 클라리와 제이스, 그리고 클라리와 사이먼과의 사랑문제 역시 여전히 이야기의 한 축을 차지한다.

 

여기에 이사벨의 오빠이자 제이스의 친구인 알렉의 사랑 역시 또 하나의 양념이다. 알렉은 동성연애자다. 제이스를 바라보는 알렉의 시선, 그리고 알렉 앞에 새롭게 나타난 사랑인 마법사 매그너스와의 관계. 이러한 동성 간의 사랑 역시 소설을 풍성하게 하는 양념이다.

 

또 하나 소설의 재미 가운데 하나는 서로 함께 할 수 없는 존재들, 함께 하기는커녕 서로 대적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 조금씩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다(물론, 이것은 3권에 가면 더 확연하게 드러나게 된다.). 서로 대적관계에 있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우정을 쌓기도 하고, 늑대인간과 섀도우 헌터가 함께 협력하기도 한다.

 

악당 발렌타인의 관점도 여전히 눈에 들어온다. 발렌타인은 자신들의 세상 클레이브가 깨끗하게 정화되기 위해선 타락한 종족인 다운 월드를 쓸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을 자신의 사명이라 여기기도. 이런 접근은 분명 문제가 많다.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여긴다는 점이 어쩌면 더 큰 문제겠다. 그것도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오히려 자신의 행위는 신의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기기까지 한다. 이런 악당 발렌타인의 관점이 어쩐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역시 이처럼 왜곡된 사명을 확고하게 붙들고 살아가는 분들이 의외로 많으니 말이다.

 

뭐, 이런 내용들은 쓸데없는 접근일 수 있다. 그저 재미나게 읽고 즐기면 된다.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 이제 3권으로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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