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쟁이가 아니에요! 알맹이 그림책 43
김나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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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말썽쟁이가 아니에요!에는 두 명의 귀여운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빨강이와 초록이입니다. 빨강이와 초록이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그림 속 아이들의 모습은 솔직히 예쁜 것과는 거리가 먼 모습인데도, 계속 바라보고 있자면 묘하게도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얼굴이랍니다.

   

 

이런 묘한 매력을 가진 두 아이들. 빨강이는 수줍음이 많고, 낯선 사람이나 장소에서는 우물쭈물, 쭈뼛쭈뼛 합니다. 편식을 하고, 늦장을 부리죠. 반면 초록이는 조금 산만한 모습입니다. 잘 넘어지고, 부딪히고, 방귀도 뿡뿡 낍니다.

   

 

게다가 둘은 만나면 서로를 괴롭히기도 하고, 둘 다 부모님께 떼쓰고 부모님을 힘들게 합니다. 여기에서 책은 질문합니다. 그럼, 이 둘은 말썽쟁이인 걸까요?

 

물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말썽쟁이가 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물론, 둘의 모습 속에는 부모가 원치 않는 모습들이 있고, 기대에 차지 않는 부족한 점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찾아보면 아이들에겐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의외의 장점 역시 많답니다. 빨강이는 조심성이 많고, 냄새에도 민감해서 엄마가 음식을 태울 상황에서 알려줄 수 있답니다. 초록이는 용감하죠. 이발도 잘 하고요. 언제나 씩씩합니다.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고요.

   

 

무엇보다 두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건, 서로를 챙기고, 서로를 편들어 주고 위해준다는 점입니다. 물론, 서로 다툴 때도 많지만, 다른 친구들이 놀리거나 괴롭힐 때, 둘은 서로에겐 너무나도 든든한 남매입니다.

 

둘은 너무 다르지만, 그럼에도 함께 하면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습니다. 게다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장점이 될 수 있고 말입니다.

  

  

우리 아들 녀석도 장난을 치고, 집안을 어지럽히곤 합니다. 치우면 어지럽히고, 치우면 어지럽히는 게 아이의 일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이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닐까요? 아이가 너무 반듯하면 아이가 아니죠. 잘 알면서도 간혹 아들 녀석에게 요런 말썽꾸러기!’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러다 금세 반성하곤 하죠. 이왕이면 말썽꾸러기보다는 장난꾸러기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다짐을 해보기도 하고요. 말썽과 장난은 어감이 많이 다르니까요. 말썽은 말 그대로 트러블이지만, 장난은 즐기는 거니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빨강이와 같을 수도 있고, 초록이와 같을 수도 있겠죠. 어떤 모습이던지 자신의 색을 더욱 예쁘게 만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럼 그런 다양한 색의 아이들이 성장해서 아름다운 무지개와 같은 사회를 만들어갈 테니 말입니다.

 

빨강이와 초록이는 남매입니다. 남매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랍니다. 이런 빨강이와 초록이 남매를 보며, 형제간에도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부모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어봅니다. 우리 자녀들을 서로 비교함으로 상처주고 힘들게 하기 보다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색깔이 아름답게 완성되어질 수 있도록 돕는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다짐도 해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집 안을 온통 어지럽혀 놓는 아들 녀석이 이런 예쁜 책들을 보며 잘 성장하게 되길 두 손 모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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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반올림 43
이명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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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란 책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책이다. 이명인 작가의 청소년소설 굿바이는 바로 이 갈매기의 꿈이후의 이야기를 작가의 관점에서 써나간 소설이다.

 

물론, 작가 역시 작가의 말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실상 갈매기의 꿈은 알려진 내용, 이후의 내용이 있다. 리처드 바크가 갈매기의 꿈을 발표할 때(1970), 원래 써놓았던 내용 가운데 마지막 장인 4장을 빼고 출간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작가 역시 잊어버렸던 당시의 원고를 뒤늦게 발견함으로 2013년에 4장을 추가한 갈매기의 꿈을 발표했다.

 

이런 사연으로 인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갈매기의 꿈은 소설 속 조나단 리빙스턴 이후의 갈매기 사회를 보여주는 4장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국내에서도 4장이 포함되어 출간된 책이 있다. 2015년 현문미디어에서 처음 출간되었다가 절판되고, 같은 번역본이 나무옆의자에서 개정판으로 2018년 출간됨.). 이명인 작가는 이러한 사실을 미처 모르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에겐 리처드 이후의 갈매기 사회를 보여주는 소설이 두 개가 된 셈이다(독자 입장에서는 더욱 좋은 결과다.).

 

리처드 바크의 4장 내용과 소설 굿바이는 비슷한 느낌도 있지만, 전혀 다른 소설이다. 비슷한 느낌이라면, 조나단가 신격화 되어 경배의 대상이 되어버린 모습이다. 소설 굿바이에서 주인공 피피가 떠난 성자의 마을에서의 모습이 이와 유사하다. 또 한편으로는 피피가 살던 공동체의 모습 역시 비슷한 느낌이 없진 않다. 결은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갈매기 사회에 한 획을 그었던 선구자이자 선각자 조나단 리빙스턴은 성자가 된다. 아니 그 자체가 종교가 된다. 이렇게 종교가 되어버린 조나단. 하지만, 그 조나단을 따르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한 쪽에서는 조나단이 보여줬던 비행’, 그 자체에 주목하며, 더 멋진 비행을 꿈꾸며, 그것을 삶의 이상으로 삼는 측이 있다. 또 한 쪽엔 조나단을 신격화하고 경배함으로 그를 따르는 자들이 생긴다.

 

둘 다 문제가 있다. 신격화하고 경배하는 자들은 조나단 리빙스턴이 보여줬던 삶의 자세나 정신은 뒷전이고, 조나단의 눈동자 색깔이 무엇이었는지 등에 매달린다. 심지어 이들에겐 비행은 관심 밖이다. ‘비행을 통해 자유를 얻었던 조나단을 숭배하는 이들에게 비행은 관심 밖인 이런 모습이 참 부조리하다.

 

반면, ‘비행에 집착하는 무리들 역시 마찬가지로 부조리하다. 이들은 조나단이 왜 그렇게 다른 모습으로 날아올랐는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비행이 하나의 곡예가 되고, 이런 곡예비행이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다. 또한 이 곡예를 가르침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삼는 자들이 생긴다. 사실 기득권에게 비행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자신들의 기득권, 자신들이 만든 시스템을 유지하는 하나의 수단 말이다.

 

둘 다 조나단이 보여줬던 정신이나 삶의 자세보다는 종교의 제도화, 정치의 제도화를 통해 굳어진 느낌이다.

 

이런 사회 속에서 피피는 어느 쪽에서도 사회 부적응자다. 학교에선 유급자였고, 인생 실패자처럼 보이는 피피. 하지만, 피피는 자신만의 비행을 완성하게 된다. 자신의 속도로 성장함으로 도리어 삶의 완성에 도달하게 되는 멋진 모습을 소설을 보여준다. 강요되어진 획일화된 비행이 아닌,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비행을 하게 되는 피피. 그럼으로 자신만의 비행을 완성하는 피피.

 

소설을 읽으며 문득 우리 자녀들이 자신의 속도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본다. 그럼으로 자신만의 완성을 이룰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 아들 녀석은 키가 작은 편이다. 두 살이나 어린 사촌 동생이 아들 녀석과 얼마 차이나지 않는 걸 보며, 부모님이나 가족들은 아들 녀석에게 더 잘 먹고 빨리 커야 동생보다 작지 않게 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 가족들 앞에서 아들에게 말해줬다. 괜찮다고. 사촌동생은 신경 쓰지 말고, 너만의 속도로 예쁘게 자라면 된다고. 조카 녀석에겐 조카 녀석의 속도가 있고, 울 아들 녀석에겐 아들의 속도가 있다. 그 속도로 묵묵히 자라면 된다. 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자신의 속도가 있을 게다. 그 속도로 멋지게 자라다보면, 오히려 자신의 비행그 완성을 이루게 되지 않을까?

 

소설 속 피피가 자신만의 비행을 완성하게 된 것은 결국 이것이 아닐까? 자신의 속도로 성장하였기에 결국엔 완성에 이르게 되었던 것 말이다. 만약 피피가 조바심을 내거나, 남들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했다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인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자녀들이, 특히 이 책을 읽을 청소년들이 각자 자신의 속도로 멋지게 성장함으로 모두들 자신의 비행을 완성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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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감 찾은 두더지 이야기 속 지혜 쏙
김인자 지음, 토리 그림 / 하루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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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놀(스푼북)에서 출간되고 있는 <이야기 속 지혜 쏙 시리즈>, 또 다시 새로운 옛 이야기가 찾아왔습니다. 이번엔 두더지 신부 이야기입니다.

 

땅속 마을에 살고 있는 두더지 부부에게 예쁜 딸이 태어났습니다. 예쁘게 자란 딸 두더지는 예쁘고 지혜로워서 땅속 마을 총각 두더지들에게 인기가 최고입니다. 모두가 이 딸 두더지와 결혼하고 싶어 하죠. 그런데, 딸 두더지는 꼭 두더지랑 결혼해야만 하느냐며 자신이 직접 신랑을 찾겠다며 땅 위 세상으로 길을 떠납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신랑이랑 결혼하겠다며 말입니다.

   

 

이렇게 세상 위로 올라온 딸 두더지는 제일 처음 무서운 개를 만나게 되죠. 하지만, 무서운 개에게도 더 힘센 존재가 있었답니다. 바로 눈부시게 하여 무서운 개조차 눈을 뜰 수 없게 만드는 힘센 해입니다. 그런데, 해 역시 자신보다 힘 센 존재가 있다고 말합니다. 구름이 자신을 가리면 힘을 쓸 수 없다고 하네요.

 

이런 식으로 계속 꼬리를 물며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합니다.

  

  

무서운 개를 꼼짝 못하게 하는 해. 해의 힘을 가려버리는 구름. 구름을 흩어버리는 바람. 아무리 세찬 바람을 불어도 꼼짝하지 않는 돌부처. 이제 딸 두더지의 신랑이 가까워지고 있네요. 힘센 돌부처에게 신랑이 되어 달라고 말하는데, 돌부처가 그만 기우뚱거리더니 쿵 넘어졌답니다. 돌부처 아래에서 누가 나왔을까요?

 

바로 딸 두더지를 마음에 품고 있던 마을의 총각 두더지였답니다. 이렇게 해피엔딩~~

  

  

옛 이야기를 통해, 두 가지를 생각해봅니다.

 

첫째, 강함도 상대적이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나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강점이 있다 할지라도 이 강점 역시 때론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음을 아는 지혜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 내 강점으로 오만하지 않고 언제나 겸손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좋겠어요. 또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비록 약해 보이는 내 모습일지라도 그 약함이 누군가에게는 강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런 나만의 강함을 찾아보는 것 역시 지혜라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둘째,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점. 돌고 돌아 결국 마을 총각에게로 돌아온 딸 두더지. 알고 보니 짝은 가까운데 있었답니다. 물론,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발견하고 알게 된 것은 먼 곳으로의 여행 덕분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 자녀들이 우물 속 개구리처럼 살지 않길 바랍니다. 땅 속 두더지처럼 그곳만이 세상의 전부인 양 살지 않기를 말입니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더욱 넓은 시야로 멋진 인생 여행을 하길 소망합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언제나 행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음도 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행복은 내 삶에 가까이 있다는 점. 행복은 오늘도 날 찾아오고 있다는 점을 말입니다.

 

옛 이야기는 이처럼 우리에게 다양한 말을 들려줍니다. 그렇기에 옛 이야기이지만, 오늘 여기에서 우리에게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살아 있는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옛 이야기를 통해, 지혜 한 자락 붙잡는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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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꼬리 낚시 이야기 속 지혜 쏙
신현수 지음, 백대승 그림 / 하루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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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놀(스푼북)에서 출간되고 있는 <이야기 속 지혜 쏙 시리즈>, 이번엔 호랑이 이야기입니다. 아니, 토끼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옛 이야기 하나가 신현수 작가에 의해 다시 살아나 오늘의 어린이 독자들을 찾아왔습니다. 바로 호랑이 꼬리 낚시라는 제목의 옛 이야기입니다.

 

무시무시한 호랑이 한 마리가 토끼를 만나 어흥!”하며 잡아먹으려는 순간 토끼는 꾀를 냅니다. 그리곤 그 꾀에 호랑이는 번번이 당하기만 합니다.

   

 

맛난 떡을 구워준다고 하며, 차돌을 주워와 나뭇가지 위에 올려 놓고 불을 붙입니다. 12개를 올려 놓고 떡이 11개니까 잘 구워지는지 보라고 하곤 잠시 자리를 뜨죠. 호랑이는 숫자도 제대로 세지 못하는 토끼를 비웃으며, 하나 남은 떡(물론, 달궈진 차돌이지만요.)을 꿀꺽 삼킵니다. 그 결과는,,, ~ 상상해보니, 정말 끔찍하겠어요. 토끼는 자신의 힘만 믿는 호랑이를 제대로 골탕 먹였답니다.

  

  

하지만, 토끼는 다시 호랑이를 만나게 됩니다. 어쩌죠? 이번에도 토끼는 꾀를 냅니다. 참새를 실컷 먹게 해준다고 억새밭에 데려가 불을 지르기도 하고, 겨울에 다시 만났을 땐, 싱싱한 물고기를 실컷 먹게 해준다고는 한겨울 개울물에 꼬리를 담그고 있게 해서 꽁꽁 얼어붙은 꼬리가 떨어져나가게도 만듭니다.

  

  

그림책을 보며, 어쩐지 호랑이가 불쌍해질 정도입니다. 흉악한 꾀를 자꾸 꺼내놓는 꾀돌이 토끼가 얄미워질 정도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또 한편으로는 통쾌하게 느껴지는 건, 토끼는 어쩔 수 없는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약자의 반란이기에 통쾌함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힘이 있다고 약자를 윽박지르는 호랑이를 향한 약자 토끼의 반격이기에 박수를 치게 됩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이미 토끼가 강자이고, 호랑이가 약자처럼 보여 호랑이에게 연민의 마음이 일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어찌되었든, 토끼의 지혜가 돋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약자이지만, 이런 지혜를 가지고 강자를 누를 수 있는 통쾌함이 오늘 우리들 삶 속에 가득하다면, 힘 있는 자들의 갑질, 그 폭력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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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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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의 <와타세 경부 시리즈> 2번째 작품이 번역 출간되었다. 이번에도 출판사 블루홀식스에서 출간되었는데, 네메시스의 사자라는 제목이다.

 

네메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으로 흔히 복수의 여신으로 이해되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분노의 여신이다. 옳지 않은 일에 분노하는 여신, 그래서 소설 속에서는 의분이란 개념으로 이야기된다. 바로 이런 여신의 사자를 지칭하는 자가 소설 속 감춰진 범인이다.

 

그럼, 무엇에 의분하게 되는 걸까? 바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사형에 처해지는 것이 아닌 몇 년의 징역에만 처해지는 행태에 대한 분노다. 그렇다. 이 소설은 끊임없이 사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웃과 왕래가 별로 없던 한 노년의 여인이 수차례 칼에 찔려 끔찍하게 숨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피해자 옆에는 피해자의 손가락에 피를 묻혀 벽에 쓴 네메시스란 단어가 있다. 무엇을 복수한다는 걸까? 피해자는 다름 아닌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의 어머니다. 일명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역 앞 광장 수많은 행인들 앞에서 단지 자신보다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되어 수차례 칼에 찔려 19세 여대생과 12살 소녀가 죽었던 사건. 이런 끔찍한 살인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잔학성의 정도와 피고인의 범죄 경향을 고려하면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판결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에 처하게 된 것. 이에 유가족들은 분개했었는데, 과연 그 일에 대한 복수극이었던 걸까? 마치 19세 여대생이 죽은 것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해된 모습이며, 현장에 네메시스라는 단어가 적혀 있어 더욱 그렇게 이해된다.

 

이 사건을 우리의 주인공 와타세 경부가 조사해 나간다. 범죄 수사에 동물적 감각을 가진 와타세 경부, 그리고 그를 보좌하는 신참 고테가와 형사 이 둘의 활약이 펼쳐진다(실상, 고테가와의 활약은 거의 미미하다.). 이 시리즈는 와타세 경부 시리즈. 그래서일까? 와타세의 활약만이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와타세는 혹 이 사건이 네메시스를 복수가 아닌 의분으로 해석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되는지 의심한다. 의분이라면, 그 용의자는 무한대로 넓혀지니까. 당시 살해자에 의한 피해자 유가족들만이 아닌, 당시 판결이 부당했다고 여겨지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네메시스의 사자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이번 역시 또 다른 끔찍한 살인사건의 가해자, 살인범의 가족이다. 역시 범행 현장에서는 네메시스란 글자가 적혀 있다. 동일범의 수법이 분명한 사건. 이번 피해자의 가족이 되는 살인범(네메시스에 의한 사건으로는 피해자 유가족이지만, 처음 범한 살인사건의 살인범) 역시 사형이 아닌 징역형을 선고받고 형무소에 수감 중이다.

 

누군가를 잔혹하게 살해했는데도 사형이 아닌 징역형에 선고받아 형무소 안에서 안전하게, 그것도 국민의 세금으로 삼시세끼를 공급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이것이 과연 정의가 세워지는 세상인가? 이런 물음이 소설이 전개되며 계속 던져진다.

 

사건은 또 하나의 단서를 찾게 된다. 그건 다름 아닌 두 사건을 판결한 판사가 동일인물이라는 점이다. 첫 번째 사건의 살인범을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으로 선고하고, 그 뒤로 단 한건의 살인사건도 사형을 선고하지 않음으로 온정 판사라 불리게 된 판사. 그렇다면, 이 판사가 판결한 또 다른 살인 사건의 가해자 가족이 또 다시 의분을 품은 네메시스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미스터리 소설이니만큼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한 것은 당연하다. 비록 소설 네메시스의 사자가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라 할지라도, 이번 소설은 종반부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과정 역시 궁금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소설의 진짜 의도는 사형에 대한 질문이다. 끔찍한 살인사건을 벌인 흉악범인데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혹여 있을 원죄사건을 경계하며 사형을 반대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그 사건으로 인해 삶이 무너져 버린 피해자 유가족의 멍울진 가슴을 조금이나마 상쇄하기 위해 공인된 복수사형에 처해야 옳은 지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아울러, ‘네메시스라는 의문의 복수자, 나름 정의의 구현자의 행위(, 보복 살해)를 통해, 소설은 가해자 가족의 파괴되어버린 삶 역시 들춘다. 살인사건은 피해자의 가족 뿐 아니라 가해자의 가족 역시 죽여 버렸다. 살인사건은 그 사건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한 사람을 죽이면, 피해자의 가족과 가해자의 가족도 모두 죽이게 된다. 이러한 참상 역시 소설은 적나라하게 들추어낸다.

 

과연 네메시스의 사자는 누구일까? 그는 언제까지 범행을 계속함으로 살인사건의 피해자 가족의 복수를 대행하는 걸까? 스포일러를 살짝(아주 살짝) 한다면, 소설 속에서 와타세 경부가 언급하는 것처럼, 피해자들(살인자의 가족이지만,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곳에서 살인자 가족임을 숨기고 살아가는 그들)에 대한 정보, 특히, 그들의 현재 거주지를 파악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과연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 소설 속에서 와타세 경부만이 활약하는 것은 아니다. 와타세 경부와 함께 이 네세시스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있다. 바로 미사키 검사인데, 미사키 검사를 만나는 것 역시 반갑다. 작가의 작품들 속엔 반드시 다른 작품 속 인물이 등장하곤 한다. 전혀 상관없는 시리즈 속의 인물들이 버젓이 다른 시리즈나 작품에 등장하곤 한다. 결국 그럼으로 작가의 모든 작품들은 이런 저런 모습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이번 소설 속에선 미사키 검사가 그렇다. 미사키 검사는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2번째 책인 추억의 야상곡에 등장하여 미코시바와 경쟁하는 검사 역이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1번째 책인 속죄의 소나타에 등장한다고 하는데, 난 기억이 가물가물 잘 모르겠다. 아무튼, 추억의 야상곡에 등장하는 미사키와 함께 그를 보좌하는 사무관 요코야마 준이치로 역시, 이번 소설에서도 미사키의 사무관으로 등장한다.

 

이외에도 작가의 <법의학 교실 시리즈>에 등장하는 도지로 교수도 언급되고 있고, 또한 작가의 데뷔작인 안녕, 드뷔시에서만 등장하는 인물인 요시케(요시케는 미사키 검사의 아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요시케가 탐정 역할을 맡아 전개되는 시리즈가 나올 법도 한데, 아직 그런 작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 역시 언급되어 독자로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또 하나, 작가를 흔히 반전의 제왕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이번 소설 역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반전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사건에 대한 반전 하나, 그리고 사형제도를 접근하는 생각에 대한 반전 하나. 더 자세하게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테니 여기까지.

 

<와타세 경부 시리즈> 첫 번째 책인 테미스의 검이 원죄사건(원죄: 억울하게 덮어 쓴 죄)으로 인해 사형선고를 받고 억울한 사형집행을 당한 사람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면, 이번 책 네메시스의 사자는 사형 자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아무래도 같은 사형제도에 대해 다루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공허한 십자가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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