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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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의 <와타세 경부 시리즈> 2번째 작품이 번역 출간되었다. 이번에도 출판사 블루홀식스에서 출간되었는데, 네메시스의 사자라는 제목이다.

 

네메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으로 흔히 복수의 여신으로 이해되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분노의 여신이다. 옳지 않은 일에 분노하는 여신, 그래서 소설 속에서는 의분이란 개념으로 이야기된다. 바로 이런 여신의 사자를 지칭하는 자가 소설 속 감춰진 범인이다.

 

그럼, 무엇에 의분하게 되는 걸까? 바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사형에 처해지는 것이 아닌 몇 년의 징역에만 처해지는 행태에 대한 분노다. 그렇다. 이 소설은 끊임없이 사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웃과 왕래가 별로 없던 한 노년의 여인이 수차례 칼에 찔려 끔찍하게 숨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피해자 옆에는 피해자의 손가락에 피를 묻혀 벽에 쓴 네메시스란 단어가 있다. 무엇을 복수한다는 걸까? 피해자는 다름 아닌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의 어머니다. 일명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역 앞 광장 수많은 행인들 앞에서 단지 자신보다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되어 수차례 칼에 찔려 19세 여대생과 12살 소녀가 죽었던 사건. 이런 끔찍한 살인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잔학성의 정도와 피고인의 범죄 경향을 고려하면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판결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에 처하게 된 것. 이에 유가족들은 분개했었는데, 과연 그 일에 대한 복수극이었던 걸까? 마치 19세 여대생이 죽은 것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해된 모습이며, 현장에 네메시스라는 단어가 적혀 있어 더욱 그렇게 이해된다.

 

이 사건을 우리의 주인공 와타세 경부가 조사해 나간다. 범죄 수사에 동물적 감각을 가진 와타세 경부, 그리고 그를 보좌하는 신참 고테가와 형사 이 둘의 활약이 펼쳐진다(실상, 고테가와의 활약은 거의 미미하다.). 이 시리즈는 와타세 경부 시리즈. 그래서일까? 와타세의 활약만이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와타세는 혹 이 사건이 네메시스를 복수가 아닌 의분으로 해석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되는지 의심한다. 의분이라면, 그 용의자는 무한대로 넓혀지니까. 당시 살해자에 의한 피해자 유가족들만이 아닌, 당시 판결이 부당했다고 여겨지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네메시스의 사자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이번 역시 또 다른 끔찍한 살인사건의 가해자, 살인범의 가족이다. 역시 범행 현장에서는 네메시스란 글자가 적혀 있다. 동일범의 수법이 분명한 사건. 이번 피해자의 가족이 되는 살인범(네메시스에 의한 사건으로는 피해자 유가족이지만, 처음 범한 살인사건의 살인범) 역시 사형이 아닌 징역형을 선고받고 형무소에 수감 중이다.

 

누군가를 잔혹하게 살해했는데도 사형이 아닌 징역형에 선고받아 형무소 안에서 안전하게, 그것도 국민의 세금으로 삼시세끼를 공급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이것이 과연 정의가 세워지는 세상인가? 이런 물음이 소설이 전개되며 계속 던져진다.

 

사건은 또 하나의 단서를 찾게 된다. 그건 다름 아닌 두 사건을 판결한 판사가 동일인물이라는 점이다. 첫 번째 사건의 살인범을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으로 선고하고, 그 뒤로 단 한건의 살인사건도 사형을 선고하지 않음으로 온정 판사라 불리게 된 판사. 그렇다면, 이 판사가 판결한 또 다른 살인 사건의 가해자 가족이 또 다시 의분을 품은 네메시스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미스터리 소설이니만큼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한 것은 당연하다. 비록 소설 네메시스의 사자가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라 할지라도, 이번 소설은 종반부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과정 역시 궁금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소설의 진짜 의도는 사형에 대한 질문이다. 끔찍한 살인사건을 벌인 흉악범인데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혹여 있을 원죄사건을 경계하며 사형을 반대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그 사건으로 인해 삶이 무너져 버린 피해자 유가족의 멍울진 가슴을 조금이나마 상쇄하기 위해 공인된 복수사형에 처해야 옳은 지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아울러, ‘네메시스라는 의문의 복수자, 나름 정의의 구현자의 행위(, 보복 살해)를 통해, 소설은 가해자 가족의 파괴되어버린 삶 역시 들춘다. 살인사건은 피해자의 가족 뿐 아니라 가해자의 가족 역시 죽여 버렸다. 살인사건은 그 사건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한 사람을 죽이면, 피해자의 가족과 가해자의 가족도 모두 죽이게 된다. 이러한 참상 역시 소설은 적나라하게 들추어낸다.

 

과연 네메시스의 사자는 누구일까? 그는 언제까지 범행을 계속함으로 살인사건의 피해자 가족의 복수를 대행하는 걸까? 스포일러를 살짝(아주 살짝) 한다면, 소설 속에서 와타세 경부가 언급하는 것처럼, 피해자들(살인자의 가족이지만,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곳에서 살인자 가족임을 숨기고 살아가는 그들)에 대한 정보, 특히, 그들의 현재 거주지를 파악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과연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 소설 속에서 와타세 경부만이 활약하는 것은 아니다. 와타세 경부와 함께 이 네세시스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있다. 바로 미사키 검사인데, 미사키 검사를 만나는 것 역시 반갑다. 작가의 작품들 속엔 반드시 다른 작품 속 인물이 등장하곤 한다. 전혀 상관없는 시리즈 속의 인물들이 버젓이 다른 시리즈나 작품에 등장하곤 한다. 결국 그럼으로 작가의 모든 작품들은 이런 저런 모습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이번 소설 속에선 미사키 검사가 그렇다. 미사키 검사는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2번째 책인 추억의 야상곡에 등장하여 미코시바와 경쟁하는 검사 역이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1번째 책인 속죄의 소나타에 등장한다고 하는데, 난 기억이 가물가물 잘 모르겠다. 아무튼, 추억의 야상곡에 등장하는 미사키와 함께 그를 보좌하는 사무관 요코야마 준이치로 역시, 이번 소설에서도 미사키의 사무관으로 등장한다.

 

이외에도 작가의 <법의학 교실 시리즈>에 등장하는 도지로 교수도 언급되고 있고, 또한 작가의 데뷔작인 안녕, 드뷔시에서만 등장하는 인물인 요시케(요시케는 미사키 검사의 아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요시케가 탐정 역할을 맡아 전개되는 시리즈가 나올 법도 한데, 아직 그런 작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 역시 언급되어 독자로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또 하나, 작가를 흔히 반전의 제왕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이번 소설 역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반전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사건에 대한 반전 하나, 그리고 사형제도를 접근하는 생각에 대한 반전 하나. 더 자세하게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테니 여기까지.

 

<와타세 경부 시리즈> 첫 번째 책인 테미스의 검이 원죄사건(원죄: 억울하게 덮어 쓴 죄)으로 인해 사형선고를 받고 억울한 사형집행을 당한 사람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면, 이번 책 네메시스의 사자는 사형 자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아무래도 같은 사형제도에 대해 다루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공허한 십자가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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