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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구멍 ㅣ 열림원어린이 동시집 시리즈
이창숙 지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0월
평점 :
동시를 참 좋아합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시집을 펼치곤 합니다. 그 이유는 동시를 읽고 묵상할 때, 말 그대로 동심, 그 맑은 마음을 선물로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쥐구멍』이란 동시집을 만나 펼쳐봅니다.
동시집과 같은 제목의 동시가 마음을 울렸습니다.
다른 학교 다니는 학원 친구가 / 김민호 아느냐고 물어보기에 / 우리 반 애라고 말했다 / 공부도 못하고, / 행동도 느리고, / 존재감 없는 애라고, / 그런데 학원 친구가 말했다 // 걔가 너 진짜 좋은 친구라고 하더라!
- < 쥐구멍 > 전문
“걔가 너 진짜 좋은 친구라고 하더라!”란 문장에 잠시 멍했답니다. 김민호란 친구 참 좋은 친구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끄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한참을 그 친구의 단점만을 늘어놨는데, 그 친구는 글쎄 그런 ‘날’ “진짜 좋은 친구라고 하더라!”니, 어쩌면 나 역시 누군가를 이렇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고 있진 않은지 부끄러워지더라고요. 정말 그 친구 “쥐구멍”을 찾고 싶었겠어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몽글몽글 기분 좋았겠어요. 김민호란 친구가 그렇게 자신을 좋게 봐주고 있었으니 말이에요. 어쩌면 우리도 쥐구멍 찾아 들어가야 할 모습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답니다.
재미난 동시들이 참 많아 한참 웃게 만들곤 하였답니다. <장래희망 vs. 장래희망> 이란 동시 역시 재미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답니다.
나는 네가 과학자가 되면 좋겠어 /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대, 열심히 해, 딸 // 아빠가 웃으며 이렇게 말하기에 / 나도 해맑게 웃으며 대답해 줬지 // 나도 아빠가 과학자가 되면 좋겠어 / 기적이란 것도 있잖아, 포기하지 마, 아빠
– < 장래희망 vs. 장래희망 >
이런 재치가 있는 딸이라면 뭐라도 하지 않을까요? 한참 웃었답니다. 그런데, 그 뒤끝은 어쩐지 씁쓸했답니다. 요즘 대치동에서는 초등학생들 의대반 학원이 초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역시 대한민국은 의사공화국이구나 싶더라고요. 부모에게 내몰려 의대반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부모님께, “나도 엄마가 의사가 되면 좋겠어 / 기적이란 것도 있잖아, 포기하지마, 엄마”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싶어요.
왠지 이 동심은 시인들만의 동심이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답니다. 우린 언젠가부터 이런 귀한 마음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답니다. 우리 아이들이 동심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그런 마음을 품어 봅니다. 이런 예쁜 동시들과 함께 말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