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아이들 북멘토 가치동화 17
이병승 지음, 강창권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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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네 마을에 석구라는 친구가 이사 왔답니다. 둘의 첫 만남은 건우의 장기인 구슬치기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런데, 구슬치기의 대가인 건우가 그 동안 모아뒀던 구슬을 석구에게 모두 잃고 만답니다. 왜냐하면 석구가 꺼낸 구슬은 무적의 쇠구슬이었거든요. 건우만 석구에게 구슬을 다 잃은 건 아니랍니다. 마을 친구들 모두가 잃었네요. 이렇게 하여 건우의 쇠구슬을 찾는 여정이 시작되죠. 게다가 건우가 잃은 구슬 가운데는 건우의 여자친구인 정옥이가 준 사기구슬도 있거든요. 과연 건우는 정옥이 준 사기구슬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뿐 아니라, 이렇게 구슬치기로 시작된 건우와 석구의 악연(?)은 서로 골목대장 자리를 놓고 다투기도 합니다. 단순한 골목대장 자리가 아닌, 자신들의 놀이터를 사수하기 위한 시합이랍니다. 물론, 이 모든 건 못되게 구는 석구 때문에 시작되었고요. 과연 건우는 석구의 횡포로부터 마을아이들의 놀이터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옛 시절을 떠올려보게 되는 동화 『골목의 아이들』은 1976년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답니다. 당시 아이들의 놀이가 가득 담겨있는 추억박물관처럼 느껴지는 동화네요. 당시 좋아하던 tv 프로그램, 만화영화, 놀이, 문화 등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옛 생각이 소록소록 떠오르게 되는 멋진 동화네요. 맞아, 그 때는 이렇게 놀았는데. 맞아, 그 때는 이런 것들이 있었지. 잊었던 옛 추억 속으로 시간여행을 다녀오게 하는 멋진 동화랍니다. 물론, 요즘 아이들에게는 아빠, 엄마 세대의 추억을 엿보는 경험이 될 테고요.

 

또 좋은 점은 작가의 관점이 더불어 삶에 있어 좋네요. 단순히 놀이만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더불어 행복하고, 더불어 즐거운 시간들을 지향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한답니다. 아울러 힘이 있는 자나 없는 자나, 가진 것이 많은 자나 적은 자나 모두 행복할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네요. 쇠구슬 사건이 대표적으로 그렇답니다. 또한, 이런 예로는 깍두기를 들 수 있겠네요.

 

동화 속엔 놀이에서의 깍두기가 등장한답니다. 동화를 읽으며, 맞아, 그 때는 깍두기가 있었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답니다. 주로 나이가 어린 동생들이 깍두기를 많이 하죠. 이 친구들은 어느 편이든 공격하는 편에서 함께 놀이에 참여하게 되죠. 그리고 이 친구들에게는 많은 배려를 하고요. 예를 든다면, 원래 깨금발로 하는 놀이에도 깍두기들은 양발로 뛰어다녀도 되죠. 그리고 어리거나 약한 친구들이기에 보호하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깍두기의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랍니다. 깍두기가 임무수행을 완수해도 그 편은 승리하게 되거든요. 그러니, 깍두기는 배려하고 양보하면서도, 그들의 역할을 무시하기보다는 인정하는 참 멋진 놀이제도였네요. 요즘 아이들도 이런 깍두기 정신을 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다면 왕따도, 집단 괴롭힘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물론, 모두가 깍두기를 인정하는 건 아니었답니다. 이야기 속에서도 석구가 그런 친구네요. 그런데, 사실 석구는 자신이 가진 것으로 남들을 더욱 괴롭히고, 더 빼앗으려는 오늘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네요. 작가는 오늘 우리에게 이것을 말하지 않을까요? 오늘 우리들 모두 사실은 석구가 되어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고 싶어 하고,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남들의 것을 빼앗길 원하며, 자신의 것만을 더욱 움켜쥠으로 타인들을 힘겹게 만드는 삶을 살고 있진 않으냐고 말이죠.

 

우리의 옛 골목에서의 아이들의 놀이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동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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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털 고양이 뮤지컬 무엇이든 마녀상회 10
안비루 야스코 지음, 황세정 옮김 / 예림당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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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마녀 실크는 옷 수선집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이 가게에는 특별한 고양이가 있네요. 바로 코튼이란 이름의 고양이인데, 주인인 마녀 실크를 도와 여러 가지 일을 한답니다. 무엇보다 맛난 차를 끓이고요. 또한 이 가게에는 바느질 마녀 실크의 절친인 나나 역시 자주 놀러 온답니다.

 

코튼이 끓인 차향이 가게 안에 가득 한 어느 날, 나나의 한숨 소리가 차향을 밀어내고 가게 안을 가득 채우네요. 웬일일까요? 그건 바로 나나가 학교 발표회에서 갑자기 연극 <신데렐라>의 주인공을 맡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원래 주인공인 친구 유카리가 갑자기 다치는 바람에 대역으로 그 큰 역할을 맡게 되었답니다. 나나는 유카리처럼 신데렐라 역을 잘 해낼 자신이 없답니다. 그래서 한숨을 쉬고 있는 거죠.

 

『무엇이든 마녀상회』 열 번째 이야기인 『삼색털 고양이 뮤지컬』은 갑자기 대역을 맡은 나나의 고민과 걱정, 그리고 그럼에도 잘 해내는 극복기(?)를 보여주고 있답니다. 나나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곳을 찾아온 뮤지컬 극단인 ‘삼색털 고양이 극단’의 사정과 함께 이야기가 진행된답니다. 삼색털 고양이 극단의 뮤지컬 공연을 관람한 바느질 마녀 실크, 실크의 절친 나나, 고양이 하인 코튼은 그 공연이 완전 엉터리임에 실망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공연이 엉망인 이유가 있네요. 바로 주연 배우가 대역이었거든요. 마치 나나처럼 말이죠. 평소 너무 잘하던 배우가 큰 극단으로 스카우트 되면서, 갑자기 주연을 맡은 대역이 자꾸 그전 배우처럼 하려고 하다 보니 잘 되지 않았거든요.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고,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다면 잘 할 수도 있을 텐데, 자꾸 원래 주연을 따라하려다 보니 더욱 못하게 되는 거죠.

 

이 이야기는 바로 이 점을 이야기하네요. 남이 하던 그대로 따라하려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고,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낼 때, 더 멋진 공연이 될 수 있음을 말이죠.

 

맞아요. 공연뿐만 아니겠죠. 우리들 인생이 모두 그렇지 않을까요? 누군가 멋진 사람을 그대로 따라하려는 모습, 누군가 잘 하는 사람을 그대로 따라하려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죠. 물론, 남의 좋은 점을 따라함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또 다른 문제지만요. 우리 모두 얼굴이 다 다른 것처럼, 재능도, 색깔도, 느낌도 다 다르답니다. 그러니, 나의 색깔을 찾아가고, 나만의 개성을 드러내며 살아가는 인생이야말로 멋진 인생 아닐까요? 그럼, 나를 더욱 빛나게 할 나만의 색깔은 무엇일지 모두 찾아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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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랜드 1 - 셉템버와 마녀의 스푼
캐서린 M. 밸런트 지음, 공보경 옮김, 아나 후안 그림 / 작가정신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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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랜드(fairyland)가 정말 있다면 어떨까요? 요정의 나라, 동화의 나라, 상상의 나라인 그곳에 가게 된다면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바로 그 답을 알려주는 동화가 있답니다. 제목도 『페어리랜드』네요. 『페어리랜드』의 첫 번째 이야기인 <셉템버와 마녀의 스푼>, 그 이야기 속으로 먼저 들어가 봐요.

 

주인공 셉템버는 이름과는 다르게 5월에 태어났답니다. 그런데도 이름은 ‘9월’이란 뜻의 ‘셉템버’네요. 이 셉템버는 특별한 게 없는 평범한 소녀랍니다. 하루하루 별난 일이 없이 심심하게 지내는 소녀죠. 그런 셉템버에게 초록바람이 찾아와 ‘페어리랜드’에 데려다 줄까 물어본답니다. 셉템버는 흔쾌히 승낙하게 되고, 이로 인해 초록바람이 타고 다니는 ‘작은 산들바람의 표범’을 타고 ‘페어리랜드’에 가게 된답니다.

 

그곳에서 금으로 가득한 해변도 만나게 됩니다(나중에는 은으로 가득한 해변도 만나죠). 물론 ‘페어리랜드’이니 요정들도 만나고, 마녀들도 만나게 된답니다. 마녀들을 만나면서, 셉템버의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답니다. 마녀들은 ‘페어리랜드’를 다스리는 여왕인 후작에게 빼앗긴 스푼을 찾아줄 것을 제의하게 되고, 셉템버는 이 제의를 받아들여 모험을 떠나네요.

 

이 과정에서 친구들도 만나게 된답니다. 빨간색 비룡인 ‘에이부터 엘까지(줄여서 엘)’을 만나 동행이 되고, 또한 바다 요정인 ‘새터데이’와도 친구가 되어 동행하게 된답니다. 과연 이들의 모험 앞에는 어떤 신나는 일, 신기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이 소설은 판타지 소설입니다. 그리고 그 무대인 페어리랜드는 대단히 환상적인 일들로 가득한 공간입니다. 요정들을 만나기도 하고, 사물들이 살아 있기도 하네요. 자전거가 마치 야생마처럼 살아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자전거를 야생 짐승이라 말하네요. 비누 인형도 살아 대화를 하기도 하고요. 심지어 주인공 셉템버는 나무로 변해가기도 하네요. 이처럼 환상적 요소가 가득한 소설입니다.

 

뿐 아니라, 그 안에 뭔가 메시지들이 가득하다고 느껴지네요. 여러 가지를 들을 수 있겠지만, 그 가운데 몇 가지만 들게요.

 

먼저, 페어리랜드를 다스리는 후작은 자신이 정하는 것들을 강요하네요. 그래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당하고요. 예를 든다면, 후작은 이런 새로운 법을 만들었답니다. ‘하늘을 날아서 이동하려면 표범 혹은 면허증을 소지한 금불초 줄기를 타야 한다.’라는 법이랍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경우가 아니면 하늘을 날아다닐 수 없데요. 셉템버와 친구가 되는 엘은 비룡이랍니다. 비룡(飛龍), 말 그대로 날아다니는 용이죠. 그런데도 엘은 표범도 아니고, 금불초로 만들어지지도 않았으니 날아다닐 수 없답니다. 심지어 커다란 날개를 사슬로 묶어 자물쇠로 잠겨있답니다. 후작에게서 왠지, 독재자의 냄새가 풍기죠? 뭔가 자꾸 새로운 법을 만들어 바꾸려 하는데, 그게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네요. 자꾸 바꾸려 하지만, 그것이 실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보다는 더 힘겹게 하고 혼란스럽게만 하는 것 같네요. 후작을 보면 누가 생각난다고요? 여러분들 곁에도 누군가 그런 독재자가 있다고요? 참 안타깝네요.

 

또 다른 의미 있던 내용은 비누 인형 라이를 통해, 제공받게 되는 목욕이랍니다. 셉템버는 세 가지 목욕을 제공받는답니다. 그건 용기를 씻어주는 목욕, 소원을 씻어주는 목욕, 행운을 씻어주는 목욕이랍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용기에 때가 껴서 용기를 잃게 되죠. 그리고 바른 소원이 아닌, 허망한 소원의 때가 끼기도 하고요. 아울러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거나 또는 지나친 자만으로 인해 행운을 잃게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런 때를 벗겨내는 목욕을 하게 된답니다.

 

왠지 오늘 나에게도 이런 목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실패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데, 그러다보니 자꾸 나도 모르게 용기를 잃어갈 때가 많거든요. 그럴 때, 비누 인형 라이가 제공하는 목욕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울러 우리가 소원을 품는 것은 참 좋은데, 그 소원이 도리어 세상을 어지럽히는 소원들도 많죠. 그럴 때, 그 사람을 ‘소원을 씻어주는 목욕’탕에 풍덩 씻기면 좋을 텐데요. 아울러, 행운을 씻어주는 목욕을 받음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멍하니 흘려보내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사용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좋겠네요. 그럼으로 나에게 돌아올 행운을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처럼 이 소설은 흥미로움 뿐 아니라, 많은 메시지도 담고 있답니다. 물론, 각자 들려지는 메시지는 다를 수 있겠죠. 재미있게 읽으며, 아울러 이런 메시지에도 귀를 기울여보기에 좋은 그런 소설이네요. 2편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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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ors 살아남은 자들 1 - 텅 빈 도시 서바이벌스 Survivors 시리즈 1
에린 헌터 지음,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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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으르렁거림’이 도시를 휩쓸었다. 이 ‘큰 으르렁거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단지, 도시가 폐허가 되고, 오염되었으며, 개들이 표현하듯이 ‘노란 털옷을 입은 긴 발들’이 뭔가를 조사하는 모습을 통해, 아마도 도시가 큰 폭발과 함께 방사능과 같은 것에 오염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아무튼 이렇게 폐허가 된 도시에서 버려진 개들이 어떻게 생존하는 지를 보여주는 소설이 이 책, 『살아남은 자들』이다. 물론, 버려진 개들이라고 표현했지만, 주인공인 럭키는 버려진 개는 아니다. 럭키는 이미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개다. 무엇보다 자신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개라는 정체성, 야성을 회복한 개라는 정체성을 확립한 개다(왠지 거창한 표현 같다만...).

 

럭키는 폐허가 된 도시에서 한 ‘무리’를 만난다(이 무리 안에는 오래전 헤어진 여동생 벨라가 있다. 그리고 벨라는 이 무리의 리더 격이다). 그 무리는 모두 ‘줄에 묶인 개’들이다. 자신의 ‘목줄’을 생명처럼 여기는 개들, 자신을 버리고 도망친 ‘긴 발(사람을 칭하는 표현)’들을 여전히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개들이다. 이러한 ‘무리’와 만나, 이들에게 생존의 법칙과 기술을 가르치는 럭키. 과연 이들은 폐허가 된 도시에서 어떤 모험을 하며,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이 책은 개들이 주인공이다. 철저하게(?) 개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사건이 진행되며, 표현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개의 입장에서 표현하는 묘사들이다. ‘긴 발’은 사람을 가리킨다. ‘긴 발 강아지’는 어린 아이이고, ‘시끄러운 우리’는 자동차를, ‘부서진 투명한 돌’은 깨진 유리조각을, ‘작은 금속 원반’은 동전을 가리킨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단어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울러, 그 전체적 내용 전개 역시 재미있다. 사람들이 나오지 않고, 오직 개들만이 주인공으로 등장함에도 이처럼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소설은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은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작가는 개들을 통해, 뭔가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럭키와 그 무리의 여행을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정, 그리고 서로를 알아가는 여정이라 이름붙일 수 있겠다.

 

사람들은 개들을 버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들은 사람들을 향한 충성과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 모습을 충성스럽다 표현해야 할까? 아니면 어리석다 표현해야 할까? 사실, 우리의 입장에서 이런 개들의 모습을 충성스럽다 미화하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오히려 어리석다고. 자신들을 소유하려하고, 자신들을 굴복시키려던 사람들이 던져주는 고깃덩이에 꼬리를 치던 모습이야말로 노예근성이라고. 그리고 그런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모습이야말로 생존에 가장 큰 적이라고.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도리어 자유를 찾는 것이라고 말이다.

 

목줄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나 올드 헌터 같은 개는 자유롭게 달려야 한다. 그것이 참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목을 옥죄고 있는 목줄을 하면 어떤 기분일까? 숨 막히고 방해받는 기분일까? 럭키는 알 것 같기도 했다.(74쪽)

 

럭키는 자유를 사랑한다. 자신이 누리는 자유에 대해 자부심도 있다. 하지만, 긴 발에 의해 버림받은 묶인 개들은 여전히 목줄을 생명줄로 착각한다. 그리고 목줄에 집착한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점차 개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자유로운 생존이야말로 선물임을 자각해나가는 거다. 물론, 여전히 완전하진 않지만 말이다. 이러한 개들의 자유를 향한 계속될 여정 역시 기대된다.

 

뿐 아니라, 럭키와 무리들이 함께 하는 여정은 서로를 향해 이해해 나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럭키와 ‘줄에 묶인 개들’은 서로 가치관이 다르다. 그래서 처음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럭키의 독백과 무리 가운데 하나인 데이지의 대사를 보자.

 

왜 줄에 묶인 개들은 이렇게 긴 발의 기분을 걱정하는 걸까? 긴 발이 도망칠 때는 이만큼 개들을 걱정하진 않았을 텐데.(134쪽)

 

럭키,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알겠어. 우리도 알아. 하지만, 목줄? 이건 절대 뺄 수 없어. 못 해. 네가 하라는 건 뭐든 할게. 하지만 그것만은 부탁하지 말아 줘. 이건 내가 긴 발에게 속해 있다는 표시야. 난 날 아껴 주는 긴 발의 소유고, 그에게 사랑받고 있어. 목줄은 중요해, 우리 모두에게...(213쪽)

 

이처럼 서로는 너무 다르다. 심지어 같은 엄마에게서 같은 날 태어났던 럭키와 벨라조차 서로 생각이 너무 다르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함께 돕고, 함께 부대끼는 가운데, 서로를 점차 이해하게 되고, 서로를 존중할 수 있게 된다.

 

아마도 작가는 개들의 이러한 모습들을 통해, 오늘 우리의 모습을 꼬집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우리 역시 고깃덩이 때문에 자유를 빼앗기고 살아가는 모습은 아닌지 말이다. 아울러 그 모습에서 문제를 발견하기보다는 도리어 그렇게 살아감이야말로 축복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울러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들을 이해하려기보다는 비난하고 멀리하려는 모습이 바로 오늘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를 말이다. 작가는 개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길 원한다. 혹 오늘 우린 여전히 수많은 목줄을 스스로 매고 있진 않은지. 여전히 목줄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전해주고 있는 소설이다. 다음 편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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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면 안 돼? 풀빛 그림 아이 52
도나 W. 언하트 글, 안드레아 카스텔라니 그림 / 풀빛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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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는 언제나 모든 일에 솔직합니다. 가훈이 “정직”이거든요. 정말 참 좋은 삶의 자세네요. 왜냐하면 ‘정직’이란 덕목은 오늘날 우리에게서 너무나도 먼 덕목이 되어 버렸거든요. 정직보다는 실익이 더 가치 있게 여겨지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직’이야말로 21세기를 이끌어갈 가치관이라고 생각되네요. 아울러 종교적 관점에서 말한다면, 정직의 영성이야말로 21세기에 반드시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영성 가운데 하나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질문합니다. 과연 ‘정직’한 것만이 옳은가? 라고 말입니다. 물론, ‘정직’은 대단히 소중한 덕목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정직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누군가를 힘겹게 한다면 어떨까요?

 

이 작은 그림책에 등장하는 프랭크가 바로 그렇습니다. 프랭크는 있는 그대로 말해 버린답니다. 그것이 솔직한 것이고, 정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말이죠. 그래서 프랭크 주변 사람들은 상처받고, 힘들어 하죠. 이런 프랭크의 모습을 통해, 정직이 대단히 소중함에도 그 정직이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수단이 된다면, 그 정직은 도리어 흉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네요.

 

맞아요. 남을 끌어내리는 정직은 진정한 정직이 아니죠. 때론 타인을 세우기 위한 귀여운 거짓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자신의 유익을 위한 일에는 올곧게 정직해야 합니다. 작은 유익에 정직을 팔아버려선 안 됩니다. 하지만, 타인의 유익을 위한 일에는 조금 덜 정직해도 좋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 이야기 속에서 형제는 추수한 곡식을 정직하게 똑같이 나눴죠. 하지만, 그 후에 서로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에 자신의 것을 몰래 상대에게 가져다줍니다. 정직이 깨어진 겁니다. 거짓의 옷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이 거짓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이죠. 도리어 ‘정직’보다 더 멋지고 훌륭한 모습입니다. 누가 이 ‘거짓’을 나쁜 거라 말할 수 있겠어요?

 

그럼, 반대로 한번 생각해 봐요. 똑같이 추수한 곡식을 ‘몰래’ 옮기는 행위이지만, 자신의 유익을 위해 상대의 것을 내 창고로 옮긴다면 어떨까요? 행위는 같아요. 똑같은 ‘거짓’인데, 이건 너무나도 더러운 범죄죠.

 

그러니, 정직이나, 거짓은 누굴 위해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판단이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일엔 올곧게 정직하고, 상대를 위해선 조금 솔직함을 버리면 어떨까요?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그림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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