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ors 살아남은 자들 1 - 텅 빈 도시 서바이벌스 Survivors 시리즈 1
에린 헌터 지음,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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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으르렁거림’이 도시를 휩쓸었다. 이 ‘큰 으르렁거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단지, 도시가 폐허가 되고, 오염되었으며, 개들이 표현하듯이 ‘노란 털옷을 입은 긴 발들’이 뭔가를 조사하는 모습을 통해, 아마도 도시가 큰 폭발과 함께 방사능과 같은 것에 오염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아무튼 이렇게 폐허가 된 도시에서 버려진 개들이 어떻게 생존하는 지를 보여주는 소설이 이 책, 『살아남은 자들』이다. 물론, 버려진 개들이라고 표현했지만, 주인공인 럭키는 버려진 개는 아니다. 럭키는 이미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개다. 무엇보다 자신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개라는 정체성, 야성을 회복한 개라는 정체성을 확립한 개다(왠지 거창한 표현 같다만...).

 

럭키는 폐허가 된 도시에서 한 ‘무리’를 만난다(이 무리 안에는 오래전 헤어진 여동생 벨라가 있다. 그리고 벨라는 이 무리의 리더 격이다). 그 무리는 모두 ‘줄에 묶인 개’들이다. 자신의 ‘목줄’을 생명처럼 여기는 개들, 자신을 버리고 도망친 ‘긴 발(사람을 칭하는 표현)’들을 여전히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개들이다. 이러한 ‘무리’와 만나, 이들에게 생존의 법칙과 기술을 가르치는 럭키. 과연 이들은 폐허가 된 도시에서 어떤 모험을 하며,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이 책은 개들이 주인공이다. 철저하게(?) 개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사건이 진행되며, 표현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개의 입장에서 표현하는 묘사들이다. ‘긴 발’은 사람을 가리킨다. ‘긴 발 강아지’는 어린 아이이고, ‘시끄러운 우리’는 자동차를, ‘부서진 투명한 돌’은 깨진 유리조각을, ‘작은 금속 원반’은 동전을 가리킨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단어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울러, 그 전체적 내용 전개 역시 재미있다. 사람들이 나오지 않고, 오직 개들만이 주인공으로 등장함에도 이처럼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소설은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은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작가는 개들을 통해, 뭔가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럭키와 그 무리의 여행을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정, 그리고 서로를 알아가는 여정이라 이름붙일 수 있겠다.

 

사람들은 개들을 버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들은 사람들을 향한 충성과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 모습을 충성스럽다 표현해야 할까? 아니면 어리석다 표현해야 할까? 사실, 우리의 입장에서 이런 개들의 모습을 충성스럽다 미화하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오히려 어리석다고. 자신들을 소유하려하고, 자신들을 굴복시키려던 사람들이 던져주는 고깃덩이에 꼬리를 치던 모습이야말로 노예근성이라고. 그리고 그런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모습이야말로 생존에 가장 큰 적이라고.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도리어 자유를 찾는 것이라고 말이다.

 

목줄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나 올드 헌터 같은 개는 자유롭게 달려야 한다. 그것이 참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목을 옥죄고 있는 목줄을 하면 어떤 기분일까? 숨 막히고 방해받는 기분일까? 럭키는 알 것 같기도 했다.(74쪽)

 

럭키는 자유를 사랑한다. 자신이 누리는 자유에 대해 자부심도 있다. 하지만, 긴 발에 의해 버림받은 묶인 개들은 여전히 목줄을 생명줄로 착각한다. 그리고 목줄에 집착한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점차 개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자유로운 생존이야말로 선물임을 자각해나가는 거다. 물론, 여전히 완전하진 않지만 말이다. 이러한 개들의 자유를 향한 계속될 여정 역시 기대된다.

 

뿐 아니라, 럭키와 무리들이 함께 하는 여정은 서로를 향해 이해해 나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럭키와 ‘줄에 묶인 개들’은 서로 가치관이 다르다. 그래서 처음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럭키의 독백과 무리 가운데 하나인 데이지의 대사를 보자.

 

왜 줄에 묶인 개들은 이렇게 긴 발의 기분을 걱정하는 걸까? 긴 발이 도망칠 때는 이만큼 개들을 걱정하진 않았을 텐데.(134쪽)

 

럭키,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알겠어. 우리도 알아. 하지만, 목줄? 이건 절대 뺄 수 없어. 못 해. 네가 하라는 건 뭐든 할게. 하지만 그것만은 부탁하지 말아 줘. 이건 내가 긴 발에게 속해 있다는 표시야. 난 날 아껴 주는 긴 발의 소유고, 그에게 사랑받고 있어. 목줄은 중요해, 우리 모두에게...(213쪽)

 

이처럼 서로는 너무 다르다. 심지어 같은 엄마에게서 같은 날 태어났던 럭키와 벨라조차 서로 생각이 너무 다르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함께 돕고, 함께 부대끼는 가운데, 서로를 점차 이해하게 되고, 서로를 존중할 수 있게 된다.

 

아마도 작가는 개들의 이러한 모습들을 통해, 오늘 우리의 모습을 꼬집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우리 역시 고깃덩이 때문에 자유를 빼앗기고 살아가는 모습은 아닌지 말이다. 아울러 그 모습에서 문제를 발견하기보다는 도리어 그렇게 살아감이야말로 축복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울러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들을 이해하려기보다는 비난하고 멀리하려는 모습이 바로 오늘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를 말이다. 작가는 개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길 원한다. 혹 오늘 우린 여전히 수많은 목줄을 스스로 매고 있진 않은지. 여전히 목줄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전해주고 있는 소설이다. 다음 편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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