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X -상
김성종 지음 / 남도출판사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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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좋아하기에 제법 많은 작품들을 읽었지만, 정작 한국 추리소설은 등한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든다. 물론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도 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일본 작가들에 비해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자각에 한국추리 소설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김성종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 읽어보자 싶었다. 이렇게 찾은 작품 가운데 하나가 라인 X라는 작품이다. 상중하 세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번 손에 드니 세 권을 금세 읽게 된다.

 

이야기는 어느 미혼모가 재혼을 앞두고 자신들을 버리고 외국 건설 현장 근로자로 나간 아이 아빠를 찾으면서 시작된다. 경찰인 오빠를 통해 알게 된 남자의 주소로 찾아간 그곳에는 자신이 찾던 남자 대신 다른 사람이 그곳에 있다. 그것도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의 이름으로. 동명이인이었던 걸까? 아니다. 그 사람이 맞다. 하지만,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얼마 후 여인과 아이는 죽임을 당하게 된다. 참혹한 모습으로.

 

얼마 후 여인의 오빠 역시 고향에서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이 사건이 연쇄 살인 사건임을 안 형사들은 발칵 뒤집어진다. 과연 누가 어떤 이유로 이들을 죽인 것일까?

 

물론, 독자는 범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죽였는지 이유를 알고 있다. 소설 속 형사나 이를 취재한 기자들이 모를 뿐. 그리고 이 범인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도 독자들은 안다. 그럼에도 형사나 기자들이 범인과 그 뒤에 도사린 자들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스릴 있게 진행된다. 범인이 누구인지 왜 그런지 잘 알고 있음에도 소설의 긴박감이나 몰입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라인X는 킬러의 암호명, 이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교황. 대한민국을 방문한 교황을 죽이기 위한 소련이 세력들이 준동한다. 그리고 그들의 작전은 거의 성공 직전까지 가게 되지만, 소설의 주인공인 기자와 형사들의 활약으로 이 모든 것을 무효화시키게 된다. 이런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김성종 작가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이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시대적 배경이 이미 오래 전임에도 지금 읽어도 전혀 거리감이 없다. 오히려 공중전화와 같은 이제는 찾기 힘든 모습들이 등장하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 역시 있다.

 

이번에 김성종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보며 알게 된 놀라운 사실(물론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난 이번에 알고 입을 쩍 벌렸다.)은 바로 대하소설 여명의 눈동자가 작가의 작품이었다는 사실. 아무래도 당분간 김성종 작가의 작품을 여럿 찾아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일단 구입해 놓은 작품들을 읽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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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준 PD·이민 작가의 제주도 랩소디 - 아름다움과 맛에 인문학이 더해진 PD와 화가의 제주도 콜라보
송일준 지음, 이민 그림 / 스타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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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 수첩>으로 잘 알려진 송일준 피디의 송일준의 나주수첩(2)을 재미나게 읽고 그 전작인 송일준 PD 제주도 한 달 살기가 궁금했습니다. 그러던 차 송일준 PD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조금 더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새롭게 정리한 제주도 랩소디란 책을 만났습니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전작에서의 개인적인 내용들을 대폭 줄이고, 장황한 설명들도 정리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이민 화가의 제주 풍경을 그린 그림들이 잔뜩 실려 있어,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의 제주 풍경, 제주의 느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제일 많은 휴가지로 선택했던 곳이 제주도입니다. 큰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는 아마도 거의 매해마다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던 기억입니다. 해마다 주제를 정해 주제에 맞는 여행지를 선택해서 다녀왔던 기억도 있습니다. 아이가 좋아할 관광지를 다녀오기도 했지만, 어느 한 해에는 평화라는 주제로 제주 곳곳을 둘러봤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렇게 4.3의 상처도 봤고, 일제강점기 아래 억압당했던 아픔과 항일의 흔적들을 살피기도 했고, 고려시대 항몽의 흔적들도 더듬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자 역시 제주의 역사적 아픔에 대한 이야기들을 곳곳에서 들려줍니다.

 

이 책 제주도 랩소디는 여행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책은 아닙니다. 제주에서 한 달 살며 다닌 곳들을 소개하며 그곳에서 느꼈던 점, 그리고 그곳에 담긴 인문학적 내용들을 간략하게 소개해줍니다. 책을 읽으며 가봤던 장소들을 다시 떠올리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또한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꿈을 꾸는 행복도 있고요.

 

저자의 말처럼 다리만 떨리게 될 날은 어쩌면 너무 금세 다가 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떠날 수 있을 때, 또는 떠날 마음이 자리했을 때, 떠나는 과감함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을 읽으니 어쩔 수 없이 제주 여행이 가슴에서 꿈틀거립니다. 다가오는 겨울 방학에는 아이들과 함께 제주 여행을 다녀와야겠습니다. 저자의 조언처럼 지질학에 대한 선행공부와 함께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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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시스터 15 벽장 속의 도서관 20
시에나 머서 지음, 김시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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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자신은 형제자매가 없이 혼자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쌍둥이 자매가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우연히 전학 간 학교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쌍둥이를 만난다면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느 날 전학 온 아이가 자신의 쌍둥이 자매라면 어떨까요? 그런데, 같은 것 같으면서도 본질부터 전혀 다른 존재라면 어떨까요? 뱀파이어 시스터는 바로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쌍둥이 자매에게는 또 하나의 감춰진 비밀이 있답니다. 둘 중 하나는 뱀파이어이고 또 한 쪽은 토끼(소설 속에서 뱀파이어가 인간을 부르는 말입니다.)랍니다.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만나 이젠 서로에게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된 쌍둥이 자매 아이비와 올리비아, 이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벌써 15번째 책으로 찾아왔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밤의 규칙입니다.

 

영화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올리비아는 자신의 가족들에게 뭔가 이상한 점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친 아빠의 재혼으로 인해 새 엄마가 된 릴리안이 어쩐지 예전과 다릅니다. 뭔가 얼이 빠져 있는 것만 같은 모습, 그리고 일상탈출을 꿈꾸는 것만 같은 모습, 프랭클린 그로브에서의 새 엄마는 남들 모를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혹 부모님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아이비에게도 걱정이 생겼습니다. 남자친구 브렌던에게 뭔가 비밀이 생긴 것만 같습니다. 남몰래 전화통화를 하고 뱀파이어의 청력 때문에 듣게 된 것은 어떤 여자아이와의 통화인 것 같은데, 자꾸 그러면 안 된다고, 들켜선 안 된다고, 식의 말들을 합니다. 정말 브렌던에게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긴 걸까요?

 

이번엔 이렇게 두 가지 문제가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과연 이들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새 엄마 릴리안은 무엇 때문에 고민하는 걸까요? 그리고 브렌던은 또 어떤 비밀을 여자친구 아이비에게 감추고 있는 걸까요?

 

여기에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밤의 규칙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밤의 규칙은 뱀파이어들이 평범한 인간들과 섞여 살아가면서 뱀파이어 공동체 종족을 지키기 위해 만든 규칙들입니다. 그렇기에 이 밤의 규칙은 전 세계 뱀파이어들이 존중하며 지켜내야만 합니다. 이는 어쩌면 생존을 위한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규칙들 가운데에는 이젠 시대적 한계를 품고 있는 것들도 없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수정해야만 할 내용들이 있답니다. 그럼에도 이것들이 그저 전통적 규범이란 틀 안에서 고집된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게 마련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욱 용납되지 않고요. 이처럼 시대에 맞게 새 옷을 입어야 할 밤의 규칙을 생각하게 한답니다. 이는 오늘 우리 사회 역시 마찬가지겠죠.

 

이번 이야기 역시 재미납니다. 두 비밀, 두 가지 문제가 풀어지는 과정에서 통쾌함과 시원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가족이란 얼마나 끈끈한 공동체인지도 생각하게 되고요. 이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며 또 다시 기다려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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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무녀 봄 : 청동방울편
레이먼드 조 지음, 김준호 그림 / 안타레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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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레이먼드 조가 미스터리 소설 마지막 소년으로 제4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음을 알고 있었지만, 아직 소설을 읽어보진 못했다(솔직히 말하면 책은 얌전히 책꽂이 어딘가에 꽂혀 주인이 책장을 펼치기만 기다리고 있다.). 작가의 또 다른 소설이 나와 읽게 되었다. 이번엔 미스터리 오컬트 장편소설이다. 소녀무녀 봄이란 제목의 소설로 청동방울 편이다(모르긴 해도 적어도 3권까지는 나오지 않을까 싶다.).

 

소녀무녀 봄은 학원물 추리소설이다. 종문중학교 3학년인 소희는 탐정이 되는 것이 꿈인 소녀다. 그래서 텃밭부 동아리로 위장한 탐정단을 이끈다. 물론 단원은 왓슨을 자처하는 예하란 친구 한 사람뿐이다. 사실 소희도 예하도 학교에서 아무도 함께 하지 않는 왕따다. 어쩌면 왕따인 소녀 둘이 절친이 되어 탐정단을 꾸려가는 것은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두 소녀 앞에 운명처럼 또 한 소녀가 나타난다. 내놓으라 하는 유명 정계인사들조차 뻔질나게 찾아와 도움을 구하는 신기 충만한 소녀 무녀 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복을 입고 찾아와 3학년에 전학(복학? 재입학?) 온 소녀. 신기 충만한 소녀와 똘기 충만한 소녀들의 만남, 과연 이 만남은 어떤 힘을 만들어낼까?

 

그들은 어느 순간 한 무리가 되어 사건을 쫓는다. 바로 학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물론 봄이 찾는 것은 사건이 아닌 학교에 숨겨져 있다는 천부인 중 하나를 찾는 일이지만 말이다. 봄은 학교에서 청동방울을 찾는 일에 이 탐정단을 사용하며, 그들 간에 묘한 우정이 생기게 된다. 또한 봄은 청동방울을 찾기에 앞서 사랑을 찾았다. 그 사랑은 누구일까?

 

이 소녀들의 활약에 더하여 소설은 밤만 되면 귀신을 보는 형사, 그리고 학원괴담으로 내려오는 일기장의 존재(둘이 함께 일기장을 펼쳐 주문을 외우면 둘의 영혼이 바뀐다는 일기장이다.), 여기에 10년마다 벌어진 음독자살 사건(그 피해자들은 모두 종문중학교 졸업생들일뿐더러 모두 졸업 후에도 학교에 이런저런 모습으로 출입하던 사람들이다.), 학교에 비밀리에 존재한다는 사조직의 존재, 이런 소재들이 촘촌하게 하나로 엮여 재미난 추리소설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과연 학원 괴담은 진짜일까? 그리고 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탐정단이 이 사건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최고 탐정이 되길 꿈꾸는 소희는 오컬트 호러는 탐정과는 별개의 분야라고 여긴다. 그리고 오컬트 호러를 터부시하며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그의 친구가 되는 봄은 이미 그 분야에 깊숙이 들어가 살고 있는 존재가 아닌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소희는 오컬트 호러를 받아들이는 순간 그의 추리는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들 소녀들의 활약이 재미나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대부분 상처 하나쯤 숨기고 살아가고 있다. 상처 입은 영혼들이 함께 하며 활약하는 과정이 더욱 신난다. 소설은 때론 으스스한 즐거움, 오싹한 즐거움이 있다. 여기에 각자 감춰진 상처를 알게 되며 먹먹함도 있다. 그렇다고 무겁진 않다. 때론 가벼운 유쾌함이 소설 곳곳에서 펼쳐진다. 아무튼 재미나다.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아무래도 작가의 전작 마지막 소년을 꺼내 읽어봐야겠다. 그런데, 어디에 꽂아 뒀는지 눈에 띄지 않는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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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이금이 중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주성희 그림 / 밤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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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무는 사촌 수아가 도시에서 이사 와 전학 오는 첫날 너무 설렙니다. 얼굴도 예쁜 수아, 도시에서 살던 수아가 자신의 사촌이란 것을 친구들에게 알게 되면서 부러워할 순간을 떠올리며 너무 기대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그런 모든 기대가 와르르 무너져 버렸답니다. 가끔 명절 때나 만날 때엔 몰랐는데, 함께 학교를 다니다보니 수아는 완전 고집불통이랍니다.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입니다. 심지어 선생님의 말씀도 듣지 않습니다. 수업시간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 한답니다. 사실 수아는 평범한 아이들과 너무 달랐습니다.

 

이런 수아로 인해 영무는 창피합니다. 게다가 사촌이기에 수아를 돌보는 모든 일이 영무에게 맡겨집니다. 그래서 남모를 고민을 겪게 된답니다. 괜스레 심술이 나서 수아를 괴롭히기도 했답니다. 친구들이 수아를 흉볼 때는 더욱 화가 나고 말입니다.

 

이렇게 수아를 향한 영무의 마음이 부정적으로 표출될 때마다 조마조마합니다. 이런 긴장상태가 싫지만 바로 그런 긴장상태야말로 동화를 더욱 맛깔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긴장상태만 있다면 안 되겠죠. 수아의 감춰진 재능이 드러나게 되고, 수아의 맑은 영혼에 주변사람들 모두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그 맑음이 물들어갑니다. 이런 과정을 살피는 것도 재미나며 때론 먹먹한 감동을 줍니다.

 

동화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는 장애를 가진 수아를 향한 시선이 몰이해와 차별에서 이해로 전환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장애가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야기를 통해 들려줍니다. 더 나아가 그런 수아의 있는 그대로의 존재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빛을 전해주고 있음도 깨닫게 해줍니다. 그래서 참 따스한 동화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차별의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장애우들을 향한 이해와 포용의 마음을 선물한다는 점이야말로 이 동화의 힘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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