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코너스톤 세계문학 컬렉션 1
조지 오웰 지음, 이수정 옮김, 박경서 해설 / 코너스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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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대략 20여 년만인 것 같다. 당시에는 형의 방 책꽂이에 꽂혀있던 『1984』와 함께 한 권으로 출간된 책을 읽었던 기억인데, 금번 코너스톤 출판사에서 새롭게 번역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새롭게 시작되는 <코너스톤 세계문학 컬렉션>의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 ‘장원농장’의 동물들은 모두 한 곳으로 모여든다. 이곳에서 다른 동물들에게 존경받던 늙은 돼지 메이저 영감은 자신들의 삶이 이대로 괜찮은지 질문을 던진다. 생산하지는 않으면서 소비만 하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들에게 언제까지나 착취당하기만 해야 하는 지. 그러한 인간들을 향해 반기를 들 것을 선동한다. 이렇게 동물들을 선동하고 죽은 메이저 영감의 영향으로 이제 동물들은 자각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한 목소리가 되어야 함을 알고, 한 목소리를 내게 되고, 결국 ‘장원농장’을 동물들의 세상으로 만들게 된다. 이제 이름도 ‘동물농장’으로 바뀌고 말이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뒤집어진 세상, ‘동물농장’은 게속하여 안녕할 수 있을까?

 

정치적 풍자가 가득한 『동물농장』을 통해, 작가 조지 오웰은 먼저, 사회주의 혁명이 요구될 수밖에 없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리네 삶은 비참하고 고달프고 짧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 목숨을 겨우 유지할 만큼의 먹이만 받아먹고, 일을 할 수 있는 동물은 마지막 순간까지 혹사당하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바로 끔찍하고 잔인하게 도살을 당하지요. 영국에서 태어난 그 어떤 동물도 나이 한 살을 먹고 나면 행복이나 여가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오. 어느 동물도 영국에서는 자유가 없는 게지요. 비참한 노예의 삶, 이것이 바로 우리네 삶이잖소. 이것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란 말이오.(13쪽)

 

이러한 사회주의 혁명의 요구로 인해 동물들(인민들)은 봉기한다. 그리고 세상은 바뀐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모든 인간들이 자신이 누릴 마땅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비록 쉽지 않은 이상향에 불과하다 할 수 있겠지만,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뛰어노는 세상을 우린 지향해야 한다.

 

하지만, 소설이 진짜로 보여주고자 하는 풍자는 그 혁명의 정신이 얼마나 쉽게 변질되고, 그 이상향이 쉽게 깨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혁명에 성공을 하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였다고 하는데, 실제 동물들의 삶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아니, 도리어 점점 더 힘겨워질 뿐이다. 동물들을 이끌어가는 자들이 혁명의 참 이상을 버리고, 그저 자신들의 탐욕만을 채워나가기 때문이다.

 

클로버가 생각한 미래의 그림이 있다면 그것은 굶주림과 회초리에서 벗어나고 모든 동물이 평등하며 모두가 자기 능력에 따라 일하는 사회, 예컨대 메이지 영감의 연설이 있던 그날 밤, 자신이 앞다리로 새끼 오리들을 보호해주었듯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주는 그런 사회였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콜로버가 바라던 미래 대신 찾아온 것은 누구도 자기의 생각을 감히 드러내어 말하지 못하고, 사나운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농장 여기저기를 휩쓸고 돌아다니고, 동무들이 충격적인 죄를 자백한 다음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겨 죽은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그러한 사회였다.(97-8쪽)

 

혁명은 변질되었다. 혁명의 성공은 또 다른 탐욕스러운 돼지들의 잔치를 양산했을 뿐이다. 그 전에 동물들을 착취했던 인간의 자리에 돼지들이 앉았을 뿐이다.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이 확실했다. 밖에서 지켜보던 동물들은 돼지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서 인간으로 번갈아 고개를 돌리며 쳐다보았다. 하지만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이미 구별할 수 없었다.(151쪽)

 

『동물농장』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제도나 사상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제도나 사상을 운용하고 적용하는 사람이다. 그 시스템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어떤 인격, 어떤 마음, 어떤 시선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아무리 좋은 사상도 누군가를 착취하는 수단으로 변질할 수 있으며, 아무리 좋은 제도 역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결국 사람이 문제다. 이 시대의 안녕은 사람에 달려 있다. 『동물농장』은 결국 탐욕 앞에 무릎 꿇고 변질하는 혁명, 실패한 혁명을 보여줌으로 아무리 좋은 이상향이라 할지라도 그 안의 ‘사람’이 중요함을 깨닫게 해준다. 오늘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참 ‘안녕’을 추구하는 ‘좋은’ 사람들일 수 있길 소망해본다.

 

우리 모두의 ‘안녕’은 좋은 제도와 좋은 여건들의 마련도 필요하지만, 실상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좋아야 하니 말이다.

 

역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두고두고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언제나 저렴한 가격으로 독자들에게 좋은 책을 선사하는 코너스톤의 『동물농장』으로 고전의 가치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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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꼬리 어딨지?
마이클 그레니엣 글.그림, 최용환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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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행복한 개구리 하하하는 오늘은 행복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다들 꼬리를 가지고 있는데, 자신만 꼬리가 없거든요. 꼬리를 갖고 싶은 하하하는 이제 꼬리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과연 하하하는 꼬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처음 이 그림책을 읽고, 솔직히 이게 뭐야? 했답니다.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걸까? 싶었어요(사실 많은 어린이 그림책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 지 잘 모를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책은 무엇보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른들은 자꾸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접근을 하며, 여기에만 익숙해지게 마련이죠. 그래서 이 이야기 속에서의 하하하의 모습을 보며 어리석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저도 그랬거든요. 왜냐하면, 개구리가 꼬리를 갖으려 한다는 것은 다시 올챙이 시절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이를 퇴보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퇴보가 아니잖아요. 오늘 우리가 어른임에도 여전히 동심을 갈망하며,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잖아요. 그래서 아~ 이 그림책은 작가의 의도가 어디에 있던, 나에게 이런 울림으로 다가왔어요.

 

우리 아이들은 놀이를 할 때, 이리저리 재보지 않고 그저 마음 따라 행동하죠. 어른들이 볼 때는 ‘왜 저러는지 몰라’ 싶을지라도, 아이들에게 있어서 그 순간은 논리를 생각하는 시간이 아닌 행복을 찾는 시간이잖아요. 이런 마음으로 하하하를 바라보니, 하하하의 꼬리를 찾는 이야기는 결국 동심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느껴지네요.

 

하지만, 아무도 하하하에게 꼬리를 주지 않는답니다. 아니 줄 수 없죠. 왜냐하면 그 꼬리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것이거든요. 설령 하하하에게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자신만의 꼬리니까요. 게다가 떼어 줄 수 있다 할지언정, 하하하에게 맞지도 않을 거예요. 그러니, 어쩌면 이 그림책은 자신만의 뭔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아닐까요?

 

이야기의 마지막에 하하하는 도마뱀의 끊어진 꼬리를 침을 발라 붙인답니다. 그리곤 마냥 행복해하죠. 이제 자신에게 필요 없는 끊어진 꼬리를 하하하에게 양보하는 도마뱀도 멋지지만, 그 꼬리를 침으로 붙이는 모습도 참 재미나네요. 어린 시절, 아카시아 가시나 장미 가시를 떼어내 콧잔등에 붙이고 좋아하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어찌 되었든 하하하가 다시 행복할 수 있어 다행이네요. 우리도 날마다 자신만의 꼬리를 찾아 붙여 봐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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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반장의 탄생 어린이 나무생각 문학숲 5
조경희 지음, 김다정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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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서는 이제 4학년이 되었답니다. 새학기 첫날 담임선생님이 누굴까 기대하던 4학년 친구들은 절망에 빠져버렸답니다. 웬 새로운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 되었는데,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산적 같은 선생님이 되었거든요. 최강철 선생님이라는데, 아이들은 산적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최강철 선생님이 수염을 기르는 이유는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찍은 대통령이 공약한 것들을 모두 실천하기 전까지는 수염을 깎지 않겠다는 의미랍니다).

 

그 산적 선생님이 반장 선거를 하겠다고 하며, 후보자는 후보 등록을 하라고 합니다. 여태껏 그렇게 정식으로 반장 선거를 한 적은 없는데 말입니다. 이에 항상 1학기 반장을 하던 병만이 혼자 후보로 등록을 합니다. 과연 병만이는 무사히 반장을 할 수 있을까요?

 

『김반장의 탄생』이란 제목의 재미난 이 동화는 투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네요. 아이들의 반장선거를 보여주는데, 아이들은 정말 어른들의 거울이란 말이 맞나 봐요.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들을 아이들이 반장 선거를 치르며 모두 보여주고 있거든요.

 

<대박 맛있는 짬뽕> 집 손자인 병만은 반장 후보로서 공약도, 연설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습니다. 그저, 친구들에게 짬뽕을 먹이기만 하면 되거든요. 게다가 후보도 혼자니, 짬뽕을 맛나게 얻어먹은 친구들이 자신을 찍어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예년 반장선거에 비해 짬뽕을 더 많이 얻어먹은 친구들은 왠지 찜찜해 하고 있거든요. 병만에겐 미안하지만, 참 다행스럽게도 짬뽕으로 반장이 되고자 한 병만에게 친구들은 반대표를 던지네요.

 

이렇게 해서 다시 시작된 반장 투표에서는 드디어 여자 후보다 나옵니다. 규리라는 친구인데, 규리를 중심으로 여자아이들은 똘똘 뭉치네요. 그런데, 남자아이들은 큰 일 났네요. 병만이가 또 나왔고, 준서도 나왔거든요. 남자 아이들은 준서를 밀었거요. 그래봐야 표가 갈리니 어떻게 하면 좋죠? 남자 후보 단일화를 외치기도 하네요.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네요. 그런데, 그저 같은 남자란 이유만으로, 또 같은 여자란 이유만으로 후보자를 지지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네요. 마치 우리 어른들의 선거에 여전히 알음의 법칙이 우선되는 것처럼 말이죠.

 

4학년 아이들의 두 번째 입후보와 선거운동 가운데서도 여전히 온갖 부정적 모습이 가득합니다. 규리는 가짜 생일파티를 열어 반 친구들을 모두 초대하기도 하네요. 병만은 여학생들의 표를 얻기 위해 가짜 애정공세를 펼치기도 하고요. 공약이 있어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에는 모두 실천할 수도 없는 공약들을 남발하기도 한답니다. 상대 후보를 향한 유언비어를 퍼뜨리기도 하고요.

 

이처럼 동화는 학급 반장을 뽑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전개하며, 아이들로 하여금 어떤 선거가 바람직한 선거인지를 자연스레 생각해보게 한답니다. 아울러 아이들이 어른들의 못된 모습들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음도 반성해보게 되네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더 바람직한 모습으로 옷깃을 여며야 하지 않을까요?

 

아울러 이 책을 읽고 자란 아이들이 이 나라의 일꾼들을 뽑을 때엔 모두가 멋진 모습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면 좋겠네요. 정정당당한 경쟁과 진짜 일꾼, 인격적으로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능력으로 잘 이끌어갈 리더들을 뽑을 수 있는 분별력을 가진 어른들로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게 되길 소망해 봅니다. 아이들로 하여금 선거에 대해 바르게 접근하게 하면서도 재미까지 있는 참 좋은 동화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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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아이 바다로 간 달팽이 16
김미승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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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닮은 여자 아이 고례. 사내아이들보다 훨씬 큰 몸집과 엄청난 힘을 가진 고례는 태어날 때부터 괴기스러울 만큼 컸다. 그랬기에 불길한 징조 가운데 하나로 이해되어졌고, 결국 관아에서 사람이 나와 이 아이를 본 후엔 13살이 되면 궁궐 액막이로 보내야 함을 통보받은 아이.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긴 커녕, 아이들의 멸시와 조롱의 놀잇감이 되어야 했던 아이. 아버지의 사랑 가운데 자라기보다는 큰 덩치와 힘으로 인해 그저 노동력으로 취급받아야만 했던 아이.

 

이 아이, ‘고례’는 어느 날 한 도령이 물에 빠진 것을 보고 구해주게 된다. 이 도령은 바로 뒤처진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선 개화를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던 도련님이었다(물론 소설 속에서는 김옥윤으로 등장하지만, 갑신정변의 주동자인 김옥균을 가리킨다). 고례는 난생 처음 자신을 그저 하나의 사람으로 바라봐준 이 젊은 도령에게 자신의 액막이로서의 운명을 막아 달라 부탁하기 위해 도령이 산다는 한양 북촌을 향해 길을 떠나게 되는데. 과연 ‘고례’앞에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소설 『세상에 없는 아이』는 13세에 6척 장신인 거구의 소녀, ‘고례’가 자신을 향한 세상의 편견을 딛고 세상을 향해 용기 내어 발을 띄게 되는 이야기이다. 물론 여전히 힘겨운 순간들이 있고, 세상의 편견의 시선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세상을 향해 나아감으로 전설의 고대수라 불리게 된 고례. 고례는 갑신정변에 가담한 유일한 여성 혁명가인 궁녀 고대수를 소설 속에 투영한 인물이다.

 

작가는 갑신정변에 얽힌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갑신정변이란 역사적 사건에 대한 평가를 목적하기보다는 ‘고례’의 용기 있는 도전을 이야기한다. 세상의 편견과 남들과 다른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용기 내어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세상을 꿈꾸며 나아간 고례의 그 용기를 오늘 우리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다르게 생긴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151쪽)”라고 말이다.

 

또한 청나라 상인들의 마차에 치어 죽은 덕이, 그 사건을 대하는 양반 민대감의 반응을 통해, 개화건, 쇄국이건, 중도건 간에 진정한 정치의 기본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게 한다.

 

고례는 민 대감 댁 솟을대문을 뚫어져라 쏘아 보았다. 이건 아니었다. 뭔가 잘못 되었다. 나랏일을 하는 양반이 제 나라 죄 없는 백성에겐 곤장을 치면서 죄 지은 남의 나라 사람을 비호하다니. 아, 이런 세상은 싫다.(104쪽)

 

오늘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를 돌아보게 된다. 덕이와 같은 희생자를 여전히 만들고 있는 세상은 아닌지. 우리가 만들어 가는 세상이 이제는 더 이상 결코, ‘아, 이런 세상은 싫다.’라는 고백을 끌어내지 않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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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 아파서 더 소중한 사랑 이야기
정도선.박진희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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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삶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면 우린 어떤 결정,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스피노자의 말처럼, 사과나무를 심을 수 있을까? 여기 자신들만의 사과나무를 심은 부부의 이야기가 있다.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의 저자는 부부다. 이들은 신혼 2개월째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아내의 허리가 아파 간 병원에서 척추종양이 발견 된 것. 그것도 직경 7cm나 되는 악성종양.

 

수술을 마친 후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에서 두 부부는 자신들만의 사과나무를 심기 위한 결정을 한다. 부부가 함께 그렸던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 이렇게 떠난 여행을 통해, 부부는 또 다른 삶의 열매를 거두게 되는데, 바로 그러한 여정을 써내려간 책이, 이 책,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이다.

 

이들 부부가 슬픔과 고통의 한 복판에서 선택한 여행은 때론 힘겨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 커다란 선물로 다가왔음을 책을 통해 발견하게 된다. 그 선물은 물론 사과는 아니지만, 어쩌면 사과보다 더 달콤하고, 맛난 선물이 아닌가 싶다. 그 선물은 뭘까?

 

그건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그 인연의 시간들이다. 람빵에서 만난 사케 아저씨, 그리고 체리를 따기 위해 캐나다까지 함께 한 좋은 사람들과 그 외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의 시간들이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이를 통해, 여행이란 문화유적을 통해 과거로의 여행을 할 수도 있고, 멋진 풍광을 통해 힐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큰 선물임을 알게 한다.

 

또한 이들은 여행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돌아볼 여유를 갖게 된다. 무엇보다 여행하는 가운데 불편함과 부족함의 경험을 통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았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아울러 행복을 찾아 떠난 여행을 통해, 이미 자신들이 행복을 누리고 있음도 발견하게 된다. 이 또한 여행이 주는 커다란 선물일 것이다.

 

아울러 두 부부는 여행을 통해, 자신이 원하던 삶을 살아갈 용기를 선물받기도 한다.

 

더 가지려 하지 않고 가진 것으로 아껴 쓰며 경쟁보단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사랑하는 삶을 사는 것. 이것이 내가 희망하던 삶이었다. 그리고 먼 땅의 조그만 동네에서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내게 이런 삶은 희망으로 꾸는 꿈일 뿐이었다. ... 그러나 이제 확신이 생겼다.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하는 삶에 대한 그림이 조금 더 완성되었다. 그리고 점점 더 용기가 생겼다.(224쪽)

 

이러한 용기 가운데는 버려야 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도 포함 될 것이다. 이들은 자꾸만 무거워져 가는 배낭의 무게로 인해 포기해야 할 것을 포기하고, 버려야 할 것을 버리는 용기를 배우게 된다. 아울러 이런 버림을 통해, 이들의 삶 속엔 멋진 그들만의 나무들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계속 비워내는 것, 어쩌면 이것이 이번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목적이 아닐까 생각했다. 배낭이 비워질수록 마음은 채워지는 것 같았다.(154쪽)

우리가 여행을 하는 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잘 했다 싶은 것은 하고 싶은 것을 했다는 것. 그리고 미련의 무게를 줄이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다.(288쪽)

 

여행을 통해 좋은 만남들을 갖게 되고, 여행의 힘겨운 순간순간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며, 짐을 줄여야 할 상황 앞에 포기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그리고 여행지에서 엿보는 타인의 삶의 모습을 통해 이제 내 삶 속에서 나 역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는 것. 이것이 이들 부부가 여행을 통해 얻은 맛난 사과열매일 것이다. 바라기는 이들이 심어가는 삶의 나무들이 책의 제목처럼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길 소망해본다.

 

이들 부부와 함께 책을 통해 여행한 독자들 역시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지금 여기에서의 행복을 자각하며, 또 다시 삶의 자리에서 부딪쳐 나갈 용기를 선물 받게 되며, 아울러 그 선물이 나의 것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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