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아이 바다로 간 달팽이 16
김미승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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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닮은 여자 아이 고례. 사내아이들보다 훨씬 큰 몸집과 엄청난 힘을 가진 고례는 태어날 때부터 괴기스러울 만큼 컸다. 그랬기에 불길한 징조 가운데 하나로 이해되어졌고, 결국 관아에서 사람이 나와 이 아이를 본 후엔 13살이 되면 궁궐 액막이로 보내야 함을 통보받은 아이.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긴 커녕, 아이들의 멸시와 조롱의 놀잇감이 되어야 했던 아이. 아버지의 사랑 가운데 자라기보다는 큰 덩치와 힘으로 인해 그저 노동력으로 취급받아야만 했던 아이.

 

이 아이, ‘고례’는 어느 날 한 도령이 물에 빠진 것을 보고 구해주게 된다. 이 도령은 바로 뒤처진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선 개화를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던 도련님이었다(물론 소설 속에서는 김옥윤으로 등장하지만, 갑신정변의 주동자인 김옥균을 가리킨다). 고례는 난생 처음 자신을 그저 하나의 사람으로 바라봐준 이 젊은 도령에게 자신의 액막이로서의 운명을 막아 달라 부탁하기 위해 도령이 산다는 한양 북촌을 향해 길을 떠나게 되는데. 과연 ‘고례’앞에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소설 『세상에 없는 아이』는 13세에 6척 장신인 거구의 소녀, ‘고례’가 자신을 향한 세상의 편견을 딛고 세상을 향해 용기 내어 발을 띄게 되는 이야기이다. 물론 여전히 힘겨운 순간들이 있고, 세상의 편견의 시선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세상을 향해 나아감으로 전설의 고대수라 불리게 된 고례. 고례는 갑신정변에 가담한 유일한 여성 혁명가인 궁녀 고대수를 소설 속에 투영한 인물이다.

 

작가는 갑신정변에 얽힌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갑신정변이란 역사적 사건에 대한 평가를 목적하기보다는 ‘고례’의 용기 있는 도전을 이야기한다. 세상의 편견과 남들과 다른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용기 내어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세상을 꿈꾸며 나아간 고례의 그 용기를 오늘 우리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다르게 생긴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151쪽)”라고 말이다.

 

또한 청나라 상인들의 마차에 치어 죽은 덕이, 그 사건을 대하는 양반 민대감의 반응을 통해, 개화건, 쇄국이건, 중도건 간에 진정한 정치의 기본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게 한다.

 

고례는 민 대감 댁 솟을대문을 뚫어져라 쏘아 보았다. 이건 아니었다. 뭔가 잘못 되었다. 나랏일을 하는 양반이 제 나라 죄 없는 백성에겐 곤장을 치면서 죄 지은 남의 나라 사람을 비호하다니. 아, 이런 세상은 싫다.(104쪽)

 

오늘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를 돌아보게 된다. 덕이와 같은 희생자를 여전히 만들고 있는 세상은 아닌지. 우리가 만들어 가는 세상이 이제는 더 이상 결코, ‘아, 이런 세상은 싫다.’라는 고백을 끌어내지 않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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