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별거냐 - 힘들고 지쳐도 웃어요
한창기 글.그림, 김동열 기획 / 강이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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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지만, 하루의 일과를 그림일기장에 그려냈다고 한다. 장장 10년이 넘도록. 그러면서 자타가 인정하는 만화계의 숨은 고수가 된다. 하지만, 그의 본업(?)은 인천공항 외곽 보안요원. 여기에 더하여 영종도 인천공항 북측 유수지 공원 내의 “세월낚시매점”의 바깥주인. 그럼, 이 가운데 그의 본업이 과연 무엇일까? 어쩌면 셋 다 본업이 아닐까.

 

아무튼 그런 저자의 10년이 넘는 그림일기 가운데 몇몇 작품들을 매점 벽과 천장에 붙여놓기 시작했는데, 이게 반응이 좋았다 한다. 그래서 몇몇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이제는 이렇게 단행본으로까지 나오게 되었다 한다. 이러한 그의 이력이 족히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싶다.

 

이 책은 저자의 그림일기이자, 짤막한 그림 에세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어쩌면 반복되는 내용들도 제법 되고, 어쩌면 별다르지 않은 내용, 우리가 자주 접할 그런 내용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림일기를 써나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를 꾸준하게 한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힘이 아닐까? 그렇기에 이 책은 힘이 있다.

 

뿐 아니라 그림을 향한 저가의 열정이 아름답다. 이분에 대해 찾아보니, 어릴 적 꿈이 화가였다고 한다. 미술학원 한 번 다녀보지 않았지만, 사생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상을 탈 정도로 재능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미술을 공부할 수 없었고, 고등학교 졸업 후 가출하여 용산극장을 찾아가 견습생을 자청했다고 한다. 영화간판 그림을 통해 그림을 배울 수 있겠다고 여겼던 것. 그런 그는 병역 후, 충무로 인쇄소에서 일을 하며 틈틈이 그림을 그렸고, 펑크 난 작가의 삽화원고를 그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인쇄소 일감이 줄어들면서 영종도 낚시 용품 장사를 하게 되었고, 결혼 후에는 본격적으로 그림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림에 대한 열정이 이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음을 생각할 때, 이러한 열정과 꾸준함이야말로 가장 큰 재능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은 쓱쓱 지나가며 읽을 그런 내용이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적어본다.

“삶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다. 우린 언제나 뭔가를 움켜쥐려 애쓰지만, 실상 행복은 내가 움켜쥔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내 곁에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이들이 있을 때, 그리고 그들과 함께 기쁨도 슬픔도 함께 볶아내며 살아가는 것에서 행복이 오는 것 아닐까? 뿐 아니라, 진정 날 사랑하는 이들, 진심으로 날 대하는 이들이 내 곁에 있을 때, 삶의 행복이 선물로 주어지는 것 아닐까?

이 그림도 한참을 보게 된 그림이다. 글귀도 얼마나 멋진가.

 

“늙는다는 것은 하늘과 통할 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분별력과 삶에 대한 애착이 깊어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분별력이 생겨야 할 텐데, 나이가 들수록 고집만 강해지는 것은 아닌지. 나이가 들수록 하늘과 통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하늘에 반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 그림도 참 멋지며, 저자의 인생을 함축하고 있는 그림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향내가 몸에 배듯이 은은하고 꾸준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내 삶의 향내는 무엇일까? 그리고 나의 하루하루의 삶의 여정이 어떤 향으로 내 삶에, 내 몸에 배어지고 있는가? 그 향이 부디 악취가 아니길 소망해본다.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좋은 향이 내 인생에 배이게 되길 노력해 본다.

이 그림처럼, 저자도, 그리고 독자들도 우리 모두 얼굴이 찢어질 정도로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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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편지
이중섭 지음, 양억관 옮김 / 현실문화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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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대표적 인물로 대향(大鄕) 이중섭을 꼽는데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천진난만하게 노는 아이들과 게, 그리고 물고기의 그림들, 그리고 황소 그림으로 유명하기에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은 분들이라 할지라도 이중섭의 그림 몇 점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오늘 우리들의 사랑을 받는 미술가인 이중섭. 하지만, 그의 실제 삶은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불행한 삶이기에 그의 작품과 인생이 오늘 우리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닐까?

 

적국인 조선과 일본 남녀간의 사랑, 그 국경을 넘는 사랑으로 아름다운 로맨스를 완성하는 듯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일본과 한국 이렇게 서로 떨어져 살아가며, 서로를 그리워하던 이중섭의 애끓는 마음을 잘 알 수 있는 책이 바로 『이중섭 편지』다. 제목 그대로 이중섭이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에게, 그리도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모은 서간집이다.

 

이 책, 『이중섭 편지』를 읽는 내내 마음이 아려온다. 그토록 절절하게 사랑함에도 함께 할 수 없는 그 안타까움에 책장을 덮기를 수차례 반복하게 된다. 불가에서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 다음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고통이라 한다. 일명, 애별리고(愛別離苦). 이중섭 그의 편지를 읽어가는 내내 바로 이 고통, 애별리고(愛別離苦)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러니 한 것은 그의 편지 내용은 온통 희망과 다짐, 그리고 장밋빛 미래를 향한 확신으로 가득 차있다는 점이다.

 

그의 삶은 희망보다는 절망과 좌절로 가득할 법하다. 믿었던 가까운 사람의 배신, 그로 인한 경제적 압박,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과의 이별 그리고 그리움. 무엇 하나 허투루 여길 수 없는 아픔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는 거듭 거듭 반복되며, 희망을 써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아마도 그림을 향한 열정과 가족사랑 때문이 아닐까 여겨진다. 여기 그의 편지 가운데 한 구절을 적어본다.

 

“돈은 편리한 것이긴 하나 ... 돈이 반드시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아요. 진정한 인간성의 일치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라오. 우리 부부는 가난 따위가 절대로 흔들어놓을 수 없는 굳건한 인간성을 바탕으로 맺어졌다오. 서로 뜨겁게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면 행복은 우리 네 가족의 것이라오. 안심, 안심, 안심해요. 가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 네 가족의 멋들어진 미래를 확신하고 ... 밝은 마음으로 살아가요. 진정으로 사랑하고 더욱 더 서로 사랑하여 하나로 녹아서 올바르게 힘차게 살아가요.”(64쪽)

 

거의 모든 편지들이 이러한 내용의 반복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가족을 향한 희망과 그림을 향한 열정을 품고 살아갔던 그였지만, 결국엔 서로 함께 하지 못하고 세상을 등져야만 했던 그의 일생을 생각하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가족, 비록 삶 가운데 힘겨운 순간들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마음껏 사랑할 가족이 곁에 있음이야말로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그 행복을 마음껏 누리고, 마음껏 사랑하자 다짐해본다.

 

『이중섭의 편지』들을 읽어가며, 또 한 가지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이중섭 그는 오늘날 흔히 말하는 쿨한 남자는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거듭해서 아내에게 3일에 한 번씩 편지를 꼭 할 것을 반복하는 모습은 어쩌면 오늘날 마치 멋진 남성상으로 여기는 쿨한 모습과는 사뭇 거리가 있는 집착남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사랑스럽다. 사랑은 쿨한 것이 아니기에. 쿨하다는 건 결코 긍정적 표현이 아니다. 상대에 대한 관심 없음의 또 다른 표현이니까. 아내를 향한, 두 아들을 향한 이중섭의 사랑을 보며, 오늘의 사랑의 풍속도 한번 반성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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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들을래
민지형 지음, 조예강 그림 / 이답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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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 가지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림, 이야기, 노래가 그것이다. 그림은 주로 두 마리 강아지들이 등장한다. 책 소개를 보면, 이 두 강아지의 이름은 포이푸와 레이몬이다. 이 예쁜 강아지들은 우리에게 같이 이야기를 듣자고 요청한다.

 

“나의 이야기를,

너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를

....

같이 들을래?”

 

그럼, 이들이 독자들과 같이 듣길 원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도합 15개의 이야기로 되어있다. 그리고 이들 각각의 이야기는 그와 연결되는 노래 가사들이 따르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노래와 연관 짓는다. 그래서 각각의 이야기들도 Track 1. Track 2. ... 이런 식으로 적어나가고 있다.

 

도합 15개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개별적인 이야기들이다. 4개의 이야기만은 각기 둘씩 연결되어지는 이야기다. 그러니, 전체적으로 13개의 개별적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들 이야기는 모두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에 대한 각기 다른 이야기들은 이 이야기는 바로 나의 이야기인데, 싶은 글들도 만나게 될 것이다. 접근들. 어떤 사랑은 달달하고, 어떤 사랑은 순수하고, 어떤 사랑은 안타까우며, 어떤 사랑은 슬프고 먹먹하다. 또 어떤 사랑은 첫사랑을 떠올리는 사랑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여러 사랑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는데, 가볍게 차 한 잔 마시며 가볍게 읽기에 적합한 글들이다.

 

대부분의 사랑 이야기들, 그들이 사랑이 예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이들의 사랑이 노련하거나 능숙한 사랑꾼들이라기보다는 조금 서툴고, 조금 답답하기도 하며, 조금 미숙하기에 더욱 정이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왠지 선수 같은 얄미움보다는 아마추어의 풋풋함이 느껴져서 좋다. 서툰 사랑이지만, 그렇기에 더 애틋하고 예쁜 사랑이야기들.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요즘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귀여운 강아지들과 같이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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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나의 서른 - 조금씩 채워져가는 나를 만날 시간
조선진 글.그림 / 북라이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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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림 에세이가 대세인가보다. 어쩌면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이 진득하게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게다가 이곳저곳에서 좋은 말들을 끌어 모으고, 그림으로 눈가림을 하는 경우 역시 없지 않은 것 같다. 뿐인가! 너무 비슷비슷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기도 한다.

 

이러한 부정적 부분이 없지 않음에도 나 역시 요 근래에만도 벌써 대여섯 권의 그림 에세이를 읽었나보다. 그러니 무작정 비판만 할 수는 없을 듯싶다. 그만큼 우리 독자들에게 공감함으로 다가가는 힘이 있다는 의미니 말이다. 게다가 어찌 해 아래 새것이 있겠는가. 나의 순수한 창작이라 말하는 것 역시 알고 보면 누군가의 생각이나 말에 영향을 받은 것일진대, 그저 읽고 그 안에 공감하는 내용들이 있다면 붙잡으면 그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이 책 『반짝반짝 나의 서른』에서는 어떤 내용이 내 마음을 울릴까? 우선, 나의 서른 살을 돌아보며, 그래, 그 땐 그랬었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나 역시 저자처럼 서른 살에 큰 의미를 두었었다. 마치 인생이 서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같은 느낌. 게다가 나의 경우 실제 서른 살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여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른의 전후는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 저자 역시 말하고 있듯, 서른 이후에도, 아니 마흔 이후에도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나를 정의하는 나이가 될 쉰 그리고 그 이후 역시 별 다를 것 없는 하루요, 별 다를 것 없는 매일의 삶이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매일 매일이 같은 별 볼 일 없는 시간들은 아닐 것이다. 별 다를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매일 매일의 삶은 우리에게는 여전히 행복의 순간이요 축복의 나날들임에 분명하다. 왜냐하면, 오늘의 시간은 언제나 나에게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저자가 말하듯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과정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다양한 경험과 추억, 소중한 순간들이 채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채워짐을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끊임없이, 호흡을 멈추게 되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자 다짐해 본다. 비록 어쩌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럴 때, 저자가 말하는 나만의 결을 언제나 눈으로 보게 되고, 혼으로 느끼게 되리라.

 

저자의 글 가운데 <골목길>이란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나는 지금 앞이 보이지 않는 구불구불한 골목을 걷는 중이다.

이 코너를 돌면 뭐가 있을지 몰라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설렘 가득한 골목길.

 

귀여운 고양이가 튀어나올 수도 있고,

정원이 근사한 작고 예쁜 집이 나올 수도 있다.

어쩌면 막다른 길이 나올 수도 있고

커브를 돌던 자전거와 충돌해 잠시 넘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두려움만큼의 설렘이 있으니

<골목길> 전문 (274쪽)

 

이 글이 마음에 와 닿았던 건, 마침 이 책을 읽기 전 문득 내 삶을 돌아보며, 내 인생이 마치 안개와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뿌옇게 낀 안개처럼, 앞이 확실히 보이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 안개 속에서 여전히 일상의 삶은 지속된다. 그리고 그 지속됨이 있을 때, 언젠가 안개는 걷히게 될 것이고, 처음과 다른 모습의 성숙한 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골목길>이란 글과 참 유사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 이제 이 책 제목처럼 더욱 반짝반짝 빛날 나의 내일, 나의 삶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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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적선 개도적선 2015-05-08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레임은 행복
 
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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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마음 뭉클하며 따스해지는 글을 읽었네요. 『그래도 괜찮은 하루』의 작가는 두 살 때 열병으로 청각을 잃었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좋아하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되죠. 물론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나름 성공을 거두게 되었답니다.

 

그런 그녀를 운명이 시샘한 걸까요? 이젠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시각을 잃어가는 중이랍니다. 앞으로 언제까지 더 보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죠. 청각에 더하여 시각마저 상실하게 된다면 이제는 무엇보다 작가가 좋아하며 잘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겠네요. 이런 절망의 끝에서 작가는 도리어 희망을 그려내고 있답니다. 자신 홀로 차가운 세상 한 복판에 내던져진 것과 같아 세상을 향해 원망의 사자후를 터트릴법한데, 도리어 세상을 향해 따스한 위로의 메시지를 잔잔하게 전해주고 있답니다.

 

그리곤 아직 시력이 남아 세상을 볼 수 있을 때에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답니다. 그 안에는 어쩌면 너무나도 소박한 꿈들도 있네요. 엄마에게 미역국 끓여드리기, 헤어진 친구 찾기, 소개팅 해보기, 운전면허증 따기, 살빼기, 봉숭아 물 들이기, 가족여행 가기 등 일견 너무나도 소박한 꿈들 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하찮고, 소박한 꿈일지 모르지만, 작가는 그것들을 이루어갈 생각에 설레며 행복해 한답니다.

 

어쩌면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나아질 시간보다는 더 나빠질 시간뿐일 상황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감사함으로 보내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뭉클하네요. 비록 청각에 이어, 시각을 잃게 된다 할지라도 자신에게는 촉각이 남아 있다 말하는 그 모습에는 왠지 내 가슴에 향기로운 바람이 한 가득 들어간 느낌이네요.

 

저 역시 허리디스크가 심해 몇 년 전부터 걸을 때 자연스럽지 않답니다. 어느 날 사무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데, 지나다니는 분들의 발걸음이 그날따라 자꾸 보이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걷는 그 걸음이 저분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을 텐데, 참 부럽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그리곤 저분들처럼 걷게 해달라는 기도를 한 적이 있답니다. 두발로 걸을 수 있음이 행복이라는 고백을 하며 말이죠. 물론 지금도 여전히 허리는 좋지 않고, 걸음은 부자연스럽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발로 걸어,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음이 행복이라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나에게 없는 것을 보기보다는 나에게 있는 것을 보며, 그 안에서 더 큰 행복을 찾고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작가의 말처럼, 아무리 힘겨워도 오늘 나에게 허락되는 또 하루의 시간은 “그래도 괜찮은 하루”이니 말이죠.

 

바라기는 작가에게 허락되는 빛의 시간이 오래 계속되길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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