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간만에 마음 뭉클하며 따스해지는 글을 읽었네요. 『그래도 괜찮은 하루』의 작가는 두 살 때 열병으로 청각을 잃었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좋아하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되죠. 물론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나름 성공을 거두게 되었답니다.

 

그런 그녀를 운명이 시샘한 걸까요? 이젠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시각을 잃어가는 중이랍니다. 앞으로 언제까지 더 보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죠. 청각에 더하여 시각마저 상실하게 된다면 이제는 무엇보다 작가가 좋아하며 잘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겠네요. 이런 절망의 끝에서 작가는 도리어 희망을 그려내고 있답니다. 자신 홀로 차가운 세상 한 복판에 내던져진 것과 같아 세상을 향해 원망의 사자후를 터트릴법한데, 도리어 세상을 향해 따스한 위로의 메시지를 잔잔하게 전해주고 있답니다.

 

그리곤 아직 시력이 남아 세상을 볼 수 있을 때에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답니다. 그 안에는 어쩌면 너무나도 소박한 꿈들도 있네요. 엄마에게 미역국 끓여드리기, 헤어진 친구 찾기, 소개팅 해보기, 운전면허증 따기, 살빼기, 봉숭아 물 들이기, 가족여행 가기 등 일견 너무나도 소박한 꿈들 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하찮고, 소박한 꿈일지 모르지만, 작가는 그것들을 이루어갈 생각에 설레며 행복해 한답니다.

 

어쩌면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나아질 시간보다는 더 나빠질 시간뿐일 상황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감사함으로 보내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뭉클하네요. 비록 청각에 이어, 시각을 잃게 된다 할지라도 자신에게는 촉각이 남아 있다 말하는 그 모습에는 왠지 내 가슴에 향기로운 바람이 한 가득 들어간 느낌이네요.

 

저 역시 허리디스크가 심해 몇 년 전부터 걸을 때 자연스럽지 않답니다. 어느 날 사무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데, 지나다니는 분들의 발걸음이 그날따라 자꾸 보이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걷는 그 걸음이 저분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을 텐데, 참 부럽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그리곤 저분들처럼 걷게 해달라는 기도를 한 적이 있답니다. 두발로 걸을 수 있음이 행복이라는 고백을 하며 말이죠. 물론 지금도 여전히 허리는 좋지 않고, 걸음은 부자연스럽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발로 걸어,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음이 행복이라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나에게 없는 것을 보기보다는 나에게 있는 것을 보며, 그 안에서 더 큰 행복을 찾고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작가의 말처럼, 아무리 힘겨워도 오늘 나에게 허락되는 또 하루의 시간은 “그래도 괜찮은 하루”이니 말이죠.

 

바라기는 작가에게 허락되는 빛의 시간이 오래 계속되길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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