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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나의 서른 - 조금씩 채워져가는 나를 만날 시간
조선진 글.그림 / 북라이프 / 2015년 4월
평점 :
요즘 그림 에세이가 대세인가보다. 어쩌면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이 진득하게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게다가 이곳저곳에서 좋은 말들을 끌어 모으고, 그림으로 눈가림을 하는 경우 역시 없지 않은 것 같다. 뿐인가! 너무 비슷비슷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기도 한다.
이러한 부정적 부분이 없지 않음에도 나 역시 요 근래에만도 벌써 대여섯 권의 그림 에세이를 읽었나보다. 그러니 무작정 비판만 할 수는 없을 듯싶다. 그만큼 우리 독자들에게 공감함으로 다가가는 힘이 있다는 의미니 말이다. 게다가 어찌 해 아래 새것이 있겠는가. 나의 순수한 창작이라 말하는 것 역시 알고 보면 누군가의 생각이나 말에 영향을 받은 것일진대, 그저 읽고 그 안에 공감하는 내용들이 있다면 붙잡으면 그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이 책 『반짝반짝 나의 서른』에서는 어떤 내용이 내 마음을 울릴까? 우선, 나의 서른 살을 돌아보며, 그래, 그 땐 그랬었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나 역시 저자처럼 서른 살에 큰 의미를 두었었다. 마치 인생이 서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같은 느낌. 게다가 나의 경우 실제 서른 살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여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른의 전후는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 저자 역시 말하고 있듯, 서른 이후에도, 아니 마흔 이후에도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나를 정의하는 나이가 될 쉰 그리고 그 이후 역시 별 다를 것 없는 하루요, 별 다를 것 없는 매일의 삶이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매일 매일이 같은 별 볼 일 없는 시간들은 아닐 것이다. 별 다를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매일 매일의 삶은 우리에게는 여전히 행복의 순간이요 축복의 나날들임에 분명하다. 왜냐하면, 오늘의 시간은 언제나 나에게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저자가 말하듯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과정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다양한 경험과 추억, 소중한 순간들이 채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채워짐을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끊임없이, 호흡을 멈추게 되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자 다짐해 본다. 비록 어쩌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럴 때, 저자가 말하는 나만의 결을 언제나 눈으로 보게 되고, 혼으로 느끼게 되리라.
저자의 글 가운데 <골목길>이란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나는 지금 앞이 보이지 않는 구불구불한 골목을 걷는 중이다.
이 코너를 돌면 뭐가 있을지 몰라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설렘 가득한 골목길.
귀여운 고양이가 튀어나올 수도 있고,
정원이 근사한 작고 예쁜 집이 나올 수도 있다.
어쩌면 막다른 길이 나올 수도 있고
커브를 돌던 자전거와 충돌해 잠시 넘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두려움만큼의 설렘이 있으니
<골목길> 전문 (274쪽)
이 글이 마음에 와 닿았던 건, 마침 이 책을 읽기 전 문득 내 삶을 돌아보며, 내 인생이 마치 안개와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뿌옇게 낀 안개처럼, 앞이 확실히 보이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 안개 속에서 여전히 일상의 삶은 지속된다. 그리고 그 지속됨이 있을 때, 언젠가 안개는 걷히게 될 것이고, 처음과 다른 모습의 성숙한 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골목길>이란 글과 참 유사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 이제 이 책 제목처럼 더욱 반짝반짝 빛날 나의 내일, 나의 삶을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