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태안 오늘은 시리즈
김미정.전현서 지음 / 얘기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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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반도는 잘 알려진 여행지다. 바로 그곳 태안반도에 대한 여행책자가 나왔다. 이 책, 『오늘은 태안』은 여행서적이다. 하지만,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는 책은 아니다. 태안 해변길 굽이굽이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작가가 그곳에서 품었던 생각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여행 에세이다. 그렇기에 여행지에 대한 정보 수집을 위해 읽기보다는 그곳에서 누린 감정, 행복한 느낌이 나의 것이 되길 바라며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 가운데 독자들은 작가가 전해주는 태안의 감춰진 비밀의 정원에 초대받게 된다. 물론, 그곳은 모두에게 알려진 곳들이다. 어떤 곳은 언제나 많은 이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의 글을 읽는 가운데, 왠지 태안반도에 가면 나만을 위해 준비된 공간이 기다릴 것만 같은 느낌을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작가의 능력이다. 작가는 바닷가의 여유로움, 어촌 마을의 한적함을 극대화하여 우리에게 전해준다. 물론,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어느 공간인들 치열한 삶이 왜 없겠나? 하지만, 작가는 그 삶의 치열함마저 여유로 치환하여 우리에게 들려준다. 아울러 어촌 마을에서 만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에 새겨진 주름은 결코 한적한 삶이 아닌, 굴곡진 삶의 흔적이다. 그럼에도 그 굴곡진 삶의 주름마저 괜스레 포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오늘은 태안』을 통해 작가가 오늘 우리에게 전해 주는 고마운 선물이 아닐까?

 

태안반도를 거닐며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풍광, 삶의 흔적, 사람 냄새 등 이 모든 것들은 작가의 손끝을 통해, 때론 한 편의 시가 되어 가슴을 적시기도 하고, 때론 반가운 이가 보낸 편지를 읽는 설레는 마음을 선물하기도 하며,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듣던 옛 이야기를 듣는 것 마냥 즐겁기도 하다.

 

이러한 작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이 책의 독자들은 설령 그곳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더라도, 그곳이 마치 고향과 같은 포근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제 책을 덮은 후, 꿈을 꾸게 된다. 태안의 호적하고 여유로운 여행이 나의 것이 되길.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괜스레 불편한 여행을 하고 싶다. 이젠 어딜 가도 직접 차를 끌고 운전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버렸지만, 학창시절 흔들리던 완행열차를 비록 입석으로 가면서도 행복하던 순간이 문득 그리워진다. 무더운 날씨에도 들뜬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리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조금은 귀찮고 불편하겠지만, 새로운 여행지에서 만날 행복한 시간들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리는 순간을 다시 누려보고 싶다(아마도 책장을 열며 시작되는 이야기가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이야기이기 때문일 듯. 책의 마지막 이야기 역시 기다림으로 끝난다).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잃어버린 이러한 불편함과 귀찮음이 허락하는 여행의 재미, 즐거움을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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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두근두근 2 - 대전.대구.광주.부산.제주 시장이 두근두근 2
이희준 지음 / 이야기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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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이란 단어는 왠지 두 가지 상반된 느낌을 갖게 한다. 첫째, 불편함과 지저분하다는 부정적 느낌과, 둘째, 추억의 공간이라는 긍정적 느낌이다. 어떤 이에게는 부정적 느낌이, 어떤 이에게는 긍정적 느낌이 더 강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책, 『시장이 두근두근2』를 쓴 저자에게는 당연히 긍정적 느낌이 더 강했던가보다.

 

그랬기에 왠지 추억을 품게 만드는 장소인 ‘전통시장’, 전국 1,372개의 전통시장 가운데 435개를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두 권의 책으로 출간된 책 가운데 2권인 이 책은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제주 지역의 전통시장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전통시장은 불편함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역사’다. 이 역사는 어쩌면 거창한 역사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의 삶,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이 오롯이 담겨져 있는 역사일 수 있다. 게다가 그곳 시장은 바로 우리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던 공간이 아닌가! 그렇기에 시장은 우리의 삶을 ‘살린’ 공간이며, 우리네 앞 세대의 생명을 이어준 공간이기도 하다.

 

저자는 말한다. 시장은 새로워서 사랑받는 공간이 아니라 오래되었기 때문에 사랑받는 곳이라고. 어쩌면, 오래되었기에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곳. 오랜 시간의 힘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곳. 뿐 아니라, 여전히 사람의 향기가 가득하고, 인심이 살아 있고, 풍성함이 남아 있는 공간. 반면, 또한 새로움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덧입혀져 있는 공간. 그 공간을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 함께 여행함이 즐겁다.

 

물론 여러 전통시장들은 생존의 몸부림 가운데 여전히 많은 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활기를 되찾은 공간들도 있지만, 반면 한때는 지역 경제의 중심이었을 이 공간들이 이제는 간신히 그 명맥만을 유지하며, 조만간 추억 속으로 사라질 운명 앞에 놓여 있기도 한 모습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저자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추억의 공간이 내일은 그 자리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애잔한 마음을 품게 한다. 어쩌면 쇠락의 길을 걷게 됨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겠다. 모든 업종이 그렇고, 지역 역시 시대에 따라 흥망성쇠의 길을 걸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 앞 세대 서민들의 삶, ‘살림살이’를 책임졌던 그 공간이 오랫동안 우리 곁에 남아 있길 소망해본다.

 

아울러 어쩌면 여전히 불편한 공간일 수 있겠지만, 그렇기에 도리어 그 안에서 추억 여행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음을 저자가 보여주고 있지 않나 여겨진다. 이제는 무조건 새롭고, 화려하고, 깔끔함의 옷으로 갈아입으려는 시도보다는 여전히 예스럽고, 불편하고, 시끌벅적 하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서 새로운 문화, 역사, 관광의 공간으로 옷을 입어본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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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8-0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지역에도 전통시장이 몇군데 남아있는데 어떤 시장들이 소개되었는지 궁금해지네요~ ^^

중동이 2015-08-10 11:55   좋아요 0 | URL
전통시장이 하나의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책이더라고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 TOP10 시리즈
앨리스 리 지음 / 홍익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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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여행서적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여행은 일탈의 시간이기 때문 아닐까? 하지만, 여기 일탈이 아닌 일상 안에서 일탈을 맛보여주는 책이 있다. 바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 10』이란 이 책이 그렇다. 작가는 이미 호주에서 10여년을 살아가는 호주사람(물론 태생은 한국 사람이지만 삶의 터전이 호주가 된)이다. 그러니, 호주사람이 전하는 호주이야기이니 어쩌면 일상의 모습들이 담길 수밖에 없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찌 여행이 일상일 수 있겠는가? 게다가 한 대륙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호주라는 커다란 땅덩어리에서 평생을 산들 어찌 그곳 모두가 자신의 일상이 될 수 있겠나? 그러니, 작가에게도 호주 여행은 일상 안의 일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탈 안에 일상이 담겨 있는 이유는 작가의 직업 때문이다. 작가는 여행회사를 운영한다. 그러니 여행이 작가에게는 일탈이면서 또한 업무요, 일상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다닌 호주 곳곳은 일탈이며 아울러 일상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런 부분이 이 책을 더욱 맛깔나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온전한 일탈에로의 한계로 다가오기도 한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는 10가지 테마로 우리에게 호주를 선물한다. 첫 번째 테마인 “1년만 안식년을 갖는다면”은 새로운 시작으로서의 호주를 말하고 있지 않나 싶다. 본인의 새로운 출발로서의 호주, 그리고 위로가 필요한 순간 위로를 얻었던 장소 퍼스, 호주의 수도로서 새롭게 시작된 캔버라 등을 전해주고 있다.

 

이 외에도 “내 인생의 명장면”은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곳들을,

“남태평양에서의 치유”는 바다의 풍광을,

“지상에서 가장 느긋한 저녁 식사”는 맛집 소개를(사실 맛집 자체보다는 호주에서 맛볼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호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은 아드레날린을 과다분출하게 하는 호주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익스트림 레포츠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로맨스”는 연인들이 달달함을 느끼며 여행하기 좋은 곳들을,

“지구의 남쪽을 걷다”란 이름으로 호주의 일상 속에서 맛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를,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바람을 만나다”란 이름으로 호주의 멋진 자연을,

“우리 모두 친구가 되는 법”에서는 호주 여행 속에서 사람이 전해주는 정을,

“오직 호주에서만 가능한 것들”에서는 호주에서 누릴 수 있는 축제 위주로 호주를 묶어서 전해주고 있다.

 

물론, 위의 분류는 칼로 무 자르듯 정확하게 나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작가가 소개하는 10개의 호주를 테마로 그 내용을 정해봤다. 혹 혹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내용을 말했다면 용서해주시길...

 

이 책에서 작가는 호주의 여행지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여행정보를 소개하는 책자는 아니다(여행정보를 전해주는 책자가 잘못이란 의미가 아니다. 여행정보를 전해주는 책자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여행지에 대한 역사나 문화유산, 그리고 구전되어지는 설화들을 소개하지도 않는다(사실, 난 개인적으로 이런 부류를 더 좋아한다. 이 책에서 애보리진의 문명, 문화에 대한 소개가 전무하기에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이건 극히 개인적인 나의 취향일 뿐이다). 작가 본인이 여행지를 다니며 느낀 감상이 위주라고 볼 수 있는 에세이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여행지에 대한 환상이나, 설렘을 갖는 것도 좋겠지만, 작가가 일탈과 일상이 혼재되어 있는 여행을 통한 단상 몇 개 붙잡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몇 구절을 소개해 본다.

 

작가는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를 여행하며, 이런 말을 한다.

“도시는 계획할 수 있지만, 삶을 계획할 수 없다. 다만 의지와 꿈이라는 청사진을 가지고 끊임없이 최선의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길 뿐, 완벽하게 짜인 미래는 없다.”(22쪽)

 

그렇다. 우리네 삶이란 것이 내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우린 나름대로의 계획, 그 청사진을 꿈꾸며, 오늘 하루하루의 삶 가운데 의지적 결단과 실천을 통해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 지나보면, 내가 그렸던 청사진과 비슷한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내가 그렸던 청사진과 전혀 다른 인생이었다 하지라도, 그렇게 아름답게 걸어간 걸음이라면 분명 아름다운 미래가 될 것이다. 계획에 없던 여행지에서 더 큰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 이런 단상도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누구나 감옥 안에 산다. 불행하게도 그 감옥을 대부분 스스로 옭아맨 자신만의 굴레이다.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해.’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건만 그렇게 스스로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하며 자신을 닦달한다. 그것은 어느 순간 내가 만든 나만의 감옥이 된다. 내가 만든 나의 감옥은 ‘분주함’이다.”(57쪽)

 

내가 만드는 나의 감옥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작가처럼, 분주함일 수도, 때론 내가 좇아가는 꿈일 수도 있다. 언제나 붙잡고 나아가는 사명이 때론 나를 힘겹게 옭아매는 감옥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때 잠시 일상을 뒤로 하고, 일탈을 꿈꾸며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그곳에서 만나는 타인의 일상이 나에겐 일탈의 커다란 행복을 선물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처럼 작가가 우리에게 선물하는 호주라는 공간으로의 여행, 비록 책을 통해서였지만, 신나고 재미나며 가슴 설레는 시간이었다. 이제 책을 덮으며, 책 표지의 글처럼, 나 역시 언젠가는 일생에 한 번은 남태평양으로 떠나길 꿈꿔보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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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 - KBS 김재원 아나운서가 히말라야에서 만난 삶의 민낯
김재원 지음 / 푸르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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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하면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가 생각난다. 생태분야의 고전격인 책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생각했던 책. 라다크는 척박한 땅이다. 한정된 자원과 닫힌 시스템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연스레 자리 잡은 일처다부제, 그리고 자족하는 삶. 풍족하지 않지만, 풍성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언제나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마치 고향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바로 그곳으로 떠난 여행기가 이 책, 『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이다. KBS 아나운서 김재원 아나운서가 프로그램 촬영차 참여한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숨쉬기 용이하지 않은 고지대, 그리고 그곳을 힘겹게 자전거로 달려야 하는 여정을 통해, 저자는 무엇보다 자신의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인생을 꿈꾼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이번 여정의 여행기만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사이사이에 자신의 지나온 인생 가운데 어쩌면 아픔으로 남아 있을 사건들을 되돌아본다. 어린 시절 경험한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엄마가 없는 아이로서의 상처, 신혼 초에 쓰러진 아버지, 그로 인한 급작스런 귀국과 병간호과정, 아버지의 죽음, 가까운 이로부터의 배신의 상처 등을 언급하며, 그 모든 상처를 힘겨운 여정과 함께 털어놓길 꿈꾸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울러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기에 라다크 여정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보기도 한다. 그런 내용들 가운데 몇을 생각해본다.

 

“길을 잃고 헤매는 길이 원래 가려던 길보다 더 좋은 길일 수 있다. 가지 않은 길은 환상과 예상으로 높은 점수를 주는 길이고, 내가 들어선 길은 경험과 느낌으로 현실적인 점수를 주는 길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보다 내가 간 길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리라. 인생도 마찬가지다.”(16-7쪽)

 

그렇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내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환상으로 내가 걷는 길이 주는 기쁨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자의 말처럼, 내가 간 길, 내가 가고 있는 길, 내가 장차 여전히 걷게 될 그 길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는 인생이 되면 좋겠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가운데 도전을 받은 부분이 있다. 유목민 가정을 방문하여 몇 날 같이 있으면서 그 집안의 젊은 아들, 새신랑인 목자 초겔리에게 저자는 양치는 목자로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지 묻는다. 이에 돌아온 대답은,

 

“한 마리, 한 마리 바라보는 거요. 4백 마리가 넘지만 하루에 한 번이라도 꼭 모두에게 눈길을 주려고 해요. 바라봐야 아픈 것도 알고, 젖 짤 때도 알고, 새끼 밴 것도 알고 그렇거든요.”(193쪽)

 

난 과연 내가 돌봐야 할 이들을 이렇게 대하였던가? 과연 하루 한 번이라도 그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평안을 빌었던가? 부끄러움이 앞선다. 라다크 촌부의 고백이야말로 얼마나 멋진 고백인가? 그리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그 모습이 앞으로도 내 삶의 도전이 되길 소망해본다.

 

아울러 소유한 것이 적고, 우리처럼 편리한 삶을 살지 못하는 그네들이 언제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 역시 도전이 된다.

 

“이들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그 행복은 그러면 나의 행복과 비교가 가능한 것일까? 누가 더 행복하다는 말은 어떤 기준으로 할 수 있는 것일까? ... 머릿속에 행복 전구가 켜지는 순간은 다 다르다는데, ... 이들은 어떤 스위치로 행복 전구를 켤까? (이들의) 표정만큼은 행복 전구가 1백 개쯤 들어온 것 같았다. 나는 지금 겨우 한 개가 들어와 있는데 말이다.”(187쪽)

 

오늘 내가 가진 것으로 행복을 찾는다면, 그 행복은 언제나 내 곁에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소유는 만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이 초점을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둔다면, 내 사랑하는 부모님들, 내 사랑하는 아내, 사랑하는 딸과 아들, 그리고 언제나 날 위해 기도해주는 수많은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한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 무엇일까? 내 삶 속에 오늘도 행복 전구가 수없이 반짝이길 바란다.

 

아울러 내가 걷은 인생길에 우리 넘어질 순간들이 종종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다시 일어서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넘어진 자리에 머물지만 않아도 인생은 앞으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쓰러진 자리에서 그대로 남아 있거나 아프다고 되돌아간다면 여행의 종착역은 멀어진다.”(300쪽)

 

그렇다. 넘어질 수 있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머물지 말자.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자. 그럴 때, 내가 걷는 이 인생 여행길이 행복한 여행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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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택리지 - 강제윤의 남도 섬 여행기
강제윤 지음 / 호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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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영조시대 지리서인 이중환의 『택리지』에세 제목을 따온 본서 『섬 택리지』는 작가 강제윤의 남도 섬 여행기다. 남도 섬 여행기라고 해서, 남도의 섬들을 두루두루 살폈다기보다는 전남 신안군에 속한 섬들로 그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천사섬 신안”이라 말하는 곳. 1004개의 섬들이 있다고 해서 천사가 빚은 천사섬, 섬들의 고향이라는 신안. 바로 그곳의 섬들을 작가는 여행하며 그곳에서 만난 풍경, 사람, 삶을 이야기한다.

 

섬은 외롭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요즘은 연륙교가 놓인 곳들도 많아 이젠 더 이상 섬이 아닌 육지가 된 곳도 적지 않다. 이 책에서도 소개하는 증도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연륙교 계획이 없는 섬들도 많다. 그래서 어쩌면 같은 섬사람이면서도 상대적 박탈감에 힘겨울 사람들이 왜 없겠나? 작가는 바로 그런 섬 병풍도의 어르신 말씀을 통해, 이처럼 이야기를 풀어낸다.

 

《“병풍리는 영원히 섬으로 남을 겁니다. 그런데, 언젠가는 할 겁니다. 일자리 만들라고 할 겁니다.” 불쑥 던지는 말씀이지만 노인은 다리 공사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섬들을 내륙과 연결하는 다리 공사가 꼭 섬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토목 자본의 이익을 위해 다리 공사가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아는 거다.》(322쪽)

 

이처럼 작가는 섬 여행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세상을 읽어낸다. 작가에게는 섬의 풍경, 섬의 역사, 섬 속에서 발견되는 문화유산, 섬에 구전되는 전설, 섬에서의 고단한 삶의 모습 등 모든 것들이 세상을 읽어내는 재료가 된다. 그렇기에 단순한 섬 여행기라기보다는 섬을 통한 세상 읽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작가는 섬의 풍경보다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풍경, 인생살이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렇기에 작가에게는 섬사람들의 삶이 곧 인생풍경이 된다.

 

《자신은 깨닫지 못하지만 풍경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 풍경과 분리되지 않고 풍경 속에 녹아들어 풍경의 일부가 되어 버린 사람들. 한운리 갯벌의 풍경은 마침내 스스로 풍경이 된 저 어부로 인해 완성된다.》(24쪽)

 

그러나 어찌 갯벌의 풍경만이 그렇겠나?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모두 우리들 각자의 삶의 모습이 곧 풍경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내 삶의 모습은 어떤 풍경을 연출하고 있을까? 아름답고 따스함이 느껴지는 풍경을 만들고 있을까? 아님 무시무시하고 살벌한 풍경을 만들고 있을까? 전자였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작가와 함께 신안의 섬들로 여행을 떠나며 느낀 점은 섬이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아니 어쩌면 섬과 함께 늙어버린 어르신들이 하나둘 이 땅을 떠나게 되면, 그와 함께 섬의 생기 역시 죽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겨지기도 한다.

 

이젠 더 이상 섬에서의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살아갈 인생이 줄어들기에 좋아해야 할까? 아님 섬이 더욱 통상적 삶의 테두리에서 멀어짐을 안타까워해야 할까?

 

왜 이렇게 섬이 늙어가고 있을까? 그건 더 이상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바다의 선물이 풍성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왜, 바다의 선물은 줄어들었을까? 결국 인간의 탐욕이 바다의 씨를 말렸기 때문일 것이다. 발달된 어업기술과 인간의 탐욕이 손을 잡고 어린 치어까지 분별없이 잡아들인 남획의 결과 이제 더 이상 바다는 풍요롭지 못하다. 그렇기에 그 풍요로움을 좇아 몰려들던 사람들이 이제는 바다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만든 거다.

 

이제 우리 모두 더 겸손한 자세로 자연을 대하길 원한다. 그렇게 될 때, 작가가 여행한 다양한 섬들의 이야기는 책속에서만 만나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 생의 공간에서 계속하여 만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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