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마을 인문여행 - 미술, 마을을 꽃피우다 공공미술 산책 2
임종업 지음, 박홍순 사진 / 소동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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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엔 벽화마을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벽화마을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면, 괜스레 가봐야 할 것 같은 마음에 가족 나들이를 하며, 때때로 찾아 가보면, 실상 많은 경우 그저 그런 그림들이 몇 점 있는 곳들이 적지 않다. 또한 마치 낙서를 한 것처럼 성의 없게 적혀 있는 시구들과 흔한 그림들이 낡은 집들을 조금은 산뜻하게 만들어주었을지 모르겠지만, 어떤 곳들은 그나마 작업 후 상당 시간이 지나 또 하나의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전해주는 곳도 심심찮았다.

 

이 책 『미술마을 인문여행』은 바로 그런 마을미술프로젝트로 새롭게 단장한 마을들만을 열 곳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개하는 마을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흔한 벽화마을이라기보다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준비과정을 통해, 나름 성공한 마을미술프로젝트의 예들이다.

 

저자는 이곳 마을들을 소개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먼저 마을미술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준다. 미술마을의 목적은 두 가지라고 한다. 첫째, 작가의 일자리 창출(이게 애초 목적이라고 한다). 둘째, 침체된 마을에 미술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이다. 이 둘이 함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가들과 주민들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주민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미술 작업, 그 결과는 그들 작가가 떠나고 난 후에,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들의 작품’이 되어버리지만, 소통이 이루어진 미술 작업은 ‘우리의 작품’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인식되어진다고 한다.

 

이런 소통을 통해, 작가들은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을 작품의 모티브로 삼기도 하고, 그 마을이 가진 역사, 그리고 주민들이 살아온 사연 그 삶을 반영하기도 한다. 또 어떤 마을들은 그 마을이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그 주요 모티브로 삼기도 한다(남원의 혼불마을이 그러하며, 서귀포 유토피아로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또한 어떤 곳은 그 지역의 빼어난 풍광을 모티브로 삼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접근들을 통해, 마을의 특성을 살린 미술작업은 공동화 되어가는 마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미술마을프로젝트는 일종의 ‘문화 새마을운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니 이런 미술작업들을 통해, 잘 살아보는 마을로 만들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또한 책에서 소개하는 이들 마을들의 특징은 작품들 하나하나가 작품성을 인정할만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그럼에도 미술마을프로젝트를 행한 작가들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럴 때, 이들 작가들이 그곳을 떠난 후에도 이 미술 작품들은 마을 사람들의 것이 되고, 마을 사람들은 그 작품들과 그 작품들을 감상하기 위해 방문하는 방문자들을 통해, 자신들의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된다고 말이다.

 

동네의 표정을 바꾸는 마을미술, 참 매력적인 작업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해보게 된다. 물론, 남들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하는 것은 괜한 낭비에 그칠 수 있겠다. 또한 저자가 말하듯 작가단과 마을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그저 행정적 진행은 또 하나의 천덕꾸러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곳과 같은 나름 성공한 경우들을 벤치마킹 하며, 작가와 마을, 행정기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마을에 담겨진 것들을 스토리로 만들고 그것을 미술로 승화한다면, 침체되어가는 마을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게 될 것이다.

 

책장을 덮으며, 시간과 여건이 허락될 때, 이들 열 개 마을을 하나하나 다녀오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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