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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 일지 ㅣ 블랙홀 청소년 문고 15
김동식 외 지음 / 블랙홀 / 2020년 7월
평점 :
매일같이 벌어지는 것이라곤 공부밖에 없는 학교, 매일 같이 같은 나날의 반복뿐인 따분한 학교에서 사건이 벌어진다면 어떤 사건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하지만, 귀문 고등학교에선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백년의 역사만큼 많은 사건들이 그곳에서 벌어졌다. 그 수많은 사건들 가운데, 다섯 개의 이야기를 소설은 들려준다.
다섯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엔솔로지 단편소설집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일지』에는 서로 다른 작가들의 다섯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학교에서 갑자기 총성이 울려 퍼지기도 하고, 3년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여 줄곧 일등을 차지하고 있는 한 소녀가 사이코패스로 몰리기도 한다. 학교를 떠나는 선생님이 자신의 무관심을 자책하며, 한 소녀의 교통사고를 탐정에게 의뢰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손을 잡는 순간 상대의 죄책감을 읽게 되는 괴상한 초능력을 가진 교사가 귀문고등학교에 부임해서 목격하게 된 짝도 없이, 그곳에 없는 아이 취급당하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기도 한다. 학생회장 선거를 앞두고 사라진 후보에 대한 사건을 만나기도 한다.
각기 다른 작가들이 들려주는 서로 다른 색깔의 이야기들인 만큼 독자의 취향에 따라 각기 반응은 다를 것이라 여겨진다. 정명섭 작가의 「또 하나의 가족」에서는 『명탐정의 탄생』과 『개봉동 명탐정』 시리즈의 주인공들인 민준혁과 안상태 콤비를 만나 반가웠다(안상태가 고등학생이 된 것도 반가웠다.). 물론 그들이 파헤침으로 드러나는 진실은 결코 달갑지 않은 어두운 현실이었지만 말이다.
정해연 작가의 「짝 없는 아이」는 정말 괴상한 초능력을 생각해낸 작가의 발상이 신선하면서도 흥미로웠다. 교실에 홀로 놓인 책상, 온통 낙서투성이고 쓰레기 가득한 책상, 그 책상에 짝 없이 홀로 앉아 있는 아이, 그 아이는 모든 학생들에게 없는 아이처럼 취급받고 있었다. 그렇기에 왕따라는 주제를 다루는 것 같았는데, 여기엔 가슴 아픈 반전이 있다. 그 반전이 아프지만 흥미로웠다.
김동식 작가의 「한 발의 총성」 역시 재미나다.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 울려 퍼진 총성, 그런데, 정말 총성이었을까? 학교 신문 동아리의 소문난 리포터 민주는 이 총성 사건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점점 하나의 실체가 민주에 의해 드러나며 기사라는 형태로 학생들에게 다가간다. 정말 총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 총을 건넨 건 독립운동가의 후예인 교장선생님이라는 것을, 그리고 교장선생님은 이 총을 학폭 피해자에게 건넸다는 사실을, 총을 받은 학폭 피해자는 총이 실제 작동되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한 발을 발사했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누군가를 향해 그 총구를 겨누게 된다는 사실을. 이렇게 밝혀지는 사실에 의해 학폭 가해자의 운신을 좁아진다. 총구가 자신을 향해 발사될 수 있기에. 학폭이 만연한 현실이 씁쓸하면서도 그 현실을 잠재우기 위한 기발한 접근이 통쾌한 단편이었다.
조영주 작가의 「사이코패스 애리」에서는 가해자의 가족이 겪게 되는 아픔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울러 집단이 만들어가는 폭력이 얼마나 잔혹한지도. 그런데, 해환은 애리를 만날 수 있을까? 둘의 해후를, 그리고 화해와 새로운 우정을 응원하게 되는 단편이다.
전건우 작가의 「기호 3번 실종 사건」에 등장하는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부의 활약은 어쩐지 계속 되길 기대하게 만든다. 학교에 존재하는 세 단계의 계층, 그 중 최상위 계층 아이들의 탈선이 드러나게 되는 사건의 결말이 통쾌하다. 하지만, 이 학교에는 최상위 계층 위에는 범접할 수 없는 한 계층이 있다. 바로 천상계. 그 천상계에 속한 마정민(미스터리부 회장)의 진면목이 궁금해지는 단편이다. 특히, 마정민의 계속되는 활약이 기다려지기도 하고.
귀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이상한 사건들, 그 다섯 편의 사건들을 만나게 되니, 귀문 고등학교가 궁금해진다. 그곳에서 벌어진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나게 되길 기대해보기도 하고.